[동양칼럼] 미래형 인재를 기르는 첫걸음은 '책 읽기'

이상봉 충북문화예술자문관

2025-06-19     동양일보
▲ 이상봉 충북문화예술자문관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거의 100%에 다다를 정도이다. 인터넷 속도와 광대역 보급률도 최고를 자랑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율은 문체부 통계에 의하면 OECD 국가의 평균치보다 낮다. 1년간 책을 1권 이상 읽은 성인의 비율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특히 20~30대의 독서율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의 발전과 문화적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독서 문화의 약화는 비판적 사고와 깊이 있는 학습 능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매우 우려가 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급변하며 우리 사회와 경제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창의적이고 지적인 영역까지 AI의 영향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대비하고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의 한 축이 바로 독서 문화의 권장에 있다.
AI시대 인간 고유의 역량이 중요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등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정보의 생산과 활용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며, 많은 이들이 인간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시점에서 인간 고유의 역량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해도, 진정한 창의성,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윤리적 판단력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에 속한다. AI가 주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예측하지만, 데이터 너머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AI를 도구로 활용하면서도,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간 고유의 역량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그 핵심 동력이 바로 독서에 있다.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행위를 넘어, 우리의 사고력을 확장하고 내면을 성숙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독서는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준다. 다양한 관점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는 저자의 주장을 무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논리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자신만의 견해를 형성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생성형 AI가 쏟아내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고, 편향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고도의 비판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독서는 이러한 비판적 사고의 근육을 단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독서는 창의성을 자극한다. 문학 작품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삶과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공감 능력을 키우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접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또한, 독서를 통해 얻은 풍부한 배경지식은 서로 다른 개념들을 연결하고 융합하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AI가 기존의 데이터를 재조합하는 수준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영감은 인간의 폭넓은 독서 경험에서 비롯될 수 있다. 독서는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킨다. 복잡한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융합하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역사, 철학, 과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복잡한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과거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지혜를 얻을 수 있다.
AI 기술 발전은 프라이버시, 데이터 윤리 등 다양한 윤리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고전과 인문학 도서를 읽는 것은 인간 본연의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성찰하게 하고,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 필요한 윤리적 나침반 역할을 하게 하며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개인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 독서 문화의 확산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교육기관은 독서 교육을 강화하고, 다양한 독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학교 도서관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장르와 형식의 도서를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통찰은 결국 개인뿐만이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자발적인 독서 습관 형성이다. 독서를 의무감으로 여기기보다는 즐거운 취미로 받아들이고, 매일 꾸준히 책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때 비로소 독서의 진정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 처음에는 흥미 있는 분야의 책부터 가볍게 시작하여 점차 독서의 폭을 넓혀 나가는 것이 좋다. AI 시대의 파고를 넘어 성공적인 미래를 만들어갈 인재는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면서도, 그보다 더 중요한 인간 본연의 역량을 갖춘 사람이다. 소통의 능력과 배려할 줄 아는 사람, 독서라는 지적 여정을 통해 우리는 AI시대 진정한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