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농업에서 양성평등, 그날은 온다
한종우 충북농업기술원 수박연구소 환경이용팀장
매년 10월 15일은 여성농업인의 위상을 확립하고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정된 여성농업인의 날이다. 이날은 2021년 ‘여성농업인육성법’이 개정되면서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여성농업인의 날은 우리나라 여성농업인의 지위 향상과 자긍심 고취, 그리고 농업의 주체로서 여성농업인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세계 여성농업인의 날’에서 유래됐다.
여성농업인의 날이 법으로 제정된지 3년이 지났지만 농업에 있어 여성의 지위는 아직까지 정체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2023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농업인의 농업 종사 기간은 평균 29.4년으로 농사일 중 평균 50.2%를 담당하는 반면, 농업경영 참여에는 50% 이상 담당하는 경영인이 없다는 비율이 39.6%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여성의 지위와 양성평등 수준에서는 여성농업인의 73.5%가 농촌이 성평등하다고 응답했으나,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낮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63.6%로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여성을 위한 사회적 제도 및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특히 농업분야에서도 여러 정책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실제로 당사자인 여성들은 현장에서 남자들과 동등한 지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이유는 여전히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은 여성의 몫이고, 겸업하는 여성농업인은 농업경영체 등록조차 못해 각종 농업정책에서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에 있어 여성들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에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농업 현장에서 남자들은 농기계를 다루어 경운을 하거나 병해충 방제를 위해 약제를 살포하는 등 대부분 힘쓰는 일을 하지만 여성들은 작물을 심고 재배를 하며 수확을 하는 등 전반적인 일들을 도맡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농업인들의 경우 직접 농기계를 다루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과거 남자의 성역으로 불리는 농기계 일도 여자의 역할로 넘어오고 있다. 이렇듯 여성농업인들의 역할은 과거와 다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남자와 여자의 성역은 점차 없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집안일과 육아를 맡고 있는 여성농업인 입장에서는 여전히 양성평등은 갈 길이 먼 것처럼 보인다.
현재 농촌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여성농업인들 중 60대 이상이 전체 연령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대부분의 여성농업인들이 1960년대 이전에 출생한 것으로 과거 남성위주 사회의 구성원이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이 구성원들은 농업 현장에서 대부분 은퇴를 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나머지 연령인 20%가 농업을 담당하면서 현재보다 더 나은 양성평등을 실현할 것이라 생각한다.
농촌과 농업에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양성평등도 이와 함께 변화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세대들은 정보에 쉽게 노출되고 그것을 잘 이용한다. 이것은 여러 가지 사회적 제도나 정책에도 반영이 되고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한다. 10년이 지난 어느 날 농촌에서 남녀가 함께 가사를 돌보며 성역 구분없이 농사일을 하는 그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