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희 시인, 두 번째 시집 『양구의 봄』 출간
고향의 사계절과 삶의 결을 담아내다
봄이 온다는 건
시린 만큼의 몸살이 도지는 일이다
녹는 듯 하다가도 얼어붙는 얼음의 조각들
-「환상통」 부분
별가루처럼 떨어진 빵 부스러기
그 한 조각을 보물인 듯 입에 물고
언덕을 넘어가는 저 숨 가쁜 몸짓
-「길이 없는 길 위에서」 부분
최성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양구의 봄』(문학들, 2025)이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작가의 고향 강원도 양구의 자연과 삶의 기억을 배경으로, 일상 속 감정과 존재의 의미를 서정적으로 풀어낸 작품집이다.
총 70여 편의 시가 수록된 『양구의 봄』은 '봄의 고요', '초록의 시간', '첫눈 오는 날', '기억의 강' 등 네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시인은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따라 유년의 추억, 자연과 교감하는 감성, 존재의 고독과 희망을 섬세하게 직조한다.
표제작 「양구의 봄」에서 시인은 "눈 속에서도 봄은 자라고 있었다"는 구절로, 얼어붙은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생의 의지를 전한다. 그 외에도 「아버지의 옹이」, 「강가에서」, 「폐교」 등은 개인의 기억이 지역의 풍경과 겹쳐지며 보편적 공감을 자아낸다.
최 시인은 “양구는 나의 언어와 감성의 뿌리”라며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시가 되어 돌아왔다”고 밝혔다. 또 “자연의 침묵과 사람들의 숨결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마음의 풍경을 떠올리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첫 시집 『풀꽃에 기대어』로 따뜻한 언어와 정감 있는 시선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던 최 시인은 이번 작품을 통해 더욱 깊어진 서정성과 성찰을 선보인다. 한편 『양구의 봄』 출간을 기념하는 낭독회는 오는 7월 20일 양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