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식 시인, 시집 『그 너머는 끝내 보여주지 않는다』 출간
자연·일상 속 ‘작은 것’에 묻는 존재의 물음… 전통 서정에 기반한 깊은 성찰
박성식 시인이 신작 시집 『그 너머는 끝내 보여주지 않는다』를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이 시집은 자연과 농사, 일상의 언어로 삶의 진실과 지혜를 노래하며, 욕망을 덜어낸 소박한 긍정의 태도를 담백하게 풀어낸 작품집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은 전통적 서정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 존재와 비존재, 언어와 침묵 사이의 틈을 탐색한다. 시인은 ‘트다’처럼 막힘 없는 삶의 흐름을 지향하며, 말과 마음, 세계를 잇는 고요한 통로를 모색한다. 『영구결번』에서는 고향과 모성의 상실을 전화번호에 숨기고, 『느티나무』에서는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의 겸허한 완결성을 그려낸다.
표제작인 『너머 2』에서 시인은 끝내 보이지 않는 저 너머의 세계를 응시하며, “눈으로는 끝내 보여주지 않는다”는 문장을 통해 초월이 아닌 현실 속 ‘너머’를 향한 시선을 견지한다. 특히 『자화상』, 『이명』, 『무자경전』 등에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이 반복되며 철학적 깊이를 더한다.
우대식 시인은 해설에서 “박성식의 시는 노동하는 인간, 가족, 공동체를 향한 따뜻한 시선 속에 시적 화자의 정체성을 묻는 근원적 탐구가 깃들어 있다”고 평가했다. 또 생생한 이미지와 언어의 절제미 속에 현실을 초월하는 감각이 응축되어 있다고 전했다.
박 시인은 “시를 쓰고 싶었지만 배가 고플 것이라 했습니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결핍 속에서도 진실한 언어를 길어 올려 시집 전체를 ‘존재의 물음’으로 채웠다. 현실에 뿌리 내리되 끊임없이 저 너머를 응시하는 그의 시는, 독자에게 조용한 울림과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