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정 시인, 첫 시집 『달을 넘어 깊은 바람 속으로』 출간
자연과 상처, 침묵과 치유를 노래한 회화적 서정의 언어
문혜정 시인이 첫 시집 『달을 넘어 깊은 바람 속으로』를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한맥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첫 결실인 이 시집은 삶의 고통과 상처를 언어로 어루만지고, 자연과 침묵 속에서 치유와 회복의 가능성을 찾는 시편들로 구성됐다.
시집은 4부로 나뉘며, 죽음과 생명, 기다림과 그리움, 상처와 치유를 회화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로 펼쳐 보인다. 「여백에 누워」, 「장미로 핀 새 한 마리」, 「묵정밭은 식물도감」 등의 작품은 고통을 품은 생명의 모습을 정교하게 묘사하며, 자연과 인간 삶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표제작 「달을 넘어 깊은 바람 속으로」는 부석사의 풍경을 통해 욕망을 내려놓은 자에게 열리는 구도의 세계를 상징하며, 시인은 그 세계에 이르는 길을 시의 기도문처럼 염원한다. 「눈 내리는 밤에 장미를 그리다」에서는 “폭설이 겨울의 문장 속으로 조용히 들어와 앉는다”는 표현처럼, 침묵이 언어가 되고, 시는 기억이 된다.
우울과 상실, 그 속에서도 끝내 피어나는 생명의 기적에 대한 믿음은 시집 전편을 관통한다. 시인은 “잡초라 불린 것들은 읽히지 못한 문장들”이라며 외면받은 존재들의 의미를 되새기고, 「마당 활짝 열고 기다리는 집」에서는 기다림이 곧 삶의 뿌리임을 노래한다.
문혜정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기다림도 안부가 되었습니다”라고 고백하며, 시가 되지 못한 침묵 속에서도 가장 많은 말을 건네고 싶었다고 전했다. 시집 『달을 넘어 깊은 바람 속으로』는 슬픔과 상처를 껴안은 존재들에게 삶의 언어로 위로를 건네는, 조용하고도 깊은 문장의 향연이다.
문혜정 시인은 2022년 한맥문학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춘천문인협회, 강원여성문인협회, 춘천여성문인협회, 시울림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