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마트팜으로 여는 마늘 산업의 새로운 기회
김기현 충북도농업기술원 연구사
최근 충북 단양을 비롯한 한지형 마늘 주산지는 비상품성 마늘의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크기가 작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한지형 마늘은 평균 수매가가 4000원/kg 수준에 불과하고, 2024년 기준 충북 도내 비상품성 마늘 생산량은 약 2000t, 생산액은 대략 9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처럼 처리에 애를 먹던 ‘하품 마늘’이 오히려 고부가가치 작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바로 스마트팜 기반 40일 풋마늘 양액재배 기술 덕분이다.
풋마늘은 마늘 본래의 항산화·항균 성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잎과 줄기를 함께 섭취할 수 있는 건강 채소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기존 풋마늘은 재배 기간이 6~7개월로 길고, 난지형 마늘 중심의 제주·남부지역에 국한돼 있었으며, 1기작 중심의 재배로 생산량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풋마늘 스마트팜 재배 기술은 40일 만에 쪽파 형태의 풋마늘을 연중 생산할 수 있도록 개발된 재배 방법이다. 비상품성(3cm 이하) 마늘을 밀식 파종하고 차광 처리를 통해 잎의 조직을 연하게 키운다. 스마트팜이기 때문에 양액공급 및 재배·관리 자동화 수준이 높아 대부분의 일거리는 마늘 파종과 수확 작업이다. 기존 마늘 재배는 대부분 노지 중심, 수작업 비중이 커 여성에게는 물리적으로 부담이 큰 작목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팜 재배 방법은 작업환경이 실내 기반이고, 관수, 시비, 채광이 자동화되어 있어, 여성 1~2인도 손쉽게 운영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한 재배 기술 개발을 넘어, 양성평등 농업 환경 조성에 기여하는 기술로서 의미가 크다. 특히 귀농을 희망하는 여성, 경력단절 후 재도전을 원하는 여성 농업인에게 현실적인 진입 모델이 될 수 있다.
풋마늘은 신선채소뿐 아니라 가공 식품소재로도 유망하다. 김치류, 절임류, 분말, 즙 등에 적합하며, 실증시험 결과 단양산 풋마늘은 알싸한 매운맛과 풍미가 뛰어나 소비자 기호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비상품성 마늘 생산량이 많은 주산지를 중심으로 풋마늘 전문 재배단지 구축하고 식자재 기업, 김치·절임류 가공업체와 계약재배 체계 확립하고, 학교급식, 직매장, 생협 등 안정적 판로 확보한다면 도시청년 귀농 유도로 청년농 및 귀농 창업 성공 모델이 될 것이다. 기술적 성공뿐 아니라, 이 재배 기술은 비상품성 마늘의 자원화를 통해 농가 손실을 최소화 하고 스마트팜을 통한 친환경·효율 농업 확산, 성별,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 작목 선택권 확대라는 점에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40일 풋마늘’ 기술은 단순히 수확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다. 여성, 청년, 도시 귀농인 모두가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진입형 스마트 농업 기술이자, 기존의 무거운 노동집약적 마늘 재배를 가볍고 유연한 소득작물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열쇠다. 이 기술이 단양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우리는 마늘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더불어 양성평등이 실현되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함께 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