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달라도 너무 다른 한국인과 일본인(3)-장인정신과 귀소본능의 일본인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일본인은 새로운 일에 도전보다 전통을 지키려는 성향이 있어 가문의 일을 세습한다. 일본기업은 가문의 명성 유지와 가업 승계가 우선으로 100년 넘은 장수 기업이 3만 3천 개로 세계 최다지만 한국은 고작 10개 정도이다. 한국 기업의 가족주의, 장자 우선주의와 달리 일본기업은 아들이 없을 때 데릴사위로 전통을 잇고 기업 존속을 위해 혈연과 항렬보다 능력 우선주의를 택해 무능한 자손 때문에 망하거나 가업 승계를 접고 폐업·매각하는 일은 없다. 예부터 계급사회로 이주의 자유가 없어 같은 장소에서 각자에 주어진 일을 확장치 않고 세습해 대를 잊는 전통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장수 기업 81%가 매출액 100억 원 미만 소기업으로 생존 전략이 변화 아닌 연명을 위한 가업 승계로 국제 경쟁력은 30위권 이하이다.
일본 사회의 장인정신인 ‘모노즈쿠리 정신’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자세로 일본 제조업의 대명사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정신은 제조업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일본의 혼이자 자존심의 상징이다. 일본의 장인정신은 제조업같이 팀워크가 필요한 대량생산 업종에 적합해 경제 대국을 만든 원동력이었지만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오늘의 생존 전략에는 부적합하다. 환경이나 여건이 변했는데도 원칙과 경험 위주의 과거에의 성공의 집착은 21세기 패러다임인 디지털화와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복수의 부메랑이 되고 있다.
일본의 장인정신은 원칙과 경험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매뉴얼 정신’이다. 일본은 옛것을 지키려는 아날로그, 규제의 나라로 바꾸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팩스행정, 종이문서, 플로피디스크, 도장문화, 현금문화, 카드키보다 열쇠, 연하장이 예이다. 한국은 빨리빨리, 바로바로 정서로 2024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6위의 초고속인터넷, 디지털 행정국가지만 일본은 31위이다. 일본에는 도코모(어디든지)라는 통신사가 있는데 와이파이가 잘 안 터져 도코모가 아니라 도무지?이다. 일본서 배워 온 택배(다큐빙)는 밤 11시에 전화해도 익일 새벽 배송되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로켓배송 신화를 이루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직장 선택 성향이 다르다. 한국인은 서울권 대학, 대기업에 다녀야 대접받는다 생각한다. 지방소멸 핵심은 인재의 서울로의 유출이다. 수도권 대학만 선호해 벚꽃 피는 순서로 지방대학이 망한다 해 ‘지잡대’라는 말도 있다. 수도권 입구 집중으로 서울의 집값은 천정부지 폭등하고 지방은 공동화로 폭락해 서울-지방 집값 양극화는 세계 1위이다. 취업도 수도권 기업만 선호해 지방 소재 기업은 인재 채용이 힘들다. 일본은 지역 산업이 튼튼해 동경에서 대학을 나와도 다시 고향으로 회귀하고 지역마다 관광, 레저산업이 발전되어 취미에 따라 직장을 택한다. 필자와 동종 업종으로 동경에서 신칸센 4시간 거리, 시골인데도 풍광이 좋고 겨우내 스키가 가능해 스키인들이 몰려 인재 채용이 쉽다. 일본인은 정주성이 강해 고향을 떠나는 것을 불안해하고 지방마다 선진기업과 명문대학이 있어 굳이 거주비가 비싼 동경의 대학에 가지 않는다.
일본 샐러리맨의 ‘잇쇼켄메이 정신’이란 “한평생 목숨을 걸고 일에 임하자”는 정신으로 세계 3위 경제 대국의 원동력이었다. 일본인은 가족의 안위보다 일이 우선이고 첫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상사에게 절대복종하고 오야붕과 꼬붕관계는 평생 유지한다. 필자의 유학 시절, 교수가 된 조교수가 퇴임 교수에 대한 예후로 1년 동안 명패를 치우지 않고 교수 연구실도 비워뒀다. 일본의 과학자들은 연구 주제를 계승하는 전통 때문에 곁눈질하지 않고 평생 한 우물만 파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25명이다. 일본인은 무이자임에도 저축, 예금 등 안전 자산을 선호해 위험이 큰 벤처투자는 물론 정부 벤처투자 기금도 없어 벤처 창업 환경이 열악해 우리와 달리 유니콘 기업의 탄생 가능성은 희박하다.
21세기 기업 생존의 핵심은 변화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가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변화에 대처하는 역동성과 스피드 경영의 DNA, 세계화 정신이 나래를 펼쳐 10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새 희망 새 정권이 출범했다. 이제 과거사에 얽매이지 말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일본에 앞서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자!. 그것이 일본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복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