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사람/ 신진영 대한노인회충북연합회 경로당광역지원센터장
“어른들 만나 양푼에 밥 비벼 먹을 때가 제일 편안해요”
전관예우 이겨낸 최초·유일 비공무원 출신 센터장... 직원들 ‘롤모델’
도내 4285개 경로당 18만 회원... 말 고프고 사람 그리운 노인들의 ‘벗’
“1000만 고령 시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찾아내 상생의 길을 찾고 노인의 권익 증진과 안정된 삶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미래의 노인’인 후손들의 의무입니다. 더불어 말 한마디 나눌 ‘사람’이 그리운 분들의 벗이 돼 그 외로움을 달래는 것 또한 우리들의 몫입니다.”
지난 17일 오전 10시. 쏟아지는 물폭탄에 건물 전체가 정전된 충북노인종합복지관(서원구 사직동) 현관에는 수십 명 노인들이 이른 귀가 조치에 오도가도 못하고 웅성이고 있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선 경로당광역지원센터에서 한 노인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는 신진영(57) 센터장을 만났다.
상담 업무도 있나 보다 추측했지만,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1시간 이상 쏟아내는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늦은 퇴근은 다반사라고 직원이 귀띔한다. 피곤할 법도 한데 정전으로 어두컴컴한 노인의 어깨너머 신 센터장은 그저 환하게 웃고 있다. 한눈에 그의 마음씨가 가늠됐다.
현재 충북 총인구(2024년 12월 말 기준) 159만1177명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34만9187명, 그중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회장 이명식) 회원수는 55%에 달하는 18만여명이다.
충북노인회는 경로당광역지원센터, 자원봉사지원센터, 취업지원센터로 나눠 운영되며 그중 신 센터장은 경로당광역지원센터를 총괄한다. 노인회 회원은 곧 경로당 회원을 일컫는 것으로 노인회 사업 전체의 중추적 역할을 해내야 하는 자리다.
조직은 이명식 회장을 중심으로 도내 11개 시·군 12개(청주 2개) 지회장 아래 157명의 권역별 분회장이 있고 4285개 경로당 회장까지 촘촘히 연결돼 있다.
그들을 총괄하며 신 센터장을 포함한 5명의 직원들은 ‘노인이 행복한 세상, 충북 실현’을 비전으로 △추억의 시니어 디지털 영상자서전 △DB구축 및 우수지회·자립형 우수 경로당 선정·시상 △‘도란도란’ 맞춤 인지 프로그램 △사랑의 반찬나눔 공모사업 ‘행복을 나누다’ △경로당 신문보급 사업 △경로당 임원과 프로그램 관리자 역량강화 교육 △'내 손안에서 척척!' 디지털 교실 공모사업 △‘백세까지 총명하게’ 치매예방 프로그램 △노노케어 ‘온기를 전하다’ △경로당 소득창출 사업 등등 220여명의 강사를 파견하며 월별로 눈코 뜰 새 없이 많은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힘든 일은 없다. 노인복지가 체질"이라며 "우리나라 경로당 사업은 전세계 유일의 노인복지정책이다. 독거노인이나 고립·단절된 소외계층이 경로당에 나와 함께 살아갈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란다"며 호쾌하게 웃는다.
1969년 청주 문의면 태생인 그는 어려서부터 증조부와 할머니 품에서 자랐고,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서도 15년 이상 시부모를 모시고 살아서인지 어른들과 있는 게 너무 편하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경로당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양푼에 밥과 나물 쏟아 넣고 숟가락 부딪쳐 가며 비벼 먹는 밥”이라고 입맛까지 다시는 신 센터장.
마냥 사람 좋을 것 같은 그의 후덕함 뒤에 의외의 이력이 눈길을 끈다.
사실 그가 지금 앉아있는 센터장 직위는 충북도 퇴직공무원의 전관예우 자리다. 그는 공무원 출신이 아니다. 2015년 노인회에 팀장으로 입사한 10년차 평사원 출신의 최초·유일 센터장으로, 직원들에게는 ‘희망의 롤모델’이지만 공무원들에겐 ‘견제 대상’이다.
그 시선이 따갑지만, 충북대(국어국문학 석사), 고려대(사회복지학 석사), 충북대(행정학 박사) 등 대학원을 세 군데나 다니며 터득한 ‘노인복지’의 혜안을 잘 펴보라는 하나님의 뜻이 있지 않았겠냐고 웃으며 반문한다.
12년 전 남이면에 지은 전원주택에서 “내가 복지 관련 일을 하는 걸 알고 찾아온 것 같다”는 7마리의 유기견과 함께 매일 아침 1시간씩 조깅을 하고 출근한다는 그가 더없이 당당해 보이는 하루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