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직 공무원 임명, '관행'을 넘어 '책임'으로 나가야 한다
민선 8기 충북도 정무라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손인석 정무특별보좌관이 임명된 지 만 5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김영환 도지사가 손 특보가 밝힌 사의를 반려하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김 지사는 특보 사의 이유가 물러나거나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후임자 인선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사표가 수리될 경우 ‘최단명 정무특보’라는 불명예를 피해가게 됐다.
김 지사가 2022년 7월 취임한 뒤 임명된 4급 이상 정무직 보좌관 7명은 평균 재직기간이 11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정책·정무기능 부실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손 특보 사의 표명으로 정무직 공무원의 임면(任免)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가 뿌리내린 지 수십여 년이 지났지만, 정치적 임명에 따른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광역이든 기초든 간에 지자체 정무직 공무원 임명 과정은 매번 지방선거 이후 반복되는 '전리품 나눠주기'라는 비판 속에서 정당성과 투명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른바 ‘엽관제(獵官制, spoils system)’의 폐해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엽관제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한 뒤 노력한 대가 또는 당을 위해 계속 일하도록 하는 성과보수로 불리며 공무원으로 임명해주는 관행을 말한다.
지지자와 친구 또는 친척에게 나랏일을 맡기는 관행으로, 정실주의와 족벌주의를 지칭한다.
이는 정치 활동과 관계없이 능력의 특정 기준에 따라 직무를 부여하거나 승진시키는 실적주의와 대조된다.
정무직 공무원은 단순한 행정 관료가 아닌, 단체장과 호흡을 맞춰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고위직이다.
이 때문에 일정 부분 정치적 성향과 철학을 공유하는 인물 등용은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임명 과정이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낙하산식 인사로 귀결된다는 데 있다.
실제 일부 광역 지자체에선 인사 추천권이 단체장 측근에게 집중되고, 검증 절차와 자격 요건보다 정치적 친분이 우선시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 같은 인사 방침은 공무원 사회 사기를 꺾을 뿐만 아니라 지방행정 전문성과 지속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무직 공무원 역할이 단체장의 전략적 파트너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정책 조율자와 외부 협력 창구로 확장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 책임과 역량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사권자의 공공성과 윤리적 기준이 반드시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제는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안으로는 정무직 인사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 공개 검증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임명 대상자 경력과 정책 이해도, 소통 능력 등을 공개하고 일정 수준 청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각종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신상털기가 아닌 행정 신뢰를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또 정무직 공무원 업무 성과에 대한 정기 평가와 결과 공개가 반드시 필요하다.
임명 이후 정무직들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방행정에 기여했는지 기록하고 유권자들과 공유해 이름에 걸맞은 책임성을 부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전문성 강화와 윤리교육을 제도화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단지 기술적 문제만이 아니라 지방자치가 사람 중심으로 이뤄지는 행정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반이다.
이제는 '아는 사람 중심 인사'에서 '능력과 책임 중심의 인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다.
지방자치는 중앙 권력으로부터 독립만을 의미하지 않고, 그 지자체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책임지는 체계다.
광역 지자체 정무직 공무원 역시 그 책무를 통감하고, 진정한 지방자치 동반자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다.
정무직 공무원 제도는 명확한 기준과 공개 절차 속에서 임명되고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더 나은 지방행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행정은 정치가 아니라 시민 중심 행정으로 흘러가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