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달라도 너무 다른 한국인과 일본인(4) -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일본인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일본인의 예의와 매너는 세계 수준급이다. 일본인 예절 정신의 바탕은 ‘남에게 절대로 폐를 끼치지 않는 문화(메이와쿠 문화)’이다. 상대에게 폐 끼치는 것은 실례이기에 남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자신도 피해를 막으려는 개인주의에서 나오는 습관화 된 친절과 배려이다. 한국인은 길을 가면서 안내판이 있어도 남에게 길을 묻지만 일본인은 지도나 안내판으로 확인하고 절대 묻지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일본은 카네비게이션 보급 1위 국가다. 반면에 그들은 남이 길을 물으면 친절하고 상세하게 안내해 감동을 준다. 한국인은 이사한 이웃이 인사떡을 주면 그냥 받지만 일본인은 민폐라 생각해 받는 즉시 답례한다. 일본 엄마들은 아이의 친구 집에 놀러 보낼 때 민폐를 끼치지 않게 간식과 물병을 챙겨 보낸다.
한국인은 감정을 발산하는 자유 분망함을, 일본인은 감정의 억누름을 미덕으로 여긴다. 한국인은 싸울 때 온갖 욕설로 고함을 질러 주위에 민폐를 끼치지만 일본인은 민폐가 될까 조용히 얼굴을 맞대고 바보, 똥, 더러운 놈 정도 욕만 한다. 한국의 초상집 상주는 ‘아이고~아이고’ 큰 소리로 곡을 하고 조문객은 시끌벅적 떠들어 위로하는 것이 예의라 생각한다. 일본인은 슬픈 감정을 절제해 눈물을 감추고 조용히 목례만 해 장례식장은 엄숙하다. 한국인은 조문 시 큰 액수의 부의금을 예의로 여기지만, 일본인은 축하하는 일이 아니기에 최소로 하는 것이 예의라 생각한다. 산부인과 병동에서 한국인은 출산 시 ‘아~아~’ 큰 소리로 외치지만 일본인은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출산한다. 일본에서는 혼잡한 전철에서 유모차 탄 아이가 울면 승객이 얼굴을 찌푸려 엄마는 무섭고 민폐라 생각해 다음 정거장에서 급히 내린다. 한국에서는 미안해하는 엄마에게 괜찮다 위로하고 아이도 달랜다. 한국 엄마들은 ‘아이 기살리기 육아’로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뛰고 소리치거나 아파트의 좁은 인도에서 밤에 라이터 없는 킥보드나 자전거를 전속력으로 달려도 방치한다. 비좁은 전철에서 팔을 벌리고 핸드폰을 보거나 쩍벌남, 쩍벌녀로 피해를 줘도 민폐로 여기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절대로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는다. 유학 시절 동경에서 가장 번잡한 신주쿠역 매표구 위에 물건을 깜박 놓거나, 우에노 공원 벤치에 비디오카메라를 놓고 몇 시간 후에 가도 그대로 있었다. 50년 전, 훈련병 시절, 화장실에서 벽 너머로 모자를 날치기당한 경험이 있다. S대학 도서관 앞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화장실 간 사이 도난당한 적도 있다. 일본의 전철역이나 아파트 자전거 주자창은 질서정연하고 깨끗하다. 필자가 사는 G아파트 자전거 주차장은 버려진 폐자전거로 어지럽고 도난 우려로 텅 비어 있다.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비집고 탄 후 현관이나 비상계단에 방치해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남의 물건을 탐내는 것은 최고의 민폐로 목을 베어도 용인되는 일본의 문화는 남의 것을 넘보지 않는 정직함을 갖게 한 것 같다.
일본인은 자신에 피해가 될까 남의 일에 참견치 않고 어려운 사람이나 난처한 경우에도 화를 당할까 모른 채 지나친다. 이타심과 의협심이 많은 한국인과는 정말 다르다. 일본 지하철 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고 숨진 한국 유학생 이수현씨 경우는 아무도 돕지 않아 참다못해 희생당한 예이다. 일본인은 굶어도 남에게 빌리지 않는 성향이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24년 노토반도 지진 때, 일본인들은 하루 수십 번의 여진, 단전, 단수, 통신 불통에 한 끼분 주먹밥만 배급받고도 냉정함과 질서를 유지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구조 활동과 지원도 민폐이자 마음의 빚으로 여겨 달가워하지 않았다.
일본인은 자신 행동이 남의 기분이나 전체 화합을 해치지 않는지 늘 고심하여 보행이나 운전 중에 가래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고 휴대용 재떨이에 챙겨 넣는다. 일본인은 줄을 서서 질서를 지키고 버스, 전철에서 정숙하고 몸만 스쳐도 습관적으로 사과한다. ‘메이와쿠 정신’이 습관화된 일본인 상식으로는 좁은 공간에서 떠밀쳐서 수많은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인은 집단주의 성향이 있어 집단에 속했을 때 행한 타국에 침략행위나 온갖 악행에 대해 추호의 죄의식이나 약자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이 없고 민폐로 여기지 않는 이중성과 비열함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