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사람/ 유재철 보이마루 대표·(사)빛가운데 ‘청소년 캠프’ 총괄 기획자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함께 사는 세상 만들고파” 17년간 중국 비즈니스 선교사 생활... 2022년 ‘강제 추방’으로 귀국 “북한이탈주민처럼 나도 이방인”... 공감·상생·지원 위해 사업 병행 8월 4~5일 (사)빛가운데 청소년 캠프 총괄... 문의 청주청소년수련관서

2025-08-03     박현진 기자
▲ 유재철 보이마루 대표

“북한이탈주민에게 한국(남한)은 ‘꿈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사선을 넘다시피 해서 겨우 들어온 이 땅은 이질적인 문화, 어려운 취업, 이방인이라는 낙인 등이 섞여 ‘살기 힘든 곳’일 뿐이지요. 17년 동안 중국 생활을 하다 들어오니 한국인인 제게도 이 땅은 외국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시작했다. ‘선한 이웃이 되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북한이탈주민을 돕고 있는 사람들을 우연히 만났고 그들과 함께하게 됐다.

증평군 도안면의 작은 카페인 ‘보이마루’ 대표 유재철(55)씨. 그는 카페 한켠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놓고 ‘보이차’ 유통과 차예 교육을 하고 있는 사업가이자 목회자며 자원봉사자다.

 

그는 1970년, 충북문인협회장을 역임한 유병택(1941~2016) 전 도안우체국장이자 증평문화원장의 3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모태신앙이 된 기독교에 길들어 자연스레 천안 백석대를 졸업했고 29살에 당시 초등교사였던 구선영(52)씨와 결혼, 35살 때 불모지인 중국에 선교사로 파송됐다.

종교활동이 금지돼 있는 사회주의국가 특성상, 윈난성 차마고도 일대 차(茶) 산지를 중심으로 보이차를 재배·수출·교육하는 비즈니스맨이자 차예사로, 선교활동의 기반을 구축하며 17년 동안 활동했지만 2022년 결국 정치사범으로 강제 추방당했다.

귀국 뒤 고향인 도안을 지키고 있는 노모(84) 곁으로 돌아와 카페 보이마루를 차렸다.

청주를 오가며 여전히 목회자로서의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유 대표가 요즘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있는 곳이 바로 (사)빛가운데다.

‘빛가운데’는 토목설계전문 ㈜지명 대표이사인 김윤경(66) 이사장이 2년 전 설립한 통일부·기재부 허가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김 이사장이 암 투병을 이어오면서도 북한이탈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월세 100만원을 받던 임대매장을 내보내고, 상담과 쉼이 있는 ‘무료 열린 쉼터’(청주시 청원구 율봉로 205. 3층)로 만들어 사비를 들여가며 ‘상생’을 꿈꾸고 있는 공간이다.

“내가 가진 재산은 개인 소유가 아니고 하나님께서 이웃과 나누며 함께 살라고 주신 것”이라며, 온 가족이 나서서 ‘선한 사마리아인’ 실천에 나서고 있는 김 이사장의 행보에 감동받았다는 유 대표는 “그래서 무조건 동참하게 됐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목숨 건 탈출로 이상향 한국땅을 찾았음에도 여전히 이방인 취급을 받는 탈북민에 대해 ‘17년 중국 생활’ 뒤 귀국한 그가 받은 이질감이 무관하지 않았음이다.

그 ‘빛가운데’서 오늘과 내일(8월 4~5일), 이틀에 걸쳐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소년수련원에서 ‘2025 청소년 비전 캠프’를 연다.

캠프의 총괄감독이 바로 유 대표다.

이번 캠프에는 ‘빛가운데’서 7000여만원의 학습비와 장학금을 받게 되는 76명의 탈북민·이주민 청소년들을 비롯해 법인 소속 운영위원과 자원봉사자 60여명, 비소속 봉사자 50여명 등 200여명이 함께 어울려 한마당을 펼친다.

이중 비소속 봉사자 50여명은 이대, 숙대 등 전국에서 모여든 대학생 출신 조장 14명과 한동대(경북 포항) 영상미디어팀, 일산에서 활동 중인 음향팀 등으로, 모두 유 대표의 인맥으로 무료봉사에 나선 스태프들이다.

평생을 기독교 정신 실천으로 일관해 왔으면서도 유독 이번 행사에 마음이 쓰인다는 유 대표.
그는 “중국에서나 귀국해서나 내가 ‘버는’ 돈은 누군가를 위해 ‘쓰기’ 위한 것으로, 아직은 젊으니 후회 없이 뛰겠다”며 “20년 후쯤에는 누구든 와서 쉬며 대화 나눌 수 있는 ‘오래된 나무’ 같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운영하는 카페의 문이 늘 닫혀있을 것 같으면서도 사정을 아는 누군가가 와서 매일 열어놓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