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공원에 화장실 조차 없어요” vs “시, 우리 관할 아니다 ‘강건너 불구경'”

성화동 구룡 유아숲체험원, 연 1만명 유아 체험교육 ‘간이화장실 1개뿐’ 산림청, “청주시민 쓰는 공간에 화장실 설치 요청”... 청주시, “모른다”

2025-08-03     박현진 기자
▲ 지난 1일 구룡유아숲체험원 내 유일한 화장실 1칸이 있는 대피소 입구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팻말과 함께 빨간 줄이 둘러져 있다.
▲ 지난 1일 구룡유아숲체험원 내 유일한 화장실 1칸이 있는 대피소 입구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팻말과 함께 빨간 줄이 둘러쳐 있다.

연 1만여명의 유아들이 숲 체험 교육을 받는 유아숲체험원에 10년간이나 간이화장실 1개뿐인 채로 방치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유아 숲교육은 최근 탄소중립 교육과 맞물려 아이들의 창의성과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인지적(IQ)·정서적(EQ)·사회적(SQ) 자아개념을 키워주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그 추이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산림청 집계에 따르면 숲교육을 받은 유아는 2015년 약 20만명에서 2024년 약 257만명으로 무려 13배가 증가했으며, 현재 국립 91곳, 공립 391곳, 사립 12곳 등 494곳으로 유아숲체험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청주시에는 현재 구룡, 옥화, 용정, 솔밭공원, 상당산성, 미동산 등 5곳에 체험원이 있다.

이중 구룡 유아숲체험원(청주시 서원구 성화동 17-4)은 구룡터널 입구 성화주공아파트 단지 맞은편 2016 버스승강장(세광중고교~성화주공아파트~충대병원) 뒤편에 있다.

 

▲ 성화주공아파트 맞은편 도로변 구룡유아숲체험원 입구. 공사 가설벽이 설치돼 있다.

사방이 도로변인데다 지난 1일 시민들의 제보로 동양일보 취재진이 찾은 현장은 입구에 사유지 공사로 가설벽까지 설치돼 통행 안전이 우려스럽기까지 했다.

공사장 입구를 따라 100여m 앞쪽에 걸린 ‘구룡유아숲체험원’이라는 현수막이 걸린 길을 따라 숲길을 200여m 올라가면 ‘신나는 숲체험’ 현수막 앞으로 인디언집, 오르기체험, 버마다리, 미로놀이, 밧줄놀이, 나비의자, 물레방아, 숲속교실, 연못 등이 그려진 안내표지판이 서있고 바로 그 앞으로 마지막 코스인 ‘구룡 유아숲 체험원 대피소’가 있다.

 

▲ 구룡 유아숲체험원 내 안내표지판
▲ '보은국유림관리소'라고 쓰인 안내표지판
▲ 구룡 유아숲체험원 어린이 체험장 전경

이곳에 체험원 조성 필수시설인 목재구조의 간이시설 화장실 1개가 들어가 있는데 그마저도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과 함께 빨간 줄이 둘러져 있다.

안내표지판마다 ‘보은국유림관리소’라 쓰여 있어 이곳은 청주시 소재지만 관할은 국유림 관리소다.

핵심은 2016년 조성된 이 구룡 체험원이 있는 국유림 5만4801㎡(1만6577평) 안에 산림교육법 적용을 받지 않는 시유지 4463㎡(약 1350평)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 '구룡유아숲체험원' 현수막 아래 데크계단을 올라서면 첫번째 시유지(평지)가 나온다.
▲ '구룡유아숲체험원'이 있는 국유림 내 두 번째 시유지
▲ '구룡유아숲체험원'이 있는 국유림 내에는 이런 평지(시유지)가 계단 형태로 네 곳이 연결돼 있다.

관리소 관계자는 “산지법상 유아숲 체험원 조성 산림에는 수도시설 등을 할 수가 없어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간이화장실 1개만을 설치했다”면서 “지난 한해에만 구룡체험원을 이용한 유아가 8864명에 달하고 10년간 수만명의 방문자들의 불편이 심각해,  지난 5월 직접 시를 방문해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청주 시유지(평지)에 화장실 설치 협조를 요청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취재진과 1차 통화에서 “구룡은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고 전화를 끊었고, 2차 통화에서는 또 다른 관계자가 받아 “다른 과는 모르겠으나 보은국유림관리소서 우리 과를 찾아온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분홍색 구역이 구룡유아숲체험원이 있는 국유림이고 빨간색 구역이 청주 시유지.

이곳에서 만난 (청주시청 공무원으로 퇴직했다는) 한 시민은 “청주시 소유라는 것은 청주시장이나 어느 관료 개인의 것이 아니라 청주시민의 것”이라며 “요즘 일부 공무원은 (관련부서 일도)내 일이 아니면 아예 알아보거나 할 생각을 안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경향이 있다”며 “공무원 행태가 점입가경이고 행정이 제대로 돌지 않으니, 욕은 시장이 먹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몫이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아이를 데리고 왔다는 권모(48·청주시 우암동)씨는 “체험원을 이용하는 아이들이나 보호자들, 산책하는 시민들이 저 한개의 화장실로 어떻게 생리현상을 해결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청주시의 행정부재 작태를 지적했다. 
박현진 기자 artcb@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