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이강산 다큐 사진작가·시인

“여인숙, 그곳에서 사람을 배웠습니다” “사진은 삶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삶은 결국 사람입니다.”

2025-08-04     도복희 기자
▲ 다큐 사진작가이자 시인 이강산 <사진 도복희 기자>

20여 년째 한국 사회의 뒷골목과 철거 직전의 공간을 오가며 ‘사람’에 천착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강산(66·사진).
동시에 그는, 여인숙이라는 공간에서 건져 올린 삶의 단면을 시로 기록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현재 5~11월 부여 신동엽문학관 상주작가로 머물며, 그는 ‘여인숙’이라는 극한 생존 공간 속 삶의 진실을 사진과 언어로 동시에 기록해나가고 있다.
그는 “문학기행으로 자주 찾던 부여는 제게 아주 특별한 고장”이라며 “고요하고 정제된 백제 고도의 분위기, 신동엽문학관의 깊이 있는 사료와 공간은 작품활동에 큰 울림을 준다”고 전했다.
상주작가로 머물며 여인숙 연작 시집 원고도 함께 집필 중인 이 작가는 “신동엽 시인이 민중의 삶을 시로 포착했듯, 저 역시 사진과 언어로 극한의 삶을 기록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인숙 연작 2집 사진집을 준비 중이며, 오는 10월 서울을 시작으로 11월 대전, 12월 세종에서 초대 사진전을 열 예정이다.
이강산 작가의 대표작, 휴먼다큐 사진집 <여인숙>은 ‘달방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
여인숙은 대부분 도시 외곽의 철거 예정지에 위치하며, 한 평 남짓한 방에서 냉난방조차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사람들의 생존처다. 작가는 이 공간에 ‘손님’이 아닌 ‘가족’으로 들어갔다.
그는 2007년 포항 구룡포의 매월여인숙에서 첫 셔터를 누른 이후, 전국의 전통 여인숙을 찾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대전 대덕여인숙의 0.8평 달방에서 1년 간 직접 거주하며, 철거 위기의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잤다.
“내부자의 시선 없이 실존의 진실은 결코 포착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곧 작업 철학이다.
그의 시선이 이런 방향으로 향하게 된 계기는 자전적이다. 강제징용 피해자였던 부친은 평생 오일장 장터를 전전한 장돌뱅이였다. 작가 역시 철거 예정지를 떠돌며 신탄진역 앞 숙박업소 근처에서 30여 년을 살았다. ‘떠돌이의 삶’은 그에게 낯선 것이 아니다.
그는 여인숙 사람들을 단순한 ‘촬영 대상’으로 만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한 집안의 평범한 가장이고 누군가는 이웃의 착한 사람이고 누군가는 폭력에 지친 노인이었다. 그런 이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려면 카메라보다 먼저 마음이 다가가야 했다. 촬영을 허락받는 데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 그는 인권 문제에도 민감하다.
이 작가는 “얼굴과 실명은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 데 인권을 고려해 얼굴과 이름을 감춰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사진으로 불행을 보여주는데 그쳐선 안 되고, 그 삶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는 그는 대신 여인숙 골목을 다니며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이 허락한 순간에만 셔터를 누른다.
그에게 여전히 작업은 고행이다. 후원이 부족해 달방 사람들을 도와줄 수 없는 현실은 늘 안타까움이다.
그의 아내 이영수 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 여인숙 주민들에게 떡국과 어묵탕, 비빔국수 등을 나누고 목욕 봉사를 함께 하고 있다.
이 작가는 “아내는 처음엔 저를 미친 사람처럼 봤지만, 지금은 저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 작업을 이해하고 동행해주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그는 1587일 동안의 ‘달방일기’를 쓰며, 여인숙이라는 공간 안에서 ‘인간의 시간’을 시와 사진으로 기록해 나가는 중이다. 부여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