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주장/ 공공지원 민간임대, 솔로몬의 지혜를

2025-08-07     동양일보

민간의 장기임대주택 유형인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장의 임대의무기간 종료 시점이 속속 다가오고 있지만 분양 전환이나 매각 등 사업 청산과 관련한 기준이 없어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사업자는 수익을 높이기 위해 시세 수준의 분양 전환을 원하고, 임차인은 임대로 계속 거주하거나 싼값에 분양 전환받기 원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임차인과 사업자간 갈등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중산층에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도입된 공공지원 민간임대가 주택도시기금 부족과 공공성 논란 사이에 계륵(鷄肋) 신세가 되고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은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가 전신이다.
공공임대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이라면, 뉴스테이는 월세화 시대를 맞아 중산층의 주거 안정과 주거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주택도시기금과 민간 사업자가 자본금을 출자하고, 임대리츠를 설립해 공동 운영하며 주변 시세의 90% 이내에서 8년 이상 장기 임대를 제공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공급 면적도 공공보다 큰 중형 위주로 건설됐고, 임대 신청 시 임차인의 청약통장이나 무주택자 여부 등도 따지지 않았다.
이러한 뉴스테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분양전환 또는 매각 시 사업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준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공공성이 강화된 지금의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바뀌었다.
주택도시기금이 지원되는 만큼 초기 임대료를 규제하고, 무주택자와 신혼부부·청년 위주로 분양자격이 강화됐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사업 유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공사의 공공택지 공모형,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제안 공모형, 정비사업 일반분양분이 대상인 정비사업연계형, 공급촉진지구형 등 총 4가지로 나뉜다.
HUG에 따르면 2014년 제도 도입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약 10년간 기금 출자가 완료된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장은 총 143곳, 10만7093가구에 이른다. 이곳에 투입된 주택도시기금은 6조320억원에 달한다.
도입 초기에는 LH 공공택지 공모 방식이 대세였으나 2023년 이후부터는 HUG 민간제안 방식이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고, 미분양이 크게 늘며 사업성이 떨어지자 건설사들이 공공택지 분양 용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분양시장이 침체한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LH 공공택지 공모 방식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신청은 5건에 불과한 반면, 민간 제안 방식의 기금 지원은 24건으로 5배에 가깝다.
현재도 기금 출자를 기다리는 사업장은 쌓이고 있지만, 기금 부족 문제가 맞물리며 집행 실적은 저조하다.
현재 LH나 HUG 공모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기금 출자를 기다리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장은 전국적으로 총 28곳, 2만여 가구에 이른다.
정부는 올해 건설업계 지원을 위해 공공지원 민간임대에 6000억원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금 부족 문제로 기금투자심의가 지연되며 8월 현재까지 집행 규모가 3000억원을 밑돈다
업계에서는 전세사기 문제와 디딤돌 등 정책자금 대출 확대 이후 주택도시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공공지원 민간임대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새로운 기업형 임대 유형으로 20년 장기 임대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입지가 더 애매해졌다.
정부가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한 공급 대책에서도 공공지원 민간임대 지원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들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허종식, 이강일 의원이 발의한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분양전환 시 거주 중인 임차인 중 무주택자에 우선 분양하고, 분양전환 가격 산정시 감정평가사를 사업자와 임차인이 각각 선정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국토부는 갈등이 예상되는 임차인에 개별 분양을 하지 않고 주택을 공공임대사업자나 리츠 등에 통매각을 하는 방안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임차인의 거주 안정은 최대한 보장하면서 사업자에게는 안정적인 출구를 보장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