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산 와인 품종의 다양화를 위한 새로운 해법

차정문 충북농업기술원 와인연구소 가공이용팀장

2025-08-12     홍승태 기자

최근 한국 와인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산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양조용 포도 품종의 다양성과 적합성은 여전히 국내 와인 산업의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국내에서 널리 재배되고 와인 제조에 사용되는 포도 품종은 캠벨얼리, 청수, MBA(Muscat Bailey A) 등이며, 이들 포도로 만든 와인은 소비자에게 친근한 향과 맛, 그리고 우리나라 기후 적응성과 수량성 등이 뛰어나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나 좀 더 다양한 특색을 지닌 와인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포도 품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지아(Georgia) 품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지아는 8000년 이상의 와인 양조 역사를 지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 중 하나로, 500종이 넘는 자국산 품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조지아 품종은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도 잘 자라며, 독특한 풍미와 향미를 가진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한국은 조지아 와인의 아시아 내 주요 신흥 시장으로 꼽히며, 최근 3년간 수입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급화된 소비자층의 확산과 함께, 자연발효·오렌지 와인 등 차별화된 와인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는 추세다.
조지아는 한국과 유사한 대륙성 기후와 고도 차이를 가진 지역이 많다. 대표적인 적응 품종으로는 사페라비(Saperavi)와 르카치텔리(Rkatsiteli)가 있으며, 이들은 각각 적포도와 백포도로, 내한성과 병해 저항성이 뛰어나다. 사페라비는 깊은 색감과 높은 산도, 타닌감이 좋아 숙성도가 높은 레드와인을 만들 수 있고, 르카치켈리는 청량한 산도와 은은한 사과, 배, 허브 향이 돋보여 화이트와인 생산에 적합하다.
실제로 최근 몇몇 국내 와이너리에서 시험적으로 조지아 품종을 도입해 소규모 생산을 시작했고, 좋은 평가를 받으며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이 점점 더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찾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어, 조지아 품종은 품종 확대의 틈새를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조지아는 전통적인 크베브리(Qvevri) 양조 방식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점토 항아리에 포도와 껍질, 줄기 등을 함께 넣어 발효와 숙성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풍부한 향과 복합적인 구조의 와인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전통 양조법은 한국의 장독대 문화와도 어느 정도 상통하는 면이 있어, 지역 농업 및 발효 문화와의 접목 가능성도 충분하다.
와인연구소는 국내 양조용 품종 다양화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포도연구소에서 3년(2016~2018년)간 수집한 조지아 품종 유전자원 30여종을 분양받아 국내 환경 재배 적응성 검토 및 양조적성을 평가하고 있다. 올해 3월 전문가 평가를 통해 화이트와인으로 고룰라(Gorula), 부다슈우리(Budeshuri), 레드와인으로 치키스크버츠카(Chitiskvertskha) 품종을 가능성 높은 품종으로 선발하였다. 올해 말에는 이들 포도 품종의 적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양조 방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 와인 산업이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