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세이/ 청소 중입니다
배세복 시인
필자와 아내는 맞벌이 부부다. 당연히 결혼 초부터 집안일을 나누고 있다. 아내는 주로 주방일을 하고 필자는 청소와 분리배출을 한다.
이제 필자는 청소에 웬만큼 도가 텄다. 아내가 할 때보다 더 깨끗한지는 모르겠으나 훨씬 빨리 청소하고 분리 배출할 품목은 웬만해서는 집안에 남겨두지 않는다. 청소를 계속하다 보니 그렇게 어렵거나 하기 싫은 것도 아니다. 아마 아이들이 자라서 집을 떠나 덜 어지럽히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청소에 대한 필자의 애착은 조금 과한 것이기도 하다. 학교에서도 그러기 때문이다. 청소하지 않은 교실이나 복도를 보면 화가 치민다. 더욱이 그게 서로의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화를 버럭 내기도 한다. 가령 복도에서 학급의 경계선 부분은 서로 청소해서 더 깨끗해야 하는데, 서로 미루어서 그 부분이 가장 더러운 경우 등이다.
어느 해인가는 학년말에 하는 학생의 교원 평가에 청소 지도 좀 그만하고 상담이나 더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비난 같았다.
필자는 추측해 보았다. 그해 학기 초 3월에 기초 상담을 하였다. 한 학생이 자신이 간혹 어지러운 증상이 찾아온다고 하였다. 그럴 때는 자신이 조금 엎드려 있다가 늦게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하였다. 교무수첩에 별표까지 쳐 놓았다. 어느 청소 시간에 한 학생이 엎드려 있었다. 지금 청소를 안 하고 뭐 하냐고 호통쳤다. 동시에 얼굴이 창백한 그 학생이 일어났다. 아뿔싸! 필자는 그 사실을 잊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까 그 학생이 평가에 그렇게 쓴 것으로 추측이 된다.
요즘은 학교 청소도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학급 환경 미화라고 해서 교실 뒤편 게시판을 꾸미고 대청소를 시행하는 일이 학기 초에는 꼬박꼬박 통과의례처럼 지나갔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 아마 그 일이 담임 교사와 학생들을 괴롭히는 일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화장실 청소는 외부 용역 고용자에게 맡겨서 학생들이 화장실 청소를 하지 않는다. 당연히 벌 청소라고 해서 방과 후에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일도 사라졌다. 게다가 교무실 청소도 분리배출을 하는 일 외에는 선생님들이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청소하는 방법에 대해서 학생들이 점점 더 몰라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복도에 얼룩이 져 있어서 바닥을 좀 닦으라고 하면 학생들이 뭐로 닦냐고 물어본다.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면 물티슈로 그 넓은 바닥을 닦으려고 한다. 그래서 자세히 알려주어야 한다. 고등학생인데도 말이다. ‘수돗가에 가서 대걸레를 빨아서 그걸 가지고 와서 박박 닦아라.’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요 몇 년간은 학급 청소를 하고 나면 담임인 필자가 청소를 마무리한다. 뭐라 뭐라 하는 것도 힘들고, 필자가 더 빨리 마무리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정해놓은 청소구역대로 청소하고 나면 필자는 정전기 청소 포가 달린 밀대를 가지고 와서 먼지를 민다. 온갖 먼지들, 특히 머리카락이 우수수 달라붙는다. 그리고 그 먼지들을 빗자루를 이용해 쓰레받기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러면 학급 학생들이 이렇게 말한다. “우와 선생님 청소 정말 잘하시네요. 꼭 우리 아빠 같아요! 이상형이에요.” 그러면 필자는 “어이구, 이 웬수들아”라고 하고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대꾸한다. “선생님 칭찬해 드렸는데, 왜 저희가 웬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