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수영과 건강: 즐거움 속에 숨어 있는 의학적 의미

이상호 청주 프라임병원장

2025-08-17     동양일보
▲ 이상호 청주 프라임병원장

요즘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영장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시원한 물속에서 더위를 식히고 동시에 운동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영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수영은 단순한 운동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여름철이 되면 안타깝게도 익사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물놀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어릴 때부터 수영을 배워두는 것은 생존 기술을 익히는 동시에 평생 건강을 위한 좋은 습관이 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수영이 주는 장점과 함께, 자칫 간과하기 쉬운 의학적 문제와 안전 수칙을 다루고자 한다.


전신운동으로서의 장점

수영은 팔, 다리, 몸통, 호흡근을 동시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전신운동이다. 물의 부력은 체중 부담을 줄여 관절에 무리를 최소화하며, 이는 특히 무릎이나 척추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큰 장점이 된다. 물속 저항은 근육을 고르게 강화시키고, 유산소 운동 효과도 뛰어나 심폐 기능을 증진시킨다. 또한 일정한 호흡 리듬은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준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자세 교정과 신체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노인에게는 낙상 위험을 줄이고 근육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운동으로 권장된다. 다만 장점만큼이나 주의할 점도 있어,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절한 강도와 영법을 선택해야 한다.


수영과 관련된 흔한 질환과 영법별 부담

수영은 전신에 좋은 운동이지만, 특정 영법은 관절이나 근육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1. 자유형·접영과 어깨 부담
자유형과 접영은 팔을 머리 위로 크게 젓는 동작이 반복되며, 어깨 관절과 회전근개 근육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준다. 이로 인해 ‘수영자 어깨(Swimmer’s Shoulder)’라 불리는 충돌증후군이나 회전근개염이 발생할 수 있다. 어깨 통증이 있거나 회전근개 손상이 있는 환자는 자유형·접영을 장시간 반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2. 평형과 무릎 부담
평형은 ‘개구리차기’라 불리는 발차기 동작에서 무릎을 좌우로 크게 벌리는데, 이때 내측 측부인대와 연골에 반복적 압박이 가해진다. 따라서 ‘수영자 무릎(Breaststroker’s Knee)’이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무릎 통증을 흔히 유발한다. 무릎 관절염이나 반월상연골 손상이 있는 사람은 평형을 피하는 것이 좋다.

3. 어깨가 좋지 않을 때 추천 영법
어깨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어깨 회전이 적은 평형이나 배영이 적합하다. 배영은 자유형과 유사하지만 호흡이 편하고 팔 움직임이 부드러워 어깨 충돌 위험이 적다. 평형도 팔 동작이 크지 않아 어깨 부담을 줄여준다. 단, 무릎 질환이 없는 경우에 한해 권장된다.

4. 무릎이 좋지 않을 때 추천 영법
무릎에 부담이 큰 평형 대신 자유형이나 배영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두 영법 모두 다리를 위·아래로 뻗어 차는 ‘플러터킥’ 위주라서 무릎의 비틀림이 거의 없다. 특히 자유형은 무릎 부담은 적으면서도 심폐 기능 강화 효과가 크다.

수영장에서 자주 나타나는 기타 의학적 문제

외이도염(수영귀): 귀에 물이 고여 세균이 번식하면 염증과 통증이 생긴다. 예방을 위해서는 수영 후 귀를 잘 말리고 필요 시 귀마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피부 질환: 수영장 소독제의 염소 성분은 피부 건조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수영 후에는 반드시 샤워와 보습제를 해야 한다.
호흡기 문제: 실내 수영장의 습기와 소독제 냄새는 천식 환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증상이 있다면 환기가 잘되는 환경을 고르거나 야외 수영을 권장한다.
근육 경련(쥐): 체온 저하, 탈수, 무리한 운동은 근육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준비운동과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안전을 위한 의학적 조언

수영은 건강 증진 효과가 크지만 안전이 전제되지 않으면 위험한 운동이 될 수 있다.
준비운동 필수: 가벼운 스트레칭과 관절 풀기는 어깨·무릎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체력에 맞는 강도 조절: 지나친 경쟁심은 오히려 부상을 부른다.
질환이 있는 경우 의사 상담 후 운동: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 환자는 갑작스러운 수중 운동이 위험할 수 있다.
안전 수칙 준수: 어린이나 노약자는 반드시 안전 요원 관리 아래 수영을 해야 하며, 수영 실력과 무관하게 익사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수영 교육의 예방 효과

수영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생존 기술’의 성격을 가진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영을 배운 아이들은 물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매년 발생하는 물놀이 사고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여름철 해수욕장이나 계곡에서의 사고는 순간의 방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수영 교육과 안전 수칙을 몸에 익히는 것은 개인의 평생 건강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투자라 할 수 있다.

결론

수영은 효율적인 전신 운동이자 관절에 부담을 줄이면서도 체력 증진 효과가 뛰어난 스포츠다. 그러나 자유형·접영은 어깨에, 평형은 무릎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영법 선택이 중요하다. 어깨가 좋지 않다면 평형이나 배영을, 무릎이 좋지 않다면 자유형이나 배영을 권장한다. 또한 외이도염, 피부질환, 호흡기 문제 등 환경적 요인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수영은 단순히 ‘건강 운동’이 아니라 생명을 지켜주는 기술이다. 매년 반복되는 익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어릴 때부터 수영을 배우는 습관은 권장할 만하다. 올바른 준비운동, 위생 관리, 안전 수칙 준수와 함께한다면 수영은 즐거움과 건강, 그리고 생명을 지켜주는 최고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