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세이/ 원하는 현실을 만들려면

박용진 시인

2025-08-20     동양일보
▲박용진 시인

삶은 목표를 향한 노력과 결과로 평가한다. 열심히 살았음에도 만족하지 못한 평가로 낙담하기도 한다. 누구는 금세 목표치 이상의 성과와 성취감에 기뻐하는데, 나는 왜, 추진하는 일이 막히고 뜻하지 않은 장애에 부딪히기만 하는 걸까.

카밀로의 저서 <당신의 현실에는 이유가 있습니다>(정신세계사. 2022)에서 저자는 인간에겐 4대 욕구가 있다고 한다. 보장 욕구와 분리 욕구, 자극 욕구, 인정 욕구이다. 이들 욕구는 불안, 외로움 같은 가짜 감정과 더불어 에너지 상태를 유지하며 인간의 삶을 조정한다. 관념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며, 이는 욕망으로 변질되어 사라지기 어려운 상태를 지속시킨다고 말한다.

필자의 지인의 경우를 살펴보자. 어린 나이에 부모와 일찍 헤어진 후 여기저기를 전전하며 많은 일을 했다. 머리가 좋았지만 학업을 중단한 채 일을 한다는 게 힘들었지만 나름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갔다. 나이가 들어서는 주변인들에게 왕따를 당한 경험을 토로하며 무척 서러워했다.

아주 어릴 적 집안이 부자여서 다니던 학교에 부모님이 동상을 세우고 많은 기부를 했었다. 그 후 가세가 기울어서 학업도 그만두고 직업현장으로 뛰어들었지만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었다. 지인은 부모님 세대에서 행한 큰 기부에 우쭐해하며 이를 늘 인정받고 싶은 상태로 살아왔다. 자신도 모르는 오만하기까지 했을, 이러한 인정욕구는 인정받는 순간 사라지기에, 두려움이라는 가짜 감정을 장착하여 계속 인정받고 싶어 하는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인정욕구가 가져온 두려움은 지인의 배경 의식이 되었으며, 오히려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만들어내게 되어, 지인은 주변에서 인정 받기는커녕, 인정받지 못하거나, 왕따까지 당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카밀로의 지적과 비슷하다.

욕망을 비롯한 가짜 감정은 두려움을 먹고 살아간다. 스스로도 알지 못하게 의식의 깊은 곳에서 자리한 상태로, 의식 전반을 잠식했기에 오히려 원하는 일은커녕, 되려 원하지 않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자신을 알기는 어려운 법이지만 먼저 스스로의 의식을 면면이 살펴본다. 내가 처한 상황과 현실에서의 내 행위가 부적절하지 않았는지, 그다음으로는 나의 결핍이 만든 욕구가 얼마나 많이 자신의 의식을 채우고 있는지 알아본다.

김충래 시인은 작품 <티끌 연서戀書, 시집 눈물 사용 시 주의 사항>에서 '우주먼지로 빚어진 당신과 나'라고 했다. 인간 신체를 놓고 보더라도 행성을 이루는 요소나 인간을 이루는 물질은 다르지 않다. 만물을 구성하는 미립자는 모두 같은 것이다.

모든 사람은 이미 인정을 받았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구나 귀한 사람이다. 더 많은 목표를 이뤄내는 일은 선택일 뿐이다. 우리는 종교적 절대자로부터 비롯했다거나, 모든 만물은 이어져 있다는 과학적 논리는 모두 맞는 말이다. 종교인이라면 기도(prayer)를 하든지, 명상을 하든지, 이 우주는 우리의 신호에 반드시 응답한다. 1988년 제작한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영화 <끝없는 이야기>(never ending story)에서 주인공이 자신만의 상상으로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좋은 현실을 만들어 내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

나름의 목표를 향해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감은 복을 짓는 일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일궈낸다. 자신의 의식이 알게 모르게 성취를 향해 있기 때문이다. 두려운 마음이 들더라도, "이는 가짜다."라고 단정 지으면서 두려운 마음의 근원인, 나의 결핍에서 비롯한 욕망이 자리 잡지 않았는지 살펴보며, "나는 사랑으로 충만한 존재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전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