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정대위 청주광림교회 담임목사

“영성은 특별한 게 아니라 건강한 일상을 이웃과 함께하는 것”
서른둘 타지 출신 담임목사, 호구조사부터 시작 ‘한동네 주민’으로
녹색교회로 생태 목회 병행 “지구촌 살리는 것도 하나님의 계시”

2025-08-24     박현진 기자
▲ 정대위 청주광림교회 담임목사

지금은 청주시 가경동으로 옮겨간 옛 복대초 울타리 바로 옆으로 아담한 카페가 있다. ‘THE 나눔 카페’(청주시 흥덕구 풍산로 153).

카페라는 간판만 보고 별생각 없이 들어가면 여느 카페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 카페 한켠,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온돌방 같은 공간에는 몇몇 아이들이 마치 자기 집인 양 엎드리고 누워서 핸드폰이나 책을 보고, 그 옆 나무계단에는 30~40대쯤의 두 여성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쪽 벽면에 ‘가장 큰 선물 예수그리스도’라는 커다란 글씨가 보이고, 출입구 쪽 ‘우리마을 사랑방 이용수칙 안내판’에는 ‘카페를 열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쪽지들과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활용해 햇볕을 차단하고 실내온도를 낮추자’는 ‘지구를 위한 행동강령’ 포스터가 붙어 있다.

 

그렇다. 이곳은 청주의 녹색교회 중 한 곳이자 한국기독교장로회 충북노회 소속인 ‘청주광림교회’가 교회 건물 1층에 조성한 개방형 동네 사랑방 카페다.

그곳에서 정대위(37) 담임목사를 만났다. 보통 40대에 담임목사가 되는 것을 감안하면 정 목사는 상당히 젊다.

그도 그럴 것이 정 목사는 1988년 경기도 부천의 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한신대를 졸업하고, 2017년 스물아홉에 청주 우암교회 전도사로 파송됐다. 부목사를 거쳐 서른두 살 때 지금의 광림교회 2대 담임목사로 청빙됐다.

당시 30여명 신도들의 ‘유별난 시선’을 느끼며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교회가 속한 복대2동에 대한 ‘호구조사'.

매일 골목골목을 걸으며 동네를 파악하고 행정복지센터, 흥덕구청, 청주시청, 통계청 홈페이지를 통해 동네 유래부터 시작해 인구, 분포도, 특징 등을 조사했다. 그러면서 타지역에 비해 1인 가구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과 쓰레기, 주차, 소음 등으로 주민 간의 갈등이 있음을 알게 됐다.

생태 목회부터 실천하자 마음먹었다.

복대초 이전(2023년) 전까지 학교 울타리 밑의 불법 쓰레기부터 치워나갔다. 악취에 지저분한 환경은 아이들한테도 좋을 리 없다. 날마다 줍고 치우고 쓸었다.

 

이주민이 많은 동네 특성을 고려해 중국어, 영어 등으로 ‘쓰레기 버리는 방법’ 등을 안내문으로 만들고 현수막을 걸고 배너도 세웠다.

그리고 한 달가량 매일 저녁 그곳에 서 있었다.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청소를 하고 있는데도 괘념치 않고 쓰레기를 휙 집어던지고 가던 사람들이 어느 때부턴가 정 목사를 보고는 저만큼에서 돌아서 갔다. 쓰레기도 버리지 않았다.

깨끗해진 마을 덕분에 ‘모범시민상’도 받고 복대동 열 군데 주민자치위원회에 사례가 파급되고 다른 동네서 벤치마킹까지 왔다.

 

▲카페 전경
▲카페 한켠에 조성된 열린 온돌방.
▲따로 주인이 없는 카페 주방
▲카페 입구에 붙어있는 '우리마을 사랑방 이용수칙 안내판'

‘젊은 목사가 많이 뛰어다닌다’는 소문이 나자 2022년 청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지원하는 ‘마을 복지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십수 년 이상 봉사로 잔뼈가 굵은 부모님 같은 분들을 이끌고 ‘해피DAY팡팡’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1인 가구 남성들이 서로 만나고 소통하게 했다.

 

이어 고독사 예방을 위해 아침 한끼 같이 하는 ‘다함께 알콩달콩 조식’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매년 1주일에 한 번씩, 10회에 걸쳐 운영하는 행사에 새벽부터 음식을 준비한 봉사회원들, 언제부턴가 ‘젊은 목사’를 전폭 지지해 준 광림교회에서 주방과 식사 공간 이용을 허락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

가장 큰 성과는 소통이었다. 지역의 유지들이 봉사자로 합류하며 자연스럽게 민원이 전달되고 해결되기도 했다.

사회복지사인 아내 김효선(43)씨와의 사이에 3녀를 뒀지만 1년 365일 열리는 새벽 예배 설교 준비와 대학원 박사과정 논문 준비로 거의 매일을 교회에서 밤새우고 있다는 정 목사.

그는 “내게 할 일이 주어지는 것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상(賞)과도 같다”며 “신앙을 실천한다는 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이웃과 함께 이어가는 것이고 그게 곧 영성”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