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눈부신 종소리, 그리고 발자국
방병철 / 단양군 정무보좌관
새벽이 온다. 새벽은 종소리의 몸에서 태어난다. 쇠로 만들어진 울림이 아니다. 산허리를 긁고 강을 뒤집으며 번지는, 사람의 심장 같은 울림이다. 얼음 같은 이마로 문을 두드리고, 불꽃 같은 손바닥으로 가슴을 치며, 강물의 폐 속에 숨을 부어 넣는다. 그 숨이 마을의 첫 빛이 되어 번진다.
반세기 전, 한 마디가 뿌려졌다. 잘 살아보세. 그 말은 씨앗보다 사나운 짐승이었다. 길을 물어뜯고, 지붕을 등에 업고, 흙 위에 웃음을 뿌리며 움직였다. 그렇게 단양이라는 뼈와 살이 세워졌다.
단양군 새마을 가족. 오창수 회장의 새마을회, 임일철 회장의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심종진 회장의 새마을부녀회, 오동일 회장의 직장새마을운동협의회, 박금옥 회장의 새마을문고지부, 유준희 사무국장의 사무국. 그들의 이름은 벽이 아니다. 살아 있는 심장이다. 뛰면 길이 생기고, 숨 쉬면 불빛이 켜진다.
그들은 어제를 기념하지 않는다. 오늘의 금을 메우고 내일의 숨을 심는다. 담벼락의 틈에 손을 넣어 묵은 온기를 살리고, 홀몸 어르신 마당에는 장작의 척추를 세운다. 아이들의 책장에는 새 책 냄새를 풀어 놓는다. 강의 머리카락을 빗겨 물길을 빛나게 한다.
낡은 지붕 위에서, 젖은 장화 속에서, 그들은 묵묵히 자신의 이름을 지운 채 일한다. 손끝이 부서질 때까지. 숨이 강에 번질 때까지.
잘 산다는 말은 시대마다 껍질을 바꾼다. 어제의 껍질은 쌀독, 기와, 전깃불이었다면, 오늘의 껍질은 웃음, 안부, 흙, 강이다. 단양군 새마을 가족은 그 껍질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새 생명을 깨운다.
그들의 발자국은 단양을 벗어나 지구 반대편 골목까지 번져 간다. 거기서도 잘 살아보세라는 말이 메아리친다. 종소리가 산을 돌아오는 것처럼, 그들의 땀 냄새가 들고양이처럼 돌아온다.
“단양은 소멸의 경계에서 새롭게 변화하고 혁신할 것입니다. 생활인구가 늘고, 젊은 목소리가 돌아오며, 마을에 웃음이 번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변화는 ‘새벽 종이 울렸네 / 새 아침이 밝았네 / 너도 나도 일어나 / 새 마을을 가꾸세 / 살기 좋은 내 마을 / 우리 힘으로 만드세’라는 군민의 의지와 하면 된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김문근 군수님의 목소리가 바람 속에 잔잔히 퍼져 나간다.
그 웃음 뒤에는 그림자가 있다. 그림자는 손이 되어 길을 닦고, 눈이 되어 벽을 세우며, 숨이 되어 불빛을 켠다. 그들은 이름보다 마음으로 불린다. 사진보다 먼저 표정이 떠오르고, 직함보다 목소리가 남는다. 굳은살이 그들의 족보다. 그 굳은살이 단양의 미래를 빚는다.
나는 안다. 단양의 새벽 종소리는 쇠의 울림이 아니다. 사람 손끝에서 피어나는 심장박동이다. 그 손끝이 길이 되고, 그 길이 마을이 되고, 그 마을이 또 다른 사람을 품는다.
그들이 걸어온 길은 사람을 만드는 척추였다. 이름이 사라져도, 직함이 사라져도, 그들이 심은 나무는 가뭄 속에서도 깊이 숨 쉬며 자란다.
눈부신 종소리는 여전히 산허리를 넘어 강으로 번진다. 발자국은 오늘도 단양의 길 위를 기어간다. 그 길 위에서 사람들의 심장이 내일의 씨앗을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