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 친절도 청렴이다

장대수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2025-09-07     이태용 기자
▲ 장대수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청렴(淸廉)은 흔히 부패하지 않는 마음가짐, 공정하고 깨끗한 행정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청렴이 단지 금품을 받지 않고 규정을 지키는 차원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진정한 청렴은 시민과의 관계 속에서 완성되며, 그 중심에는 ‘친절’이 있다. 친절은 민원인을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이자, 청렴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생활 속 실천이다.
같은 내용을 안내하더라도 무표정하고 형식적으로 대하는 경우와, 눈을 마주치며 성심껏 설명하는 경우는 민원인이 느끼는 신뢰감에 큰 차이를 만든다. 불친절한 태도는 “이 사람이 정말 나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남기고, 이는 곧 행정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친절한 응대는 행정의 투명성을 체감하게 하고, 공직자가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공직 현장에서 친절은 단순히 좋은 인상을 주는 서비스 차원이 아니다. 민원인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불편함을 줄이며, 법과 제도 안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 자체가 청렴의 실천이다. 때로는 법규상 불가능한 요구를 받기도 하지만, 그 이유를 차분히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태도는 거절마저도 신뢰로 바꾼다.
나 역시 민원업무를 맡으면서 친절도 청렴임을 여러 번 실감했다. 행정복지센터에 근무할 때였다. 한 번은 한 노인분이 서류를 준비하지 못한 채 창구를 찾으셨다. 처음에는 서류 미비로 처리가 어렵다는 안내를 듣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셨지만, 절차를 차분히 설명드리고 필요한 양식을 함께 작성해드리자 “고마워요. 덕분에 쉽게 할 수 있었네요.”라는 말을 남기셨다. 법규를 어긴 것도, 규정을 완화한 것도 아니지만, 친절한 안내가 청렴의 신뢰를 만들었던 순간이었다.
청렴을 평가하는 기준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부정부패가 없는지를 넘어, 시민이 행정이 나를 위해 공정하다고 느끼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직자가 먼저 친절을 습관처럼 실천해야 한다. 목소리 톤, 표정, 경청하는 태도, 그리고 신속·정확한 안내까지 모두가 청렴을 드러내는 작은 조각들이다.
물론 친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업무량이 많거나 반복되는 민원으로 피로가 쌓이면 무심코 표정이나 말투가 거칠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훈련이 필요하다. 짧게 심호흡을 하거나, ‘이 민원도 내 가족의 일이라면?’ 하고 생각한다면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청렴은 법과 규정의 틀 안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고, 친절은 국민이 체감하도록 만드는 힘이다. 불친절한 청렴은 냉정함으로 비칠 수 있고, 친절 없는 공정은 형식적인 절차로만 남을 수 있다. 친절과 청렴은 결코 분리될 수 없으며, 오히려 서로를 완성하는 관계다.
이제 청렴을 단순히 부정부패 방지의 개념에 가두지 말고, 생활 속에서 친절로 구현해야 한다. 친절이 일상이 되는 조직,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청렴의 새로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