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청주공항 남 일 아니다

'안전과 성장의 균형'-청주공항 미래를 묻다(2)

2025-09-16     홍승태 기자
지난해 12월 전남 무안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현장

지난해 12월 29일 승객과 승무원 181명이 탑승한 태국 방콕에서 전남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2216편)이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하며 로컬라이저(철근 콘크리트 둔덕)와 충돌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79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비행기 2216편이 무안공항 내 방치돼 있다. /사진 손상훈 기자

 

대한민국 국적 여객기 사고 중 1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참사는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1986년 9월·269명 사망)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1987년 11월·115명 사망) △대한항공 801편 추락 사고(1997년 8월·229명 사망) △중국국제항공 129편 추락 사고(2002년 4월·129명 사망) 이후 5번째 일어난 대형 참사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이유 중 조류 충돌과 짧은 활주로, 랜딩기어 오작동, 로컬라이저(콘크리트 둔각) 위반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와 관련, 연간 누적 탑승객 450여만명을 돌파한 청주국제공항도 무안공항과의 공통점이 드러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참사 원인 ‘버드스트라이크’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리본이 활주로 밖에 걸려 있다. /사진 손상훈 기자 

 

‘버드스트라이크’는 운항 중인 항공기에 조류가 충돌해 발생하는 사고다. 특히 하천과 습지대 등 철새도래지와 가까운 공항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무안공항 참사’도 이 같은 이유로 사고가 발생했다. 실제 무안공항 인근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철새도래지인 무안갯벌습지(113.34㎢)와 창포호, 청계만 등이 위치해 매년 수십만마리가 넘는 철새가 관측되고 있다.
청주공항의 경우 무안과 비교할 순 없지만, 주변에 무심천과 미호천이 흐르고 있어 매년 마다 철새가 찾는다.
청주지역의 문제는 덩치가 큰 철새들이 찾는다는 것이다. 내륙 중심에 위치한 지역 특성상 철새들이 서식하기 편하고 바람 등의 영향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덩치가 큰 철새들이 주로 찾는다.
이 때문에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생태 조류 전문가 김정태 박사는 “가을철 청주를 찾는 철새는 천둥오리, 흼뺨검둥오리, 백로, 왜가리, 가마우지 등 중·대형 조류다. 내륙 중심의 특성상 자연환경이 비교적 안정돼 있어 바람 영향을 적게 받는 대형조류가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여객기 사고에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버드스트라이크가 발생한다면 청주지역은 중대형 조류가 주로 서식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청주공항 버드스트라이크 발생 현황은 총 33건이다.
지역별로는 △김해 147건 △김포 140건 △제주 119건 △대구 38건 △광주 30건 △여수 12건 △울산 12건 △무안 10건 △군산 7건 △사천 5건 △포항경주 3건 △양양 3건 △원주 0건 등이다.
전국공항 기준 현재까지 발생한 사건은 총 623건인데, 연도별로는 △2019년 108건 △2020년 76건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2023년 152건 등이다.

◆조류 충돌… 이용객 ‘불안’

무안공항 활주로 내 설치된 조류 퇴치용 음파기/ 사진 손상훈 기자

 

실제 청주공항도 조류 충돌 사례가 존재해 공항 이용객들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청주발 대만 타이베이(1월)행과 베트남 다낭(5월)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조류 충돌로 인해 각각 지연·회항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김민우(48·청원구 율량동)씨는 “지난해 청주에서도 버드스트라이크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안공항 참사처럼 청주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한 마음에 비행기를 타는 것이 이제는 두렵다”고 말했다.
이에 청주공항은 버드스트라이크를 대비하기 위해 활주로를 공동 사용하는 17전투비행단과 매일 조류 퇴치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17전비는 사병들과 간부들이 산탄총을 활용해 주야로 철새를 퇴치하고 있고, 청주공항은 전문가 8명을 고용, 공기포(소음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국 국제공항 중 두 번째로 짧은 활주로

청주국제공항 전경/ 사진 손상훈 기자

 

청주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744m로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2800m)보다 56m가 짧다.
이 수치는 전국 국제공항 중 두 번째로 짧다. 전문가들은 짧은 활주로는 사고 발생 시 대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장 짧은 전국 국제공항 활주로는 양양국제공항(2500m)이다. 민군 겸용 공항인 데다, 군사보안 등 각종 제한으로 인해 민간 부문 활용에 제약받기 때문에 증설이 사실상 어렵다.
청주공항도 같은 상황이다.
이에 충북도와 청주시 등이 정부에 활주로 연장과 슬롯 확보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협의가 진행된 내용은 없다.
전문가들은 비상 착륙이 필요한 경우 청주공항의 경우 활주로가 짧아 사고에 대비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년간 대형 항공기를 운행한 퇴역 기장 이민철(65)씨는 “비상상황 때 동체착륙의 경우 활주로가 최소 3㎞는 확보돼야 한다. 짧은 활주로는 경력이 많은 기장들도 상륙 때 항상 긴장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로컬라이저’ 안전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무한공항 참사 이후 전국 13개 공항 ‘항행안전시설 특별안전점검’을 진행했다.
참사 당시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받았던 로컬라이저 시설 등을 집중 점검했다.
이 결과 청주공항은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높게 설계되면서 참사를 불러 왔다는 무안공항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청주공항의 경우 매립형식의 구조방식 때문에 안전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국토부는 관계자는 “청주공항의 경우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은 종단안전구역 외(활주로 끝단에서 315m 이격)에 설치됐다”며 “둔덕과 H빔 철골 등 별도 구조물 없이 평지에 매립된 형태로 설치돼 개선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 자치단체 등이 요구하는 짧은 활주의 안전성 문제는 일반 여객기의 경우 활용에 대한 제약이 없다”며 “대형 항공기가 운항되지 않는 지역 공항 규격에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안전’ 판단을 내렸지만, 청주공항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은 안전성 등을 위해 활주로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승태 기자 hongst1125@dy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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