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터널증후군과 방아쇠수지, 스마트 시대의 손 건강 경고등

이상호 청주 프라임병원장

2025-09-17     동양일보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이제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편리함 뒤에는 ‘손목 건강’이라는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최근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손과 손목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손목터널증후군과 방아쇠수지다. 두 질환은 원인과 증상은 다르지만, 일상생활에서의 불편은 물론 치료가 늦어질 경우 손 기능에 영구적 손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손목터널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은 손목 부위에 존재하는 좁은 통로(수근관)를 지나가는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아 발생한다. 정중신경은 손가락의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중요한 신경으로, 압박이 심해지면 손바닥과 손가락의 저림, 찌릿한 통증, 힘 빠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밤에 손이 저려서 잠에서 깨는 경우가 흔하며, 물건을 잘 잡지 못해 자꾸 떨어뜨리는 경우도 많다. 심한 환자에서는 엄지손가락 근육이 위축되어 손 모양이 변하기도 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장시간 키보드와 마우스 사용, 스마트폰 과다 사용뿐 아니라 가사노동, 육체노동, 반복적인 손목 사용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임신부, 당뇨병 환자, 갑상선 질환자에게도 잘 발생한다.
치료는 증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손목 보조기 착용, 약물치료, 물리치료로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진행되면 신경 손상이 회복되지 않을 수 있어, 손목터널을 넓혀주는 수술(절개 혹은 내시경)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 성공률은 90% 이상으로, 제때 치료받으면 일상생활에 빠른 복귀가 가능하다.
방아쇠수지(trigger finger)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이 좁아진 통로에서 걸리면서 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는 질환이다. 손가락을 구부리면 “딱” 하고 걸리고, 펴려고 하면 방아쇠를 당겼다 놓는 것처럼 튕기듯 펴지는 것이 특징이다.
아침에 손가락이 뻣뻣해 주먹을 쥐기 힘들거나, 구부린 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는 증상으로 시작한다. 심해지면 손가락이 아예 구부러진 채 고정돼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주된 원인은 손가락의 과사용이다. 스마트폰을 장시간 한 손으로 잡고 사용하는 습관, 반복적으로 손을 쓰는 직업(주부, 목수, 미용사 등)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당뇨병, 류머티즘성 관절염 환자에게서 더 잘 생기기도 한다.
치료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초기에는 소염제 복용, 물리치료,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로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지속되거나 재발하면, 힘줄이 지나가는 막을 절개하는 수술을 통해 걸림을 해소해야 한다. 수술 후 회복은 빠른 편이며, 재발률도 낮다.
손목터널증후군과 방아쇠수지는 모두 “손을 많이 쓰는 현대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다. 공통점은 반복적이고 과도한 손 사용이 주요 위험 요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차이도 분명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신경이 눌려 발생하는 질환으로, 손 전체의 감각 이상과 근력 약화를 일으킨다.
방아쇠수지는 힘줄이 걸려 발생하는 질환으로, 손가락이 ‘딱’ 하고 걸리거나 구부러진 채 펴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즉, 발생 부위와 병리 기전은 다르지만, 두 질환 모두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손 기능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질환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에서 손을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조금만 신경 써도 발병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첫째 손목 스트레칭 습관, 한 시간마다 5분 정도 손목과 손가락을 펴고 돌려주는 스트레칭을 해준다.
둘째 올바른 작업 환경, 키보드와 마우스는 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조정하고, 손목 받침대를 활용한다.
셋째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 한 손으로 오래 잡고 있지 말고, 두 손을 번갈아 사용한다.
넷째 휴식과 관리, 손이 저리거나 걸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무시하지 말고 손을 쉬게 하고, 필요 시 조기에 전문의 진료를 받는다.
다섯째 기저질환 관리, 당뇨, 류머티즘성 질환 환자는 특히 예방 관리가 중요하다.
손목터널증후군과 방아쇠수지는 단순히 “손이 저리다, 손가락이 잘 안 펴진다”는 불편으로 시작하지만, 방치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심한 경우에는 신경 손상이나 관절 변형까지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고, 생활 습관을 조금만 바꾸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우리의 손은 단순히 물건을 잡는 도구가 아니라, 삶의 질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신체 기관 중 하나다.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손 건강은 더 소중해진다. 독자 여러분도 지금 이 순간 잠시 손을 내려놓고, 가볍게 손목과 손가락을 펴주는 스트레칭을 해보시기 바란다. 작은 습관이 큰 건강을 지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