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장 / 공주보는 ‘억울’하다
포털사이트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공주 백제문화제를 키워드로 넣고 이미지 검색을 하면 압도적으로 많이 보이는 사진은 금강에 띄워진 심야의 ‘황포돛배’다.
‘황포돛배'는 웅진 백제가 위대한 '해상왕국'이었다는 점에서 착안한 콘셉트다.
해마다 백제문화제 기간에 띄워지는 황포돛배의 야경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고 눈부셔 언론과 블로거 및 일반 관광객들이 앞다퉈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다.
공주는 황포돛배를 띄울수 있는 금강이라는 천혜의 자원을 갖고 있는 행복한 도시다. 강을 낀 세계유산 공산성이 그 앞에 우뚝 서 있는 건 진정 신의 한수다.
이 근본적 혜택의 원천은 ‘물’이다. 풍부한 강물을 만들려면 축제장 하류 약 3㎞쯤 떨어진 곳의 ‘공주보’를 미리 막아야 한다.
그걸 모를리 없는 공주시가 ‘자연친화형 축제’를 지향하며 얼마 전 올해 71회 백제문화제 때는 공주보를 막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강물의 양이 적고 모양도 예쁘지 않는 것을 감수한다는 얘기다.
시가 이렇게 결정한 배경에는 공주보를 막아 물을 가둘 경우 하천에 펄이 발생하고 각종 부유물이 생기면서 강이 죽는다는 환경단체 등의 요구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전국의 보를 개방하거나 해체까지 염두에 뒀던 진보진영 정부의 정책적 기조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강, 한자로 ‘錦江’이다. 비단같은 강이다. 비단결처럼 예쁘고 고운 강에서 융성했던 1400년전 백제를 재현하고 싶은 공주시에게 강물 없는 축제는 참으로 뼈아프다. 표현은 않지만 ‘속 터지는’ 일이다. 시민들도 ‘뚜껑 열린’다.
담수를 할 경우 일정부분 강의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수문을 계속 닫는 것도 아니고 1년에 단 한번 열리는 백제문화제 기간의 고작 3주 안팎이다. 그 안에 하천이 회복불능의 영구장애 수준으로 망가질까?
반대로 자연은 또한 위대하리만치 강한 회복력과 자연치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강물을 가두지 못하는 시와 시민들은 환경단체와 정부에 강한 불만을 낸다.
풍부한 수량을 바탕으로 황포돛배 등이 띄워져 안정적인 행사를 치르려면 금강의 수심이 1.5m 이상은 돼야 한다.
하지만 담수를 못하면 강 수위는 급격하게 낮아진다. 심지어 이곳 수심은 40〜50㎝에 불과해지는 경우도 흔하다. 유등 설치도 어렵고 유속도 빨라 안전사고 발생도 우려된다. 200여척의 황포돛배가 보여주는 웅장함의 느낌도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공주보는 ‘억울’하다. 막대한 국가적 예산을 들여 만든 시설을 가장 적절하게 사용할수 있는 기회조차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게 말이 되나? 수문을 계속 닫는 것도 아니고, 축제 기간만 일시적으로 물을 모으는 것인데 그걸 왜 못하게 하는가.
올해는 이미 늦었고, 내년부터 앞으로라도 시와 정부, 그리고 환경단체는 이런 문제를 항구적이고 전향적인 관점에서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공주시민들이 나서서 축제를 아름답고 멋지게 치를수 있는 핵심 자원인 금강물을 일시적으로 가둬 쓸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야 한다.
전국의 관광객이 공주에 찾아와 풍부한 수량이 넘실대는 강줄기를 바라보며 사진 찍고 낭만을 즐기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줄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