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언어로 엮은 ‘우리’의 기록

신진규 산문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우리』 출간

2025-10-03     도복희 기자

 

신진규 작가

 

현장과 관계에서 길어 올린 언어를 따뜻한 생활문학으로 담아낸 산문집이 출간됐다.

신진규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우리가 그것이다.

저자는 건설직 시골 공무원, 실업계 고교 교사, 인재육성 프로젝트 멘토 등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을 가장 한국적인 호칭인 우리라는 말로 묶어낸다.

책은 모두 여덟 갈래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개천절에 만난 사람들에서는 완주의 작은 마을에서 노인들의 목욕을 돕던 경험을, 결혼기념일에서는 88올림픽 무렵 맞선과 결혼에 얽힌 기억을, 나의 과제에서는 공고 3학년에서 공무원 시험을 거쳐 다시 학문으로 이어진 자기 궤적을 담담히 풀어낸다.

교도소에서, 김장철, 10년 전의 그 마음처럼같은 글들은 교육과 교정, 나눔의 현장에서 체득한 관계의 윤리를 보여준다. 뒤이어 친구에게 보낸 편지,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 바다와의 인연등은 가족과 친구, 고향에 대한 기억을 복원하며 우리라는 호칭의 뿌리를 더욱 단단히 한다.

저자는 작품 곳곳에서 화려한 수사를 피하고 생활의 체온을 문장에 스며들게 한다.

교사와 제자의 관계, 봉사와 나눔의 장면, 일과 공부의 궤적은 영웅담으로 소비되지 않고 일상의 성실함으로 기록된다.

해설자들은 이 책을 두고 봉사·교육·노동·나눔을 루틴으로 정착시키는 태도가 문학적 힘으로 전환된 사례라고 평가한다.

책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그는 정년퇴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며, 태평누리 목공 체험공간을 제2의 교단으로 삼아 이어갈 포부를 밝힌다.

두 아들과 손자·손녀에게서 받은 용기를 바탕으로, 나무의 향기와 사람의 온기가 만나는 공동체적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다짐이다.

출간 해설에서는 이 산문집의 제목이자 핵심인 우리에 주목한다. “소유격이 아니라 관계격으로서의 우리를 배우는 일은 곧 함께 사는 기술을 익히는 일이라는 점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오늘 내 자리에서 할 일을 조금 더 잘해 보자는 소박하지만 단단한 결심이 남는다.

신진규 작가는 전주신흥중, 전주공업고, 충남대 건축공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계룡건설과 여러 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

전국중등수석교사협의회장을 역임했고, 전북교육청 목공체험센터장, 전북 무형유산 보존협회 사무총장 등으로 활동했다.

모범 공무원상, 아름다운 선생님 대상, 올해의 스승상, 초아의 봉사 대상등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현재는 아름다운 향목대표로 활동하며 목공 체험과 지역 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우리는 영웅담이 아니라 생활의 기쁨과 보람, 인간성의 존엄을 복권하는 기록이다. 무엇보다 우리라는 한국어가 품은 가장 아름다운 힘을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