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 해외사업 갈수록 커지는 리스크 ‘경고등’
조지아·파키스탄 등 해외사업 누적적자 증가...조지아사업 본공사 착공도 못해
한국수자원공사가 해외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해외 종속기업에서 발생한 손상차손(자산 장부가액이 회수가능액을 초과할 때 그 초과분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회계처리 방식)규모가 5년 새 수십 배 증가할 만큼 부실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수자원공사가 해외사업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자원공사, 해외사업 투자 확대
1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25 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분석(환경노동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해외 수력발전과 상수도 사업에 총 4640억원을 투자해 4개국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수력발전사업이 전체 투자액의 77%를 차지하며, 조지아·파키스탄·솔로몬제도·필리핀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조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사업에 총 2394억원을 투자해 2015년부터 'BOT 방식'(건설·운영 후 이전)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조지아 현지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2024년 말 기준 9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발전소를 건설해 46년간 운영한 뒤 조지아 정부에 이전하는 방식이다.
수자원공사는 또 국내 최초의 수력발전 분야 해외투자사업인 파키스탄 파트린드 수력발전 사업과 필리핀 양갓댐 등에서 댐 건설 및 운영관리 사업 등을 하고 있다.
◆해외사업 적자 지속…손상차손 규모 눈덩이
이처럼 수자원공사가 해외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오히려 적자가 지속되고 부실이 커지고 있다.
실제 조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사업은 2015년 착공 후 9년이 지났지만 본격적인 건설공사가 시작되지 못하고 손실만 누적되고 있다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지적했다.
당초 2020년 말 준공할 예정이었지만 현재 댐·발전소·터널 등 본공사는 착공하지 못하고 일부 초기 공사만 진행되고 있다.
최근 5년간 매출이 단 한번도 발생하지 않는 등 사업에 진전이 없고, 매년 46억∼254억원의 영업 손실만 보고 있다. 특히 2022년 약 2000억원의 대규모 손상차손이 인식돼 투자자산 가치가 급락했는데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투자 효율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예산정책처는 제언했다.
예산정책처는 또 파키스탄 파트린드 수력발전사업 투자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파키스탄 정부의 일방적인 계약 변경과 송전 지연으로 사업 초기부터 상당한 손실이 발생했고 수자원공사가 투자자와 보증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 과도한 재무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가 1008억원을 투자한 필리핀 앙갓댐 수력발전사업 역시 2019년~2023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누적 손실 666억원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측은 "현재 조지아 정부와 사업 추진을 위한 협의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필리핀 앙갓댐과 파키스탄 파트린드 수력발전사업은 최근 흑자로 전환됐다"고 해명했다. 정래수 기자 raesu1971@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