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과거에서 오늘로, 글자에서 마음으로
최선영 율량중 교사
오늘날 학생들은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 속에서 수많은 글자와 정보를 접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글자 너머에 담긴 사람됨의 의미를 깊이 생각할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한자와 한문은 단순한 옛날의 지식이 아니라, 글자를 넘어 사람의 마음과 인성을 닦는 소중한 배움의 길이다.
논어에서 공자의 가르침을 떠올려 보면 공자는 제자들을 모두 똑같이 가르치지 않았다. '효'(孝)에 대해 가르칠 때, 자유(子游)에게는 효가 그저 개와 말에게도 할 수 있는 단순한 물질적 봉양만이 아니라 공경심이 바탕이 되는 것이 진정한 효임을 알려주고, 맹의자(孟懿子)에게는 부모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 효라 가르쳤다. 이러한 예시로 살펴볼 때 공자는 제자의 성격과 수준을 살펴, 어떤 이에게는 부드럽게 이끌고, 어떤 이에게는 엄격하게 물으며, 때로는 스스로 깨닫게 기다려 주었다. 그 결과 제자들은 단순히 글자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삶에 맞는 지혜를 터득해 나갔다. 이것이 바로 한문 교육의 본질이자 오늘 우리가 되살려야 할 교육의 모습이다.
한문 수업 현장에서도 이 정신은 이어진다. 어떤 학생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한자로 표현해 좌우명을 만들며 자기 성찰의 기회를 얻는다. 또 다른 학생은 24절기 가운데 중요한 절기를 골라 '절기 맵'을 제작하며 전통문화를 배우고 삶의 리듬을 느낀다. 어떤 학생은 자신을 표현하는 글자를 창작해 브랜드 로고나 미래 명함을 만들며 자기 정체성을 탐구한다. 각각의 활동은 제자마다 다른 길을 제시했던 공자의 교육처럼, 학생 개개인이 자기 수준과 관심에 맞게 배우고 성장하는 길이 된다.
더 나아가 한자 공부는 집중력과 자기 절제를 길러 준다. 글자를 정확히 쓰기 위해 한 획 한 획 마음을 모으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성실과 인내를 배운다. 급속히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차분히 손으로 글자를 써 내려가는 경험은, 곧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의 시간이 된다.
결국 한문 교육은 과거의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글자 속에 담긴 인류의 지혜를 배우고, 사람됨을 기르는 인성 교육이다. 공자가 제자의 눈높이에 맞춰 지혜를 일깨웠듯, 오늘의 교실에서도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열고 키워내는 교육이 필요하다.
과거에서 오늘로 이어지는 글자, 그리고 그 글자를 통해 마음을 닦아가는 길. 그것이 바로 한문 교육이 지닌 가치다. 학생, 학부모, 교사, 그리고 교육 공동체 모두가 이 의미를 함께할 때, 우리는 지식과 인성을 고루 갖춘 미래 세대를 제대로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