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해법…우량농지 대신 수로 위에 햇빛을 띄우자

한국농어촌공사 보은지사 석월애 지사장

2025-10-19     황의택 기자
▲ 한국농어촌공사 석월애 보은지사장

기후위기가 실생활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집중호우, 길어진 가뭄, 에너지 수급 불안정은 모두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다.
하지만 좋은 취지도 때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곤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 농지를 전용하거나 산림을 훼손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량농지와 자연환경이 손상된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전환을 추진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든다.
태양광 확대는 필요하지만, 땅이 없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약 70%는 여전히 원자력과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이유다.
그러나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 밀도, 산지가 많은 지형은 태양광 부지를 확보하는 데 큰 제약이다.
특히 농사용으로 적합한 우량농지는 국토의 15%에 불과한데 이를 태양광 부지로 전용하는 것은 식량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전국의 수로와 저수지, 새로운 에너지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 활용되지 않은 공간이 있다.
전국 곳곳에 있는 농업기반시설, 특히 농수로와 저수지, 양배수장 등 수자원 관리시설이 해당된다.
농업기반시설 위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한다면 토지 훼손 없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농수로 위 태양광은 시설의 원래 기능을 침해하지 않으며 수면 위에 설치되는 수상 태양광은 저수지의 증발을 줄이고 수질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전국의 주요 농업기반시설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최근 몇 년간 농업용 저수지 수상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시설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그 수익 일부를 농촌 복지나 유지관리 재원으로 활용 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단순히 친환경 발전이라는 목적을 넘어 지역사회와의 상생, 농촌 수익 다변화, 유지관리 효율성 제고등 다방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등은 이미 수로 위 태양광 설치를 적극적으로 확대 중이다.
기술적 안정성도 입증된 만큼, 이제는 제도적 정비와 국민적 공감만이 남아 있다.
모든 변화에는 조율이 필요하다.
주민 수용성, 안전성 확보, 환경 영향 평가 등은 반드시 선행돼야 하지만 우량농지를 지키면서도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해법이 눈앞에 있다면, 이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그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태양광을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는 단순한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에 대한 선택이다.
농지 위가 아닌, 수로 위에 햇빛을 띄우는 선택. 이것이 지속가능한 전환의 길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