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주장/ 텀블러 쓰면 지구가 산다

2025-10-22     동양일보

대도시 식당가, 사무실이 밀집된 빌딩 주변, 그리고 오피스텔 인근에서 점심 식사 후 흔히 보이는 풍경은 한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씩 들고 나오는 젊은이들 모습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네 일상에서 커피숍, 다방, 자판기 등은 사라졌고 이젠 무수히 많은 프랜차이즈 ‘카페’가 주를 이루며 셀수 없이 다양한 메뉴가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음료를 마시려면 응당 그릇이 필요할 터, 이게 1회용 플라스틱인 게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큰 걱정거리로 문제가 됐다. 그렇잖아도 OECD 국가중 국민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연간 90만t 안팎)이 호주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인 대한민국인데 거기에 크게 일조하는게 테이크 아웃으로 하나씩 들고 나오는 1회용 커피 플라스틱 컵이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을 말릴수는 없으니 정부와 시민단체, 환경운동가들이 부랴부랴 제안한 게 바로 반 영구적으로 쓸수 있는 다회용 커피 그릇 ‘텀블러’다.
한 때 모 유명 정치인이 출근할 때마다 텀블러를 들고 다녀 국민들에게 상당히 센세이션하고 신선한 느낌을 준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모습으로 각인돼 정치인으로서 호감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플라스틱 배출량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텀블러를 사용하는 모습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이미지도 흔치 않을 듯 하다.
지구환경을 염려해 다회용기인 텀블러 사용을 늘리자는 대대적 캠페인 덕분에 실제 집안에 한두개씩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김소희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정부 부처에서 2020년부터 5년간 텀블러 구입에 쓴 예산도 71억여원에 달하고 수량으로는 41만80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커피 프랜차이즈 1위 스타벅스에서는 2022년부터 3년간 948만개의 텀블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참, 아이러니 하고 ‘웃기다’. 과연 우리는 그 많은 텀블러를 지금 얼마나 쓰고 있을까? 텀블러를 개성 표현이나 패션 아이템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에 편승해 ‘나도 하나쯤’이라면서 애장 수집품 정도로 구매한건 아닐까?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텀블러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사람 중 1주일 기준 사용 빈도로 '3~4회'가 35.7%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텀블러 사용량이 극히 미미한 것이다.
헬스장 가지 않고 집에서 열심히 운동하겠노라며 사들인 러닝머신이 집주인의 게으름 탓에 거실에서 놀다가 결국 ‘100만원짜리 빨래걸이’로 전락한 것과 다를바 없는 얘기다.
텀블러도 결국 금속‧플라스틱 등을 활용해 화학적 제조 과정을 거쳐야 생산할수 있고, 거기에 드는 에너지와 각종 환경적 손실이 따른다. 다시 말해 그렇게 만든 텀블러를 제대로 장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겠다고 시작한 일이 되레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바보 짓이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테인리스 텀블러의 경우 최소한 50회 이상을 써야 일회용 컵보다 환경에 이롭다고 한다.
지금 텀블러가 집에 모셔져 있는 ‘예쁜 쓰레기’로 변모해 있지 않는지, 텀블러를 구매한 우리 모두 한번쯤 되돌아 봤으면 좋겠다.
지구 환경을 지키는데 동참하겠노라는 그 예쁜 마음으로 출발했던 다짐을 잘 발현시켜 텀블러를 더 많이 쓰고, 플라스틱 컵 사용을 최대한 줄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