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란 시인, 두 번째 시집 『너머는 알 수 없는 내일』 출간

가족의 기억으로 오늘을 견디는 법, 부재를 어루만지는 시의 온기

2025-10-23     도복희 기자

 

너머는 알 수 없는 내일

잊혀진 바람 타고

금빛 나비 너울거리는

― 「나비중에서

 

김란 시인

 

인천 출신 김란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너머는 알 수 없는 내일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가족의 기억과 일상의 체온으로 오늘을 버티는 법을 익히는 성장일기이자, 부재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온기의 기록이다.

사랑은 선언이 아니라 생활의 결들로 나타난다.

한 꼬집의 소금, 깜빡이는 건널목 신호, 식어가는 커피 향, 콩나물국의 몇 가닥 등 사소한 일상 속에서 시인은 가족의 사랑과 그리움을 길어 올린다.

표제작 소금 한 꼬집에서 어머니가 설탕 대신 소금을 넣어 건넨 격려는 실패의 짠맛을 먼저 배워야 단맛을 알게 된다는 체온의 윤리를 보여준다.

이 감각의 윤리는 홀로서기의 전광판 앞에서도 이어져, “넘어지지 않게 꽉 잡아주던 아버지의 손으로 현재의 휘청임을 다독인다.

그러나 온기에는 상실의 그림자가 포개진다.

건널목에서는 차 조심하고, 이쪽저쪽 잘 보고 다녀라는 일상의 인사가 이별을 밀어내는 주문으로 변하고, 그리움이 발등으로 툭 툭에서는 찌르레기 소리와 쇳소리 같은 물성이 부재의 감각을 되살린다.

그럼에도 시인은 씀바귀 커피에서 쓰다면서도 좋아하던커피 향으로 빈자리를 어루만지며, 떠난 자와 남은 자를 잇는 돌봄의 의식을 완성한다.

이승하 시인(문학평론가)은 해설에서 김란 시의 근본에는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한 남다른 인식이 있다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가족의 사랑으로 삶을 지탱하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김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매일 변하는 구름, 하늘이 쓰는 편지다. 바람이 잔잔하게 기억을 스치는 날, 잘 마른 볕에 앉아 괜찮다고 한 줄 답장을 쓴다고 적었다.

그리움이 다가앉는 계절, 김란 시인은 소금 한 꼬집으로 실패를 버티고, 커피 향으로 부재를 어루만지며, 콩나물 몇 가닥으로 사랑을 나누는 일상의 시학으로 독자 곁에 다가선다.

김란 시인은 인천 출생으로 방송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이다.

윤동주 탄생 106주년 공모전 최우수상, 방송대 문연 학술문학상 희곡부문 우수상, 전국 독서분투기 장려상, 동서문학상 동시부문 맥심상을 수상했다.

시집 너머는 알 수 없는 내일은 인간과 가족, 기억의 결을 따라 작은 감각의 돌봄을 노래한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