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장/부동산 불안으로 금리인하 멀어져
대출한도 축소와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10·15 부동산 안정화 대책 이후 그 효과에 대한 논란과 후폭풍이 거세다. 시장의 거래가 거의 중단되다시피 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나 상급지 갈아타기가 막히고 매매뿐 아니라 전세시장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의 효과 여부와 함께 주목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가계소비와 금융안정, 기준금리 결정 등 부동산 이외 분야에 미치는 영향과 여파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지켜본 증권가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사실상 내년 상반기로 넘어갔다는 관전평을 내놨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이는 하반기 7·8월에 이어 이번까지 세 번 연속 금리 동결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과 원화 약세를 추가로 자극할 가능성을 고려했다. 증권가는 앞서 8월 금통위 회의 당시만 해도 10월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점쳤으나, 이후 이창용 총재를 필두로 한은의 핵심 스피커들로부터 매파적(통화 긴축 신호) 발언이 연이어 나오자 11월 인하로 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까지 지켜본 증권가는 11월 인하 가능성마저 크지 않다고 판단하며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내년 상반기로 넘어갔다는 전망을 제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줄기찬 금리인하 압력에 꿋꿋하게 버티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노동시장 지표가 나빠지자 지체 없이 금리인하에 나섰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도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한 경기부양 조치에 속속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도 금리인하기에 들어서 있고 시기의 문제일 뿐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하강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은 크다.
우리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아직 최종 타결되지 못한 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고, 올해 경제성장률도 1.0%에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근 주식과 금, 코인 등 자산 가격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화려한 '에브리싱 랠리'의 이면엔 아직도 금리를 내려 부진한 경기에 대응해야만 하는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밑으로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부동산 시장의 불안도 이어지면 이러다 금리인하의 적절한 타이밍을 실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고개를 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세계 34위에서 올해 37위로 내려앉아 22년 만에 대만(38위→35위)에 역전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 제조업체 중 75%는 올해 영업이익이 연초 세웠던 목표치에 미달할 것으로 전망했고 32.1%는 올해 영업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경기 대응을 위한 금리 인하는 적기를 놓치면 효과가 반감되고 정책 여력만 소진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금리인하로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기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국내 경기를 전체적으로 보면 금리인하가 필요한 상황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서 2차례의 추경과 소비쿠폰 등으로 간신히 살려놓은 경기의 불씨를 살려 나가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한 첫 과제는 부동산과 환율 불안이 금리인하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시장안정에 주력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