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주장/ 국격 해치는 반중‧혐중 정서

2025-10-29     유환권 기자

“중국 유학생은 잠재적 간첩” "중국인이 투표한 대선은 불법이다" "중국 공산당 한국 선거 개입" "한국인 1등급은 의대 탈락, 중국인 6등급은 의대 장학생" "중국인 무비자 입국 반대, 자국민 안전이 우선이다."
현재 청주 대전 세종과 충남북 각 지자체 도심에 나붙은 ‘반중‧혐중’ 현수막 문구들이다. 이런 현수막으로 도배된 상황은 서울 부산 대구 등도 마찬가지다. 내용 자체가 황당해서 언급할 가치조차 없지만 ‘정당의 이념’을 표출하는 것이면 언제 어디에 붙여도 문제 되지 않는 법규 때문에 곳곳에 난립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현수막을 게시한 당사자들 역시 이같은 법규를 알고 정상적으로 정당가입 절차까지 마친 상태여서 지자체 등은 아예 손도 못댄다.
현수막 얘기는 제도를 정비해 해결하면 된다고 보는데 이보다 더 심각한 일이 서울에서 벌어졌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 핫플로 이름난 서울의 한 카페에서 아예 대놓고 '중국인 사절' 공지를 붙여놓고 영업중이라고 한다. 28일 각 언론들이 나서 해당 카페 때문에 국내외 논란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을 했다.
해당 카페 주인은 중국인 손님들이 시끄럽고 소란을 피우며, 다른 손님들이 '짱깨 왔다'라고 말하는 등 카페 내에 갈등이 생기고 있어서 그렇게 한거라고 한다.
심지어 일부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서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두고 '간첩에게 활동 면허증을 내준 것'이라고 하는 등 극단적으로 국민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의 이런 모습을 보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분 좋을리 만무다. 거꾸로 생각해서 내가 중국에 놀러갔는데 식당에서 “한국인 출입금지”라는 문구를 본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이미 우리는 유럽 여러나라에서 한국인과 아시아인 전체를 상대로한 유색인종 차별을 수없이 겪은바 있지 않나.
그런 우리가 중국인들을 반대하고 혐오하는 행위는 외국에서 차별 받아도 아무 할말 없게 만드는 바보 짓이다.
글로벌 시대, 지구촌이 하나인 요즘 일부 국민들이 보여주는 반중‧혐중 태도는 천박하고 미개한 인종차별이며 국익과 국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가가 경제적으로 성장해 부강해졌더라도 거기에 걸맞는 시민의식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외국의 조롱거리일 뿐인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양한 의사 표출과 집회·시위 자유는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그게 국민적 상식과 보편타당한 합리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면 즉시 멈춰야 한다.
특히 특정 민족이나 국가, 종교, 이념이 다르다 해서 일방적 혐오를 일삼고 위해를 가하거나 나쁜 선동을 한다면 한국 전체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하거나 편법 이익을 취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면 법적으로 보완하고 해결책을 찾아야지 모든 중국인들을 싸잡아 인종차별적으로 대하는 건 절대 안될 일이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부터 촉발된 무분별한 반중·혐중정서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게 하고, 그들의 잘못된 행동이 한중관계 개선의 싹을 꺾는 행위가 될수 있다는 점도 스스로 깨달았으면 한다.
인종차별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부끄럽고 위험한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