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시인, 첫 시집 『달이 떴어』 출간

달과 산, 별과 꽃의 언어로 ‘비움의 미학’을 노래하다

2025-10-30     도복희 기자
해야 시인

 

해야 시인이 첫 시집 달이 떴어를 도서출판 상상인에서 출간했다.

1973현대문학12월호 추천(추천인: 서정주·조병화·신석초)으로 등단한 해야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반세기 침묵의 시간을 넘어, 언어의 근원을 다시 묻는 시적 순례를 선보인다.

시집 달이 떴어는 문명의 언어를 비워낸 자리에서 자연과의 조응을 통해 자아를 회복하려는 한 수행자의 여정을 담고 있다. 시인은 달이/떴어./네가/왔어.”라는 간명한 구절로 시집의 정조를 연다. 행과 행 사이의 여백은 침묵이자 기다림의 틈이며, 언어를 덜어냄으로써 오히려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표제작 지음知音 1을 비롯해 ’ ‘’ ‘의 연작에서 시인은 자연을 비유의 대상이 아니라 생각의 문법을 바꾸는 스승으로 세운다. “무게를 더해 주는/산의 무게./무게를 내려 주는/초록의 무게.”에서 보듯, 자연은 삶의 짐을 덜어주는 대신 그 짐을 자각하게 하는 수행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해야 시의 미학은 절제다. “빛은 빛이라서/그림자가 없다.”(사랑 5)라는 한 줄에서 시인은 사랑과 존재의 본질을 한 치의 장식 없이 응축한다. 언어의 절제가 곧 의미의 압축이자, 비움이 곧 충만임을 보여주는 문장들이다.

시집 말미의 연작은 고통을 통과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섬세한 깨달음의 세계를 펼친다. “앓고 나면/꽃이 보였다.”는 구절은 상처를 피하지 않고 껴안을 때 비로소 세계가 빛을 되찾는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우대식 시인은 해설에서 해야의 시는 근대성 이후의 시론이 놓친 동양적 수행의 언어를 복원한 시적 밀교라 평했다.

시집은 5부 구성으로, 지음, , , 사랑, 등의 연작 80여 편이 수록됐다. 언어의 절제 속에서 존재의 울림을 길어 올린 해야 시인의 달이 떴어는 현대시가 잃어버린 침묵의 미학을 다시 불러오는 한 권의 기도문이자, 존재론적 회복의 기록이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