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사람/송일권 티쭈 농원 대표

희귀식물과 함께 성장하는 청년 창업농
“서천 흙에서 틔운 희귀식물로 사람과 자연을 잇다

2025-11-03     도복희 기자
티쭈 농원 송일권 대표가 그의 여자친구 최지희 씨와 식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 판교리 온실 유리창 너머로 수천 종의 잎사귀가 흔들린다. 모양도 색깔도 제각각이지만 그 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의 세심한 손길과 기다림이 스며 있다는 것. 이곳은 전국 식물 애호가들 사이에서 ‘희귀식물의 성지’로 불리는 티쭈 농원,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송일권 대표(41·사진)가 있다.
건축설계를 전공했던 송 대표는 5년 전, 코로나 시기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식물 재배에 뛰어들었다. 처음 2년은 취미였고, 이후 3년은 사업으로 이어졌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실패를 ‘식물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라 여겼다.
그는 “사실 처음엔 거창한 목표보다, 내 손으로 무언가를 키워내고 싶다는 마음이 전부였다”며 “식물은 말이 없지만, 미세한 변화에도 반응하는데 그 섬세한 차이를 읽는 일이 결국 이 일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품종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식물의 개성을 함께 키워내려고 하는데 그 다름이 주는 조화가 식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티쭈 농원은 3개 동, 약 300평 규모의 육묘장에서 안스리움, 필로덴드론, 알보몬스테라, 민트몬스테라, 박쥐란, 핑크바나나 등 5000여 종의 희귀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수입·유통·번식·도매까지 직접 진행하며, 전문성을 갖춘 희귀식물 농원으로 자리 잡았다.
식물을 키우는 일이 어느새 삶을 닮아갔다. 송 대표에게 식물은 단순한 생업의 대상이 아니라, ‘기다림과 회복을 가르치는 스승’이 되기도 했다.
그는 “식물은 빨리 자라지 않지만 멈추지 않고 자란다”며 “그걸 보면서 ‘꾸준함’이야말로 가장 강한 힘이라는 걸 배웠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농원의 운영 방식에도 스며 있다. 티쭈 농원은 방문객이 단순히 식물을 ‘구경’하는 공간이 아니라, 식물과 ‘머무는 경험’을 하도록 설계됐다.
희귀식물의 보호와 보급에도 그는 분명한 소신을 갖고 있다.
송 대표는 “희귀식물을 키운다는 건 단순히 소유가 아니라, 그 생명을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일”이라며 “보호와 보급은 따로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하는 가치”라고 언급했다.
그가 해마다 열고 있는 ‘티쭈데이’ 역시 이런 철학의 연장선이다. 나주, 경주, 서울 등 전국의 식물 애호가 40여 명이 모여 식물을 나누고 배우는 자리로, 어느새 ‘희귀식물 축제’로 자리 잡았다.
티쭈 농원을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식물과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힐링 플랫폼’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송 대표는 교육, 전시, 체험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고 싶어했다. 나아가 지역 청년들과 협력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서천의 자연 속에서 사람과 식물이 함께 숨 쉬는 곳, 그가 꿈꾸는 농원의 미래다.
식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만나 동료이자 친구로 지내는 최지희 씨와 함께하는 식물 이야기는 기쁨이고 힐링이라고 했다.
그들은 “식물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닮아간다. 누군가의 하루가 지쳐 있을 때, 작은 화분 하나가 위로가 될 수 있는데 그 마음이 자라나는 공간, 그게 티쭈 농원이었으면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천의 흙과 바람 속에서 시작된 그의 작은 실험은, 이제 전국의 식물 애호가들이 찾는 ‘녹색의 성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티쭈 농원이 틔운 건 단지 식물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다시 연결되는 새로운 생명력이었다.
서천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