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언어로 우주와 교신하다
김용두 시집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 출간
김용두 시인의 신작 시집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도서출판 상상인)는 식물성 상상력과 우주적 사유가 서로를 증폭시키며, 일상의 감각을 새로운 언어로 번역하는 시집이다. 나무와 풀, 꽃과 바람, 별과 인간이 하나의 통신망으로 엮인 이 시집은 존재의 고독을 ‘교신’의 언어로 치유한다.
첫 시 「부부」에서 화자는 “세상에 떨어진 행성”으로 태어나고, 사랑은 인력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위성처럼 서로의 궤도를 맞추는 장면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우주가 있다’는 명제를 감각적으로 증명한다. 이러한 우주는 추상적 공간이 아니라 생물·광물·기상에 걸친 물질적 체험으로 채워진다.
「나무 1」에서 나무는 “햇빛을 폭식하는 블랙홀”이자 산소를 트림하는 생명 공장으로,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에서는 바람 속 신호음과 초록의 사체, 궤도 이탈의 불안이 교신의 세계를 형성한다.
김용두 시의 식물은 배경이 아니라 사유의 주체다. 「자폐증 앓는 나무」의 닫힌 문, 「잡초」의 낮은 목소리는 뿌리의 인내와 광합성의 집중을 삶의 지혜로 변환시킨다. 사랑은 선언이 아닌 ‘버팀의 기술’이며, 이 시집에서 사랑은 끝내 ‘견디는 것’과 동의어가 된다.
자연에서 출발한 사유는 문명의 그늘을 향해 확장된다. 「폐플라스틱」의 ‘죽었으나 사라질 수 없는 몸’은 생·사·소멸의 경계를 뒤흔들고, 「그늘」에서는 ‘뉴스와 욕망을 흡수하다 귀를 잘라 바람에 날려 보내는 나무’의 이미지로 감각의 위기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시인은 절망 대신 ‘변형의 시간’을 택한다. 「모과나무」의 흉터, 「갈대」의 분신, 「순천만에서」의 바람과 물의 교향은 통증을 통과한 존재들이 빚어내는 향기의 원천이다.
김용두 시의 가장 큰 미덕은 우주적 상상력과 구체적 관찰의 조화다. 그는 나무를 블랙홀에, 모과를 유성에, 갈대를 아바타에 비유하지만, 그 비유들은 허공에 뜨지 않는다. 나무가 흔들리는 순간, 단풍이 드는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한 감각이 우주적 사유로 도약한다. 이것이야말로 식물처럼 한자리에 뿌리내리고도 사유는 우주 끝까지 뻗어나가는 ‘식물성 상상력의 시학’이다.
결국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는 소통의 시집이다. 나무는 땅과 교신하고, 시인은 나무와 교신하며, 우리는 서로의 신호를 주고받는다. 그 교신은 때로 실패하고 무시당하지만, “휘-익 휙, 신호음을 내며” 우리는 교신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존재의 증거이자, 고독을 건너는 인간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김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어차피 생은 /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 아니던가 / 설익은 것들이 / 세상에서 / 잘 익어 가길 바란다.”라고 적고 있다.
김용두 시인은 2013년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 외에 『동강』, 『느티나무 엽서를 받다』 등의 공저를 냈으며, 시동인 <시마을>에서 활동 중이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