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싼 것만 산다...‘경기침체 수렁’ 속 타는 소비자들 ‘골머리’
초저가 '중국 e커머스' 찾는 국내 소비자들 늘어, 설 자리 잃은 ‘골목상권’
장기적인 내수부진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초저가 중국계 ‘e커머스’(전자상거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국내 오프라인 시장의 한숨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은 얇은 주머니 사정으로 값싼 중국산 제품을 선호하지만, 제품의 질과 내구성이 현저히 떨어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11일 국가데이터처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중국발 해외 직접 구매는 4조6296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1조2205억원 △2분기 1조4660억원 △3분기 1조 9431억원으로 분기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저렴한 물건을 앞세워 무료 배송까지 이어지는 중국산 e커머스 소비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우연히 중국 e커머스 접했다는 회사원 조모(59·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씨는 “저렴한 상품들이 많아 생필품 위주로 구매하고 있다”며 “양말이 10켤레에 2000원, 트레이닝복이 한 벌에 1만7000원에 판매되고 상품의 질도 좋아서 자주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중국발 e커머스에는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이 있다. 모두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발 e커머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 SPA(기획부터 유통을 한 회사가 직접 맡아서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를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청주 상당구 용암동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윤모(40)씨는 “e커머스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탓에 매출이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인상돼 질 좋은 상품을 잡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푸념했다.
또 다른 중국산 애용자 이모(55·세종시 나성동)씨는 “워낙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의류·전자기기·생필품 등 중국산 제품을 애용하고 있지만, 국내 상품과는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중국산 제품들을 사용해 보니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실감 난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중국산 관련 업계는 식자재 상품들도 연일 출시하고 있다. 패션과 생필품에 중점을 두던 e커머스 업계는 최근 ‘식품 채널’을 운영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들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실례로 알리익스프레스는 앱(app) 내 독립 채널을 신설해 ‘알리프레시’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생산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한 상품 판매에 중점을 뒀다.
테무도 음식 카테고리를 신설해 육류와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e커머스 식자재들이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판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어 지역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며 “국내 업계도 보다 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출시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홍승태 기자 hongst1125@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