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관 시인, 시집 『우린 흐림에서 만나 맑음에서 헤어졌다』 출간

외로움과 신앙, 부부애를 엮은 삶의 기록

2025-11-17     도복희 기자
김종관 시인

 

전남 강진 출신 김종관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우린 흐림에서 만나 맑음에서 헤어졌다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외로움의 고백에서 시작해 신앙과 가족애를 거쳐 부부애의 순환으로 이어지는 따뜻한 삶의 기록을 담고 있다.

시집은 독자가 첫 작품에서부터 나는 외로움을 지갑에 넣고 다닌다는 고백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인은 외로움을 단순한 결핍이나 자기연민으로 머물게 하지 않고, 그것을 신앙과 삶의 언어로 번역해 생활의 감각 속에서 다시 확인한다. 하와 주차장에서는 외로움이 태초의 비명과 원죄의 또 다른 이름으로 제시되며, 사과가 둥근 이유에서는 시장길의 귀뚜라미 울음, 세일 딱지 붙은 바나나, 둥근 사과바퀴가 한 장면에 담기면서 생활 속 사물과 감정이 독특하게 결합한다.

특히 3부에서는 부부의 세계를 섬세하게 담아 노년의 외로움을 밀어내는 서정의 중심축을 이룬다. 봄날의 기호에서는 바느질과 글쓰기 은유를 통해 헝클어진 말과 생활의 결을 한 코 한 코 고쳐 달아 정답 같은 아내를 그린다. 똑딱단추에서는 재봉틀과 기차 이미지로 만남을 달달 박는지속성으로 전환하며, 부부 열매에서는 서로의 혈관을 반 바퀴씩 순환하는 사랑의 순환 구조를 보여준다. 시인은 함께 늙는다는 것이 갈등의 소거가 아니라, 덜컹거림을 견디는 공명 주파수를 만드는 일임을 잘 드러낸다.

김종관 시인의 언어는 기도와 생활, 은총과 가계부 사이를 오가며 독특한 사유의 리듬을 만든다. 대나무 세우기에서는 장미에 목이 감겨 흔들리는 대나무를 세우는 장면을 통해, 곧은 마음이란 경직이 아니라 흔들림을 통과해 다시 서는 능력임을 보여준다. 햇살 우산에서는 어머니의 눈물과 끼니, 체온과 가난의 무게를 한데 묶어 봄볕 같은 부모 은혜로 환원하며, 신앙을 교리의 조항이 아닌 체온의 기억으로 전환한다.

마경덕 시인은 추천사에서 김종관 시인은 자기 생활의 유동 속 언어를 다스려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재능이 탁월하다짧은 시가 찰나에 가슴을 벤다. 신앙은 삶의 계기가 되어 아내와 진득한 관계로 이어지며, 한 편 한 편의 시는 시인과 맞물리는 세계에서 규범을 지키며 살아온 진지한 기록이자 보존할 가치가 있는 아카이브라고 평했다.

김종관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시는 없는 것도 있고, 있는 것도 없을 수 있는 0에 가까운 것들을 적하여 언어의 면적을 구하는 인테그랄이다라고 밝히며, 시집을 통해 삶의 미세한 감각과 사유의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했음을 전한다.

 

시집은 1글썽이는 구름이 신의 눈물로 떨어질 때’, 2희미하게 닳은 먼 발자국’, 3각자의 기호를 입술에 걸어 뜨고’, 4일곱 개 눈물 속에 무지개로로 구성되어 있으며, 70여 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김종관 시인은 서울신학대, Life University, 총회신학대학원과 성결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했으며, 2018시에등단했다. 2022년에는 시집 부부 시계와 이번 시집을 잇달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을 통해 독자는 재봉틀의 똑딱 소리, 세일 딱지 붙은 바나나, 장미에 묶인 대나무, 목사의 보행기 등 생활 속 사물과 감정의 촘촘한 기호들을 따라가며, 외로움, 신앙, 사랑을 새로운 시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