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힘, 시와 자연이 만나는 자리

양선규 세 번째 시집 『고요는 힘이 세다』 출간

2025-11-17     도복희 기자
양선규 시인

 

시인·화가·서예가로 활동해온 양선규 시인이 세 번째 시집 고요는 힘이 세다(시와에세이 , 120)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자연과 수행, 비구상적 상상력이 맞물린 작품 세계를 통해 삶과 우주의 결을 탐사한다. 고요 속에서 발견되는 생명과 존재의 힘을 섬세하게 포착한 시편들이 돋보인다.

시집은 4, 68편으로 구성된다.

1부는 홍시, , 고요는 힘이 세다 등 자연과 일상의 사유를 담았다.

2부는 화엄사 홍매화를 경전처럼 읽는 화엄매,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비구상화 감상법, 하늘다람쥐와 은행나무를 매개로 삶과 자연을 조명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3부와 4부는 매화를 그리며 계절과 시간을 성찰하는 매화를 그리다, 해인사 장경각을 거닐며 번뇌와 자유를 묻는 해인삼매의 길, 늦가을과 겨울의 삶을 담은 파종, 별과 꽃을 연결한 별이 꽃이고 꽃이 별이다등 다양한 주제와 감각이 이어진다.

표제시 고요는 힘이 세다파도는 물러설 때를 알지만/아무때나 물러서지 않는다라며 자연의 질서 속에서 힘과 균형을 통찰한다. 에서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죽어서 별이 된다는 단상을 통해 생명의 존귀함과 삶의 긍정적 태도를 담았다. 비구상화 감상법에서는 마음껏 들이마시고 취하면 되는 것, 내 마음대로 생각하라는 구절로 독자가 직접 시적·회화적 세계를 체험하도록 안내한다.

양선규 시인은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98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튼튼한 옹이, 나비의 댓글은 향기롭다가 있으며, 2024년 한남문인상을 수상했다. 시인이자 화가·서예가인 그는 자연과 수행, 비구상 회화를 시적 언어와 연결하며 독자에게 체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해설을 쓴 공광규 시인은 오랜 세월 살아온 몸이 시라는 양선규 시인의 언술 속에는 자연과 인간, 고요와 움직임, ()와 실()의 세계가 감각과 사유로 직조되어 있다문장 하나하나가 독자의 마음에 들꽃처럼 피어나면서 삶의 결을 새롭게 읽게 한다고 평가했다.

양선규 시인은 시집을 펴낸다는 것은 그리움 위에 희망을 덧대는 일이라며 문장들이 독자의 일상 속에서 들꽃처럼 피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시집은 고요 속에서 삶과 우주를 사유하며, 자연과 존재, 그리고 비구상적 상상력을 연결하는 시적 통로를 보여준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