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성평등과 스마트농업,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열쇠

김성겸 충북도농업기술원 연구사

2025-11-18     김민환 기자
▲ 김성겸 충북도농업기술원 연구사

성평등한 농업을 향한 요구와 실천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여성농업인의 지위를 재조명하기 위해 ‘세계 여성농업인의 날’을 제정했으며, '성평등에 관한 FAO 정책 2020-2030'을 통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권리를 누리고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성평등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여성농업인의 지위와 권한을 보장하려면 농촌 사회에 깊게 자리한 성차별적 구조를 개선해야 하지만, 오랜 역사 속에서 굳어진 문화와 구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성평등한 농업·농촌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흔들고 변화를 촉매할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스마트농업은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낼 중요한 도구이자 동력으로 기대된다. 스마트농업은 농업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지식·데이터 기반의 첨단 산업으로 전환시키며, 농촌 사회의 구조와 문화를 새롭게 재편하는 힘을 지닌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여성농업인의 지위와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동화와 기계화는 농작업의 고강도 육체노동을 줄여 여성의 신체적 제약을 완화하고, 데이터 기반의 경영은 분석 능력과 ICT 활용 역량을 중심으로 여성의 경영 참여와 리더십 확대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 시스템은 농업과 가사·돌봄을 병행하는 여성에게 시간적 여유와 유연성을 제공하며, 소형화·경량화된 장비는 여성 친화적인 농업환경을 조성한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농업·농촌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리더십을 강화하는 토대가 된다.
그러나 스마트농업이 농업·농촌의 성평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농업은 다양한 기술과 데이터 활용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성별과 세대에 따른 디지털 격차가 오히려 성평등 격차를 심화시킬 위험도 있다. 특히 여성농업인은 디지털 교육에 접근하기 어렵고, 가사·돌봄 노동으로 학습 시간을 확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스마트농업의 성평등한 농업 실현을 위해서는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디지털 교육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해 문을 연 충북농업기술원 첨단스마트팜실증센터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이곳은 ICT 기반의 자동화·데이터 농업 시스템 연구는 물론, 농업인과 예비 창업농에게 스마트농업을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중소농, 청년농, 여성농업인을 포함한 폭넓은 현장교육은 성별과 세대에 따른 농업 디지털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첨단 스마트팜 실증센터가 농업의 디지털 전환과 성평등 실현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