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겨울철 스포츠 부상에 관해
이상호 프라임병원장
어느새 겨울이 다가 오고 있다. 겨울이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야외 활동량이 줄어들지만, 스키나 스노보드, 아이스 스케이팅처럼 시즌에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는 오히려 늘어난다. 이러한 겨울철에만 느낄수 있는 속도감과 성취감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정형외과 의사에게 겨울은 ‘부상 시즌’이기도 하다. 실제로 주요 병원 응급실은 12월부터 2월 사이 무릎·어깨·척추 외상 환자가 다른 계절보다 1.5~2배 증가한다. 이는 겨울 스포츠의 특성, 급격한 체온 변화, 근육 경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겨울 스포츠 부상의 특징 — 왜 더 많이 다칠까?
첫째, 근육과 인대의 유연성 감소가 큰 원인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류량이 줄어들고 근육 온도가 낮아지면서 탄성이 떨어진다. 준비운동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평소보다 작은 충격에도 햄스트링, 대퇴사두근, 종아리 근육이 쉽게 손상된다. 특히 방한복은 체온 유지에는 도움이 되지만 관절 운동 범위를 제한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에 취약하다.
둘째, 빙판·슬로프에서의 고속 충돌과 넘어짐이 부상의 심각성을 높인다. 스노보드의 경우 초보자는 넘어짐 자체가 잦고, 상급자는 속도를 높여 기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회전·착지 실패로 어깨 탈구나 골절이 발생한다. 스키는 다리가 고정된 상태에서 회전하기 때문에 ‘비틀림’ 부상이 흔하며, 특히 전방십자인대(ACL) 파열이 대표적이다.
셋째, 낙상 부상 증가도 중요한 특징이다. 제설된 도로라도 블랙아이스가 생기기 쉽고, 출퇴근길에서 갑작스럽게 미끄러지면서 손목 골절(요골 원위부 골절), 발목 염좌, 척추 압박골절이 발생한다. 특히 고령층은 골다공증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 비교적 가벼운 충격에도 척추 골절이 생길 수 있다.
흔히 발생하는 부상 — 부위별 정형외과적 접근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내측인대 손상
스키어와 보더에게 가장 흔한 부상이다. 슬로프에서 넘어지면서 다리가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급격히 회전할 때 발생한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즉시 붓고 체중 부하가 어려워진다. 방치할 경우 반복적인 관절 불안정성으로 연골 손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 MRI 확인과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어깨: 탈구·회전근개 파열
겨울 스포츠에서 팔을 벌리고 넘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견관절이 앞으로 빠지는 전방 탈구가 가장 흔하다. 40세 이상에서는 회전근개 파열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 정복 후에도 지속적인 통증과 근력 약화가 남을 수 있다. 또 반복적으로 빠질수도 있기 때문에 초기 진단과 적절한 재활이 매우 중요하다.
손목·팔꿈치: 낙상으로 인한 골절
빙판에서 미끄러질 때 대부분 손을 짚는 반사 행위를 한다. 이때 손목이 뒤로 꺾이며 요골 원위부 골절, 척추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면 팔꿈치 주위 골절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겨울철 출근길 골절 환자는 상당수가 이 유형이다.
척추: 압박골절·요추 염좌
스키나 스노보드 착지 실패 시 허리에 큰 충격이 전달된다. 젊은 층은 주로 요추 염좌로 나타나지만, 고령층은 골다공증성 척추 압박골절이 흔하다. 골절은 초기 통증이 심하지 않아 단순 허리통증으로 오해하는데,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변형과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상 예방 — 겨울철 스포츠의 황금 수칙
준비운동은 10분이 아니라 20분 이상으로 한다.
근육 온도가 1℃ 올라갈 때 근력과 유연성은 눈에 띄게 회복된다. 겨울철에는 스트레칭 후, 가벼운 조깅·스텝 동작을 통해 실제 체온을 충분히 올려야 한다. 스키장 도착 후 바로 슬로프로 향하는 행동은 가장 위험하다.
자신의 실력과 장비 상태 점검한다.
스키 바인딩 세팅이 과도하게 강하면 넘어질 때 다리가 빠지지 않아 인대 파열 위험이 커진다. 보드 부츠의 고정력도 중요하다. 장비 노후화는 조작 미세성이 떨어지고 부상 위험을 높인다.
피로 누적 시 꼭 무리하지 말고 쉰다. 큰 부상은 피곤할 때 온다 .
대부분의 큰 부상은 체력이 떨어진 오후 시간대에 발생한다. 피로하면 반응 속도가 늦고 회전·착지 자세가 흐트러지기 때문에, 4~5시간 이상 연속 라이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빙판길 걸을 때 조심한다 .
걷는 겨울 운동도 중요하다. 발을 지면과 수직에 가깝게 두고, 보폭을 줄이며 무게 중심을 낮추는 ‘펭귄 걸음’이 낙상 예방에 효과적이다.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걷는 습관은 넘어질 때 충격 흡수를 방해한다.
고령층·골다공증 환자는 특히 주의한다 .
척추 압박골절 위험이 높으므로, 겨울철에는 보행 보조기구 사용, 미끄럼 방지 신발, 비타민 D 관리 등이 필요하다.
골다공증 치료를 중단한 상태라면 의사와 상담해 약물 조정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상 시 초기 대처 방법에 대해서 보며, 겨울철 스포츠 중 부상이 의심되면 RICE 원칙(Rest, Ice, Compression, Elevation)을 먼저 적용한다.
단, 몇 가지 중요한 예외가 있다.
무릎에서 ‘뚝’ 소리와 함께 즉시 붓고 체중 부하가 어려우면 인대 파열 가능성이 높아 즉시 중단 후 병원 방문이 필요하다.
어깨 탈구는 억지로 스스로 넣으려 하지 말고, 정형외과에서 X-ray 후 정복해야 한다.
척추 통증이 넘어짐과 함께 시작됐고 고령층이라면 단순 염좌로 넘기지 말고 압박골절 여부 확인이 중요하다.
얼음찜질은 10~15분 단위로 시행하며, 장시간 냉찜질은 저온 화상을 일으킬 수 있다.
초기 대응이 적절하면 회복 기간이 30~40%까지 단축될 수 있지만, “하루 쉬면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가장 큰 후유증을 만든다.
겨울 스포츠는 신체적·정신적 활력을 가져다주는 훌륭한 레저 활동이다. 다만 스피드와 미끄러움이 동반되는 특성상 부상 위험은 다른 계절보다 높다. 대부분의 사고는 기술 부족이 아닌 준비 부족, 과신, 피로 누적에서 시작된다.
체온 관리, 충분한 준비운동, 올바른 장비 사용, 무리하지 않는 운동량 조절만 지켜도 상당수 부상은 예방할 수 있다.
겨울철 운동은 우리의 관절과 근육을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올바른 준비와 안전 수칙을 지킨다면, 추운 계절에도 활기찬 일상과 건강한 스포츠 활동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