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름을 인정하고 존중으로 나아가는 길

임종혁 충북도 도민소통과 주무관

2025-11-25     지영수 기자
▲ 임종혁 충북도 도민소통과 주무관

남성과 여성은 분명한 생물학적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근육량이 많고, 근력이 강하다. 반면 여성은 에스트로겐의 작용으로 체지방률이 높고, 세밀한 운동 능력과 공감 능력이 상대적으로 발달돼 있다.
남성의 뇌는 공간지각 능력과 논리적 사고 영역이, 여성의 뇌는 언어와 감정 표현 영역이 더 활발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생물학적 차이는 오랫동안 남녀 각각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한계를 형성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가 사회적 불평등의 근거로 왜곡돼 왔다는 점이다. “남자는 일을 하고, 여자는 가정을 지킨다”는 고정관념은 생물학적 차이를 사회적 역할로 단순하게 연결시킨 결과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여성은 가사와 육아를 주로 담당하고, 남성은 생계 부담을 짊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남성은 “감정에 약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은 개인의 능력과 선택을 무시한 시대착오적 사고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사회가 동시에 변화해야 한다.
우선 가정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로 인한 역할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습적인 아빠와 엄마의 역할, ‘아들은 남자답게, 딸은 여자답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각자의 능력과 선호에 따른 역할 분담과 가치관 형성이 중요하다. 부모 세대부터 성평등한 가정문화를 실천할 때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평등의 가치를 배우게 된다.
우리 사회는 지난 수년간 다양한 양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왔다. 공공기관의 성별 균형 채용, 여성 관리자 비율 확대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여성의 수적 비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다 보니, 일부 정책은 오히려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현재의 양성평등 정책은 주로 여성 중심의 보호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여성의 지위 향상에 상당 부분 기여했지만, ‘여성의 권익 신장’과 ‘남성의 의무 강화’라는 비대칭 구조가 만들어져, 진정한 상호 평등의 기반 조성에 한계가 있었다
양성평등은 특정 성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양성평등의 의미는 남녀의 차이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되 그로 인한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할 때, 진정한 평등이 실현될 수 있다.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의 출발점이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진정한 양성평등 사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