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부여·청양의 더불어민주당 박수현(59) 당선인이 국민의힘 정진석 후보를 꺾고 보수 텃밭에 진보의 깃발을 꽂으며 8년만에 여의도로 입성한다.
유세 도중 “저를 한번도 제대로 써먹지 않고 이렇게 버리실겁니까”라며 함께 선 아내 김영미씨와 뜨거운 눈물을 훔쳤던 진정성이 통했다.
6선의 아버지(정석모)는 물론, 아들(정진석 5선)과 사돈(박덕흠 4선 성공)의 연이은 도전에 ‘국회의원이 가업이냐’는 유권자들의 냉혹한 피로감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6만2635표(50.66%)를 얻어 5만9855표(48.42%)의 정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 득표율 차이 2.24%.
박 당선인이 정 후보에게 2.23%로 패했던 4년전과 득표율 차이도 0.01% 밖에 안난다.
박 당선인은 지난 19대 총선 때 공주시 단일 선거구에서 당선돼 초선 의원을 지냈다.
하지만 2016년 4월 13일 치러진 20대 총선 당시 선거를 불과 42일 남겨두고 공주시에 부여·청양군이 합해지는 지역구 통폐합이 이뤄졌다.
부여·청양군 자체가 전통의 ‘보수 성지’인데다 당시까지 이곳을 지역구로 기반해 당선됐던 정 후보를 상대한 박 당선인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획정이었다.
박 당선인은 결국 20·21대에 정 후보와 맞붙어 두번 모두 패하며 쓴잔을 마셨다.
특히 선거때마다 공주에서는 이기면서 부여·청양에서 밀려 분루를 삼킨 그에게 부여·청양은 ‘넘사벽 난코스’였다.
박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마친 2022년 4월 이후 이번 선거 직전까지 아내 김영미씨와 함께 부여·청양에서 살다시피 하며 유권자들을 만나 공을 들였다.
덕분에 이번에는 부여군에서 처음으로 정 후보를 눌렀고 그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박 당선인은 "이번 선거는 민심의 엄중함이 얼마나 무서운가 보여준 사례"라며 "유권자들께서 정치의 복원, 민생의 회복을 요구한 지상명령이다. 이런 엄중함에 우리가 또 매를 맞을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을 무겁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 잘하는 모습으로 항상 공주·부여·청양 주민을 섬기고 이곳에서 민주당이 주류로 온전하게 뿌리를 내려 제대로 성장하게 할 것"이라며 진보의 선전에 의미를 부여했다. 공주 유환권 기자 youyou9999@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