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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김진식 기자]하늘은 잿빛이다. 지금 나는 짙은 가을 한가운데 있다. 떨리는 감나무잎은 소슬바람에 휩쓸린지 오래. 서리 맞은 까치밥 한 알. 익을대로 무르익었다.깜빡이는 비상등을 켜고 날아오르는 반딧불이 쫓으며 과수원 둔덕으로 내달리던 여름밤. 그때 그 시절 이곳의 별은 유난히도 빛났다. 바깥 큰 마당엔 버드나무 두 갈레 번성해 있고 돌계단을 내려오면 어른 키 만 한 담장이 집을 감싸 안고 있다.장날이면 장꾼들과 소 떼가 담장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줄지어 걸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까치발을 하고 꽃들이 한창인 담장 안을 엿보
동양에세이
김진식
2024.03.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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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얼마 전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이제는 스마트한 일상이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니라 우리의 보편적인 일상생활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출국 전엔 앱으로 항공권을 구매했고, 해외 공항에 도착하니 그 앱의 일부 기능은 자동으로 ‘해외 차량호출’ 버튼으로 바뀌어 있었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한글로 입력했더니 택시가 호출됐고 한글로 위치를 입력하면 그 나라 언어로 상대방에게 바로 전달돼 꼭 한국 사람과 채팅하는 것처럼 의사소통이 가능했었다. 이러한 일상의 편리성은 불편함과 애로사항을 해결하려는 누군가의 상상과 노력으로 가능해졌
현장에서
동양일보
2024.03.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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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신경림(申庚林: 1936~)의 '안의 장날'시는 소외된 민중의 고달픔을 다루고 있다. 시 문면에는 따뜻하고 잔잔한 인정을 바탕으로 감동을 주고 있다. 남녀 사이에 얼굴을 대하지 않는 관습조차 부질없을 정도로 함께 늙어가는 처지의 안사돈과 바깥사돈이 장날에 만나 뜨끈한 장국밥을 먹는다. “험하게 살다 죽은” 이의 ‘험한’ 사연인데 한쪽은 아들을, 다른 쪽은 사위를 잃은 이들의 사연이 역사적 질곡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민족 현실과 관련한 시집의 성격에서 비롯한다. 90년대 "더없는 욕"이었던 삶을 살아가는 노년이라면
풍향계
동양일보
2024.03.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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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첫째,3.1운동을 상기하고, 조선말일제강점기 김성환(金成煥1875~1958), 이근원(李根元1840~1918),김호경(金皓經1878~?)의 항일정신을 자유민주수호에 창의하자. 1895년 명성황후시해사건인 을미사변 이후, 유학자들은 “존화양이(尊華攘夷)위정척사(衛正斥邪)”를 실천했다. 즉 “전통 우호국인 중국문물을 숭상하고 오랑캐를 물리친다,올바른 것을 지키고 사악한 것을 물리친다”이는 이항로(李恒老)학맥 인물들의 기본이론이다. 위 세 사람은 이항로학맥이다. 둘째,이근원의 『금계집』「화양일기(華陽日記)」 는 구해보기 힘들
동양칼럼
동양일보
2024.03.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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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우리는 조직이라는 용어를 많이 말한다. 경영학에서 조직은 기업의 공동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활동을 분할하고, 이를 각 구성원에게 할당하여, 각 구성원이 갖는 직무의 상호관계를 명백히 규정하여 서로 협조하에 수행하는 사람들의 집합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조직의 성장 속도와 규모에 따라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과 유형이 존재하며, 조직이 바라보는 조직구성원에 대한 관점이 결과론적 측면에서 어떠하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업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존 1960년대와 1970년대 경제성장의
오피니언
동양일보
2024.03.1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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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살랑살랑 봄바람의 교태가 어린싹을 틔우고 꽃들을 깨우는 3월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풀꽃도 고개를 땅위로 뻗어내는 불가항력의 희망찬 봄이 시작됐다.요맘때 도서관은 청소년들이 책 한 권 펼치고, 페이지마다 인문의 신비한 세계를 탐구하는데 힘이 되는 동행 준비로 다소 분주하다. 마치 경기를 앞둔 마라톤 선수들이 출발선에 선 심정이 딱 그것일 거다. 신학기 신호를 기다리며 도서관에서 새로 선보이는 독서인문 프로그램은 흥겨운 설렘과 생명력이 넘쳐흐른다. 청소년들은 문학, 역사, 예술, 과학, 철학 등의 다양한 꽃들을 피워
유리창
동양일보
2024.03.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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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한국교원대가 청주교대와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사업 30’ 도전에 나섰다.교원대가 오는 22일까지 교육부에 예비지정 신청서를 접수키로 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서자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다.교원대는 지난 14일 도서관 청람아트홀에서 ‘글로컬대학 30 예비지정 신청에 대한 의견수렴및 공개토론회’를 열었다.김종우 총장은 “학력인구 감소라는 대학의 위기 극복뿐 아니라 교원양성대학 간의 상생 발전 및 교원대 중심의 종합교원양성체제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대학 통합 추진 방향을 밝혔다.교원대는 지난해 12월 27~28
오늘의주장
동양일보
2024.03.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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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같은 계통에서 일하던 후배가 서울 직장을 잡아 자신의 이름까지 바꿔 청주를 떠난다며 작별 인사를 건네왔다.쉰 가깝도록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폭넓게 살았던 그가 고향을 떠나기로 한데다 그간 명찰 명함에 박았던 옛 이름 ‘고민X’를 버리고 법원 인터넷 개명 서비스로‘고O현’로 바꿔 인생 후반부 승리를 향한 장도에 올랐으니 한편 섭섭하지만 그 바람대로 이뤄지길 응원했다.삶의 궤적에 나쁜 과거력이나 이름 콤플렉스가 있던 것은 아니고 친인척 지인들 가운데 개명을 통해 놀랍고 신박한 덕을 본 경우가 많았다는 주변 사례와 권유가
오피니언
동양일보
2024.03.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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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도복희 기자]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로 인해 ‘내일이 무섭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물가 시대 서민들이 체감물가는 20%까지 올라갔다. 사과·배 등 농산물 가격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밥상 물가가 올랐다. 지난달 40개 가까운 외식 세부 품목 중 물가가 떨어진 품목은 찾아볼 수가 없다.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오른 제품이 내린 것보다 두 배 많았다. 식품 외식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하락을 반영해 가격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암울하기만 하다. 고물가로
기자수첩
도복희
2024.03.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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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에서 당시 세계 9위의 포르투칼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승리 구호는 ‘중꺽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였다. 그 경기의 결과는 모든 국민이 알고 있듯이 우리는 기적같은 승리를 했고 기뻐했다. 이러한 기적의 문구가 안전분야로 스며들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안전의식’. 이 안전 슬로건은 내가 좋아하는 안전문구 중에 하나다. OECD 국가중 산업재해 사망률 하위권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쩌면 이런 기적의 행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 안전이 확보되려면 사람들이 진정으로
프리즘
동양일보
2024.03.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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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낼 모레가 춘분이다. 춘분은 24절기 중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로 태양 황경이 0°이다. 초봄의 온화한 날씨와 쌀쌀한 꽃샘추위가 공존하는 환절기에 청주시 보건소에서는 이 기간을 이용해 시민들이 많이 가는 장소와 저녁 시간 때 이용 인원이 많은 공원, 유원지, 등에 포충기를 설치하여 여름철 방역에 힘쓸 예정이다.보건소에서는 유충구제 사업을 3월부터 실시하고 있지만 모기 유충은 물과 습기만 있으면 서식하기 쉽고 발생량이 많아 도시와 유원지에서는 포충기 설치가 필수적이다.포충기는 빛과 파장을 이용하여 모기나 나방 등의 해충
차한잔
동양일보
2024.03.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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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학교로 내려온 한 장짜리 공문에 화가 났다. ‘감사 지적사항 발생에 따른 출장 복무 사용시 주의 사항 안내’라는 긴 제목의 공문. 국민권익위원회 출장여비 실태조사 결과 지적사항이 있어 주의사항을 알린다는 요지이지만, 안내된 5개 사항 일부는 기존 복무관리 요령과 다르고, 불필요한 노동을 발생시키는 것이었다. 출장시간이 변경되거나 취소되면 변경신청 및 출장취소 처리, 강의료에 출장비 포함할 경우 ‘여비 지급하지 않음’ 으로 출장 신청 등은 기존과 동일하고, 왕복 2㎞ 이내 근거리 출장을 실비 지급하라는 것은 통상 여비 부
동양칼럼
동양일보
2024.03.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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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22대 총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각 정당 공관위의 줬다 뺐었다 하는 공천번복으로 유권자는 혼란스럽다.이를 두고 홍준표 대구 시장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으로 후보 됐으면 다음 판단은 본선에서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면서 "무슨 공당의 공천이 호떡 뒤집기 판도 아니고 이랬다저랬다"면서 공천 번복에 대해 일갈했다.충북의 정치 1번지 청주 상당구도 정우택 부의장의 공천취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4일 "우리의 도덕과 상식의 기준에 맞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정우택 부의장
오늘의주장
동양일보
2024.03.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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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윤규상 기자]풍향계/우리를 위한 역사Ⅵ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마르크스라고?, 아냐!, 맑스라고 불려야 맞지.”과거 학창 시절에 운동 때나 했다는 사람들이 종종 했던 말이다.마르크스는 일본어 번역을 그대로 한국어에 옮긴 것이고, 맑스는 독일어 원음에 가깝게 옮겼다는 것이 그들이 주장이었다.어떤 학내 동아리는 날씨가 ‘맑다’와 미래는 ‘맑스주의자’의 의미를 합친 ‘내일은 맑습니다’라는 중의어로 자신들의 행사를 알리기도 했다.그런데 이처럼 심오한 생각을 하는 이들 중에 마르크스의
풍향계
윤규상
2024.03.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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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동양일보 기자]지난 2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과일값 상승률이 무섭다. 32년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과일값 고공행진 여파로 2월 대전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를 기록했다. 충북(3.2%)과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3.1%)은 이미 3%를 넘어섰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지난해 8∼12월 3%를 웃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1월 2%대로 안정세를 보였는데 한 달 만에 3%대로 올라선 것이다. 구매빈도가 높은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
오늘의주장
동양일보
2024.03.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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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그의 무덤을 다녀왔다.꽃샘바람이 빈 가지를 흔들던 겨울의 끝, 괴산군 청안면 백봉리 사과나무골에는 잔설이 녹은 계곡물이 맑게 흘렀다. 그는 그곳 볕 좋은 산비탈에 누워있었다. 봉분이 없는 평장 앞에는 검은 돌에 “그림 좋아하던 황창배 여기서 그림 그리다 가다”라는 비문이 적혀있었다. 황창배 작가의 글씨를 집자해 만든 비문이었다.비문처럼 그는 이곳에서 그의 생애 마지막 10년을 불태우듯 그림을 그리고 떠났다. 많은 그림들이 이곳에서 탄생됐다. 그가 떠난 지 23년.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를 잊지 못한다.아니 그가 남긴 그림은
동양칼럼
유영선
2024.03.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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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8년 개봉한 중국 유약영 감독의 로맨스 영화를 소개한다. 눈물을 흘리며 봤던 영화이다. 이 작품이 한국에서 문가영과 구교환의 연기로 한국판이 리메이크된다고 하여 다시 한번 그때의 감성으로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한다. 중국 영화 는 중국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영화로 배우들의 덤덤하면서도 묵직한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 인생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청춘들의 사랑과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해서 청춘 로맨스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매우 좋아할 영화로 여겨진다. 주인공으로
동양칼럼
동양일보
2024.03.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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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유환권 기자]대한민국에서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 표현과 취업·승진·성취 등에 있어 여전히 뿌리 깊은, 피할수 없는 ‘평가의 잣대’ 역할을 한다. 오죽하면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인 서울’을 입에 달고 살까.명문대에 가는 것을 탓할수도 회피할수도 없는 현실적 사정 다음에 우리가 사회적으로 반드시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토대는 기회의 공정성이다. 그것이 명료하면 학벌사회를 무조건 나쁘다고 비난하지도 않는다. 젊은이가 잘 배워야 사회발전을 위해 뭔가라도 할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오늘의주장
유환권
2024.03.1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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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장승주 기자]초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 또래가 가장 많이 즐겨하는 게임 중 하나는 ‘포켓몬 GO’라는 게임이다.증강현실(AR)을 적용해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화면에 등장하는 포켓몬스터를 몬스터 볼을 던져 잡는 방식이다.마치 원작 만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라는 아이의 말이 이 게임의 인기 요인이 아닌가 싶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균형을 이뤄 실질 배출량이 영(零, Zero)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산화탄소(CO2), 메탄(CH4)과 같이 탄소(C)와 관련된 물질이 온실가스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탄소중
프리즘
장승주
2024.03.1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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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등용문이란 주로 입신양명의 관문으로, 성공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는 관문을 일컫는다. 후한서(後漢書)에 의하면 환관이 득세하여 어지러운 와중에 고결함을 유지하던 관료 이응이란 자가 있었는데, 젊은이들이 그의 추천을 받는 것을 영광으로 여겨 ‘이응의 추천을 받는 것은 용문을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다’라 비유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용문이란 황하 상류 협곡의 문인데 물고기, 특히 잉어가 이를 통과하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에 이에 비유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응의 추천을 받는 것은 물고기가 용문을 오른 것이고,
동양칼럼
동양일보
2024.03.13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