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에 조용한 내조로 일관한 김혜경(58) 여사는 1966년 9월 12일, 충북 충주시 산척면에서 태어났다.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음대에 입학했다. 1990년 당시 피아노과 85학번이었던 김 여사는 오스트리아 유학을 준비하던 중 같은 해 8월에 갓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이재명 대통령과 처음 만났다.
김혜경과 이재명은 당시 유행하던 ‘007미팅’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후 서로 사랑에 빠져 거의 매일 만남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인 이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혜경과 처음 만났던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본인이 김혜경에게 첫눈에 반했었다고 전한다.
그 때문인지 만난지 1주일도 안돼 청혼을 했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는지 이 대통령의 말로는 그 후, 다이아몬드 반지 대신 13세 때부터 써온 일기장을 건네주며 청혼했다고 한다.
그렇게 둘은 만난 지 약 6개월이 지난 1991년 3월에 결혼했고 슬하에 장남 동호, 차남 윤호 형제를 두고 있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조용한 내조로 당선에 큰 힘을 보탠 김 여사는 어떤 공개 발언도 하지 않고 '조용한 내조' 선거운동을 치렀다.
김 여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불거진 '김건희 리스크'를 의식한 듯 언론 노출을 자제하며 이 후보와 별도로 대부분 비공개 일정만 소화했다. 그러나 김 여사의 '발'은 전국 곳곳을 분주히 누볐다. 주로 정치색을 띠지 않는 종교계와 제도권 밖 사회적 약자층을 찾아 목소리를 듣는 행보였다. 리스크는 최대한 줄이되 국민 화합을 위한 활동을 물밑에서 해왔다는 게 선대위 관계자들의 평가다.
김 여사의 전략은 동선을 살펴보면 엿볼 수 있다. 우선 김 여사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종교계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12일 서울에서 열린 조계종 중앙신도회 행사에 참석했으며 다음 날에도 서울 명동성당을 방문해 정순택 천주교 서울 대교구 교구장과 면담을 가졌다. 특히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충북 단양의 구인사, 경남 합천의 해인사 등 사찰을 유독 많이 찾았다. 김 여사는 기독교인이지만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고(故) 자승스님으로부터 ‘천수안’이라는 법명을 받는 등 불교와도 연이 깊다.
이처럼 종교계를 찾는 이유는 '사회 통합'이다. 이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경제인, 청년들과 주로 만나 '미래'를 이야기했다면 김 여사는 우리 사회의 아픈 '과거'를 주로 들여다봤다. 지난 14일에는 전남 광주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5.18 유족들과 비공개 면담을 했고, 5.18 민주화운동의 증인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도 만났다. 지난달 21일에는 전남 목포 신항을 찾아 항 내 안치된 세월호 선체를 둘러봤다.
또한 김 여사는 지난달 27일 한센인의 아픔이 서린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방문해 한센인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고 면담이 끝난 후에는 이들이 살고 있는 생활동도 방문했다.
그는 방명록에 "아픈 시간을 견뎌온 삶의 자리, 그 용기와 사랑을 가슴에 새기고 함께 기억하겠다"고 적었다. 이 같은 행보는 '김건희 반면교사'로 읽힌다. 김건희 여사처럼 국정에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승룡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