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 시인

나기황 시인

[동양일보]자고 일어나면 달라져 있는 세상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세월마저 앞질러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느낌이다. 유튜브(youtube) 세상이 그렇다. 유튜브, 가까우면서도 잘 알 수 없는 존재다. 미국 동영상 사이트다. ‘당신 자신을 방송하세요!-Broadcast Yourself!’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005년 11월 공식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창업 1년 만에 구글이라는 대기업이 인수해 지금은 전 세계 인구의 1/3을 세계시민으로 거느린 유튜브 왕국이 됐다.

유튜브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디지털 플랫폼과 알고리즘이라는 특성만으로 유튜브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없다. 유튜브 채널의 다양성만큼이나 유튜브에 대한 시각차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몇몇 자료와 현상을 살펴봄으로써 유튜브의 쓰나미급 폭주에 대한 좌우 방향만이라도 가늠해 보고 싶은 것이다.

지난해 유튜브에 관한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5천178만명) 대비, 국내 유튜브 앱 사용자 수는 4천319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 83%에 해당하는 수치다.

TV 브라운관을 상징하는 빨간 둥근 사각 바탕에 흰색의 삼각형이(▷) 이 옆으로 누워있는 아이콘을 보면 반사적으로 반응해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게 된다. 누르는 순간, 주도권은 유튜브로 넘어간다. 유튜브를 단단히 받쳐주고 있는 ‘알고리즘’이 추천 동영상의 늪지대로 인도한다.

여간해서는 ‘클릭’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얘기다. 가령 ‘이스라엘의 역사’를 시청했다고 하자. 이스라엘 역사는 역사고, 그 이후는 가이드에게 일임한 패키지여행처럼 알 수 없는 일정을 따라가게 된다. 갈릴리 호수를 지나 로마 시대를 거쳐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를 만나고, 탈레반의 참수현장을 보기도 하고, 음모론에 끌려 프리메이슨과 오바마까지 점점 깊은 늪으로 빠지게 된다.

온라인 동영상 시청 시 유튜브를 이용한다는 응답은 93.7%다. 10대가 99.2%, 60대 이용률도 94.2%다. 성별이나 나이도 별 차이가 없다. 유튜브 월평균 사용 시간도 10대가 41시간 40분, 50대 이상도 20시간을 넘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 됐다. 유튜브가 디지털 생태계를 빠르게 잠식하는 황소개구리나 큰 입 배스 같은 포식자가 된 셈이다.

유튜브가 언제부터 이런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 걸까.

유튜브의 1차 적인 경쟁 상대는 TV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유튜브는 경쟁도 공격도 하지 않는다. “그냥 난 이래, 네 생각은 어때, 내가 본 것 웃기지 않아” 하면서 만들어진 영상이 그냥 경쟁력이고 공격의 무기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영상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분당 약 500시간의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매일 10억 시간 이상의 동영상이 조회되고, 월간 약 20억명 이상이 유튜브에 접속하여 평균 12분 43초를 머물다 간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보기에 깃털처럼 가벼운, ’같잖은‘ 상대에게 대거리도 해보지 못하고 대세에서 밀려난 셈이다. 주요 황금시간대에 10명 중 7명이 유튜브 시청에 빠진다.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은 1968년 미 생물학자 개럿 하딘(Garrett Hardin)에 의해 발표된 개념이다. 자연환경처럼 제약이 없는 공유자산의 경우, 관리하지 않으면 공유자산은 금방 고갈되고 황폐해진다는 이론이다.

각종 규제와 제한 속에서 엘리트방송을 지향하는 지상파 방송이 설 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선악을 불문하고 유튜브는 디지털 플랫폼 공유지에서 자유로운 영혼이다. 막아설 근거도 힘도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재미’와 ‘돈’이라는 변수가 유튜브 쪽에 손을 들어줬다.

“나는 유튜브로 1년에 17억 번다!”

유튜버들의 대부격인 1세대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이 그의 저서 ‘유튜브의 신’에서 밝힌 내용이다. 구독자 600만명인 ‘서은이야기’의 연간 수입은 97억3000만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까운 듯 먼 얘기다. 그렇다고 굳이 유튜브의 과잉정보와 편향성에 대해 냉소적일 필요는 없다. 이길 수 없으면 협상하는 게 상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다.

유튜브라는 거대한 흐름에 몸을 맡기고, “내 생각은 이래”하고 한발 물러서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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