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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인간 A는 사랑하는 연인 B와 헤어진 후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한다. 꽤 시간이 지나갔음에도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해서 A는 근래 인기가 높아진 스마트 로봇을 구입해 조력을 받기로 한다. AI가 탑재된 성인용 휴먼 로봇 C를 제법 고가임에도 대출까지 받아 기성이 아닌 맞춤형으로 구매한다. 같이 지내보니 사람 못지않은 여러 가지 능력을 갖추고 있어 사실상 가족이나 반려자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로봇과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이다. A의 아리따운 동거인 C는 A가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기절할 듯이 반기며 뛰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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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9.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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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가난했던 내 유년 시절, 그나마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던 막내로 태어나 다행이었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그곳, 읍내로 나가는 시내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가 전부인 그곳에서는 여름이면 옥수수가, 겨울이면 고구마가 우리들의 심심한 입을 달래줬다.남편에게 내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면 우스갯소리로 마치 자신의 할아버지 세대에서 살다 온 사람 같다며 진심으로 놀라곤 한다. 아버님 세대도 아니고 할아버지 세대라니.그만큼 나는 내 또래와는 다르게 놀라우리만치 다른 시대를 살았다. 무슨 1950~60년대 살던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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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9.1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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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얼마전 감기몸살인지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 3일정도 학원에 나가지 못했다.그런데 막상 출근을 하려니, "혹시" 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니던 병원에서는 검사 안해도 된다고 했지만, 무작정 선별 진료소에 방문하여 검사를 받았다.걱정하다 더 아플것 같았다. 동선은 집. 학원. 집. 주말 집콕 뿐이었지만 검사 받으러가면서 어마어마하게 겁이 났다.이제부터 걱정이 한가득 쏟아진다."혹시라도 양성이 나오면 어쩌나....아이들. 학부모님한테 이상황을 어찌 설명을 해야 하나...혹시라도 우리 친구들이 걸리면 어떻게하나...그리고 맘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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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9.1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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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현재의 직장에 안주하는 생활에 젖어 점점 의욕이 사라지는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과 관심은 가치 있는 ‘왜’를 찾는 것에 있었다. 우연히 읽게 된 사이먼 사이넥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는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답이 명확하게 내려진다면,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흔들리지 않고 신념 있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줬다. 그저 안주하는 삶을 사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수많은 새로운 것을 접하고 거기서 받은 영감과 지식, 정보를 통해 가치 있는 ‘왜’를 찾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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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8.2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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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대부분은 다른 사람이 나의 생각과 다른 행동이나 말을 하면 ‘아마 그래서 그랬을 거야,’ 혹은 ‘그럴지도 모르지’라고 섣부르게 판단한다. 상대방에게 왜 그랬는지 묻거나 따지거나 대화해서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나의 편견대로 판단해 버린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머릿속에 ‘원래 그래.’라고 확신으로 굳어진다.사람의 기억은 때론 사실을 정확하게 기억하기보다는 내가 믿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게 된다. 영국의 작가 줄리언 반스는 장편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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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8.2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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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지난 1980년대 군사 독재 시절을 배경으로 마구잡이로 자행된 간첩 조작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는 소설 ‘코뿔소를 보여주마’를 인상 깊게 읽었다.어느 날 전직 검사 출신의 변호사 장기국이 실종된다. 그는 유신 정권의 막바지 살아있는 권력 밑에서 충견 노릇을 하던 검사였다. 알몸의 그를 담은 엽기적인 동영상이 배달되고, 수사팀은 사건을 파헤치지만 결국 장기국은 사체로 발견된다. 뒤이어 유신정권 시절, 펜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살리던 정치부 기자 출신의 시사평론가 백민찬과 고문 기술자로 악명 높았던 권영욱이 차례로 실종,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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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8.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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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전 세계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자연의 시간은 늘 그렇듯 순리대로 흘러가 벌써 한여름이 됐다.스물아홉! 다음 여름은 앞자리가 달라진 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친한 언니들이 30대에 들어설 때 3030언니들이라고 놀리면서 장난을 치던 것이 두 해 전인데, 내년이면 나도 그 30대에 들어가게 되다니 시간 참 빠르다.서른이 되면 안정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진작 독립을 하고, 취향에 맞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 채운 따듯하고 아늑한 집에서 ‘나만의 싱글 라이프’를 실컷 누리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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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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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오늘도 가타부타 설명 없이 소리부터 지르는 민원인이 왔다. 민원실에서 근무하는 내게 참으로 익숙한 환경이다. 아침엔 옆 차가 방향지시등 없이 갑자기 끼어들어 짜증나게 했기에 ‘오늘 일진이 사납군’하며 별일 아닌 듯 지나치려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일상생활에서 분노란 감정이 정말 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운전대를 잡아본 사람이라면 나도 모르게 분노하고 있는 자신을 자주 만나게 된다. 왜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으면 화를 자주 낼까? 이유 중 하나로 익명성이다. 얼굴을 서로 마주하지 않아서 상대방이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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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8.0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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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지난해 여름, 필자는 부모님을 따라 괴산군 사리면에 터를 잡아 괴산군민이 되었고, 어느덧 괴산군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전에도 괴산군을 오갔지만 괴산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필자는 지난해 가을 괴산군 공무원이 되면서 앞으로 일해야 할 이곳 괴산군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괴산의 역사를 찾아봤다.먼저 괴산이란 이름의 유래가 궁금했는데, 신라의 장수 찬덕(讚德)이 가잠성(椵岑城)을 지키고 있을 때 백제의 대군이 침입하여 고립되자 항복하지 않고 큰 느티나무에 머리를 받아 자결했다고 한다.그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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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8.0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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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와 말 한마디에도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느끼는 경우가 우리에겐 종종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때로는 가시 돋친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렇듯 서로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우리 삶과 일상에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바쁜 삶에 지쳤을 때 잠시 멈춰 지나온 시간을 반추해 보면 상처의 말보다는 격려와 위로의 말과 대화가 더 기억에 남고 가슴에 새겨져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고 자양분이 될 수 있었음에 감사하게 된다. 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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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3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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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중국의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삼국지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황건적의 난 이래 위‧촉‧오 삼국의 혼란스럽고 격동적인 100여 년을 거치면서 많은 위인이 탄생하고 한 시대를 풍미한 후 역사 속으로 저물었다. 이 중 단연 압도적인 인물들이 나타나는데 삼국의 리더인 조조, 유비, 손권이다. 물론 제갈공명, 방통, 노숙, 사마의 등 뛰어난 책사들이 있었기에 그들이 조명을 받았다는 내용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임에 틀림없다. 흔히들 조조는 천시, 즉 하늘을 얻었으며, 손권은 장강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얻었으며, 유비는 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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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7.2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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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요즘 녹음이 짙은 산을 바라보면 온 국민의 기대를 안고 한 소녀를 찾길 간절히 염원하며 산속을 헤매던 작년 일이 떠오른다.처음에는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가출 신고로 생각했었다.가족들과 산속에서 놀다 먼저 내려갔지만 나타나지 않은 딸. 부모는 경찰에 소녀의 실종을 신고했다. 당시 소녀의 부모와 얘기한 결과 단순 가출로 인한 실종신고가 아니었다. 우리는 소녀가 마을로 내려갔을 경우, 길을 잃고 다른 산으로 올라갔을 경우, 범죄피해를 당했을 경우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을 시작했지만, 2~3일이 지나도 소녀의 흔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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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7.1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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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 네모난 조간신문 본 뒤 /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 지나 / 네모난 학교에….’‘네모의 꿈’ 노래 가사이다. 뭔가 익숙하지 않은가? 우리네 모습이진 않을지 감히 상상해본다.얼마 전 아이가 다니던 소아과 병원을 옮겼다. 다니던 병원은 꽤 큰 건물에, 새로 지어 깨끗하고 심지어 진료하는 의사도 검사 장비도 많았다. 하지만 그 병원의 의사는 아이의 동그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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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7.1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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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청주랜드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에 작은 연못이 있다. 일부러 숨겨둔 것도 아닌데 숨어있는 것처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그곳에 가장 무더운 8월에 하얀 연꽃이 피어나고 그 연꽃으로 시민들을 위한 연잎밥 만들기 행사를 한다. 강사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연잎을 따서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나눠준다. 연잎으로 우산처럼 햇볕을 가린 아이들이 줄을 서서 걸어간다. 언제부터인가 연못에 연꽃보다 수련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수련의 잎은 두텁고 색도 진하고 강해 보인다. 누군가 수련이 자라 꽃을 피우면 좋겠구나 해서 언젠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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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7.0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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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노르스름한 감 꽃 위에 금빛 미소를 머금은 초여름의 햇살이 잔잔히 부서지는 날!생의 길목에서 인연의 고리로 묶인 아름다운 사람, 내가 단발머리 소녀 시절 그녀는 내 앞에 나타났다. 시댁에 들어와 산다는 건, 어쩌면 낯선 땅에 처음 부임한 선생님이거나 선교사 같은 게 아닐까? 그녀는 남편을 빼고도 여섯 식구의 시선을 늘 의식하며 자기가 뽑은 심지에 책임을 지고자 노심초사했다. 밤낮없는 집안일에 밥을 해도 그냥 밥만 하는가? 중간에 밥 위에 호박이나 가지를 얹기도 하고 밀가루 옷을 입힌 고추를 얹기도 한다. 어느 땐 새우젓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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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7.0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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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세상에는 듣기만 해도 설레고 기분 좋은 말이 있다. 나에게 그런 말은 우리 아들, 보너스, 1+1, 여행 등이다. 오늘은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출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에게 일주일 또는 한 달, 그보다 더 긴 1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싶다는 답변을 했다. 나의 경우에도 여러 선택지 중에 여행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나는 친구들에 비해 결혼을 좀 늦게 한 편이고 결혼 전에 무한정 주어졌던 자유의 시간에 꽤 여러 번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서유럽,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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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6.3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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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자꾸만 당신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아무래도 나는 사랑에 빠진 모양입니다.”길을 걷다가도 불현듯 떠오르는 스냅사진 몇 컷의 기억, 그것은 북쪽 나라에서 목도한 몇 가지 풍경에 관한 것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며칠간의 인연으로 북쪽 나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는 사실을 이즘에 와서야 깨달았다. 사실 나는, 내 한 몸의 유희를 위하여 지구가 생산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대륙과 대양을 넘나드는 여행에 대해서 상당한 반감이 있었고, 그래서 나 혼자만이라도 외국 여행에 대해선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고 다짐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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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6.2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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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이 잡기는 하루에 몇 번씩 반복되는 하루 일과 중의 하나였다. 내가 어릴 적 살던 충청북도 제원군 송학면 송한리 외진 산뒤마을도 예외는 아니었다. 약방도 없었고, 병원은 30리(12㎞)나 떨어진 제천에 있었는데, 그것도 정병원이라고 딱 하나가 있었다. 유일한 교통수단은 제한속도 60㎞를 달리지도 못하는 버스가 하루에 세 번 정도 먼지를 날리며 마을 앞 신작로를 지나갔다.이런 우리 마을에 천사 같은 분이 한 분 계셨다. 사람들은 그 분을 ‘하미사’라 불렀다. 당시 아저씨는 우리들 책보 보다 더 큰 가죽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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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6.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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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모란 꽃송이가 칙칙한 기억 속으로 덫이 된다.인연의 고리란 으레 가깝고 정겨운 이들로 하여금 엮이어진 징검다리를 조심조심 건너서 미지의 사람과 만나 정들여 해로하여 살아간다지만, 그 순일한 한 송이 꽃떨기가 어느 때인가는 심호흡하듯 그윽하게 심금을 울리던 순간 맺어지는 훈풍과도 같은 기류가 있었다.소녀의 집 큰 대문 앞 한켠엔 두레박우물이 있었고, 그 곁으로 좁다라니 습한 여분지에는 저절로 자생하듯 채송화 봉선화 모란이 옹기종기 모둠이로 자라나 한여름으로 치달을 땡볕 무렵, 꽃을 피우는 언저리로 소녀의 소박한 정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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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6.2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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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첫째,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둘째 아이는 지난 6월 8일 전국에서 마지막으로 등교 개학 그룹에 합류하게 되어 145일 만에야 교문을 넘어 그토록 가고 싶던 학교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되었다. 그마저도 중학생이 된 딸은 방 한편에 소중히 걸어놓은 멋진 교복 재킷은 입어보지도 못한 채.학교에서 돌아온 날, 아이들은 예전처럼 친구들과 얼굴을 맞대고 웃고 떠들고, 선생님 품에 달려 안기고, 함께 어울려 놀기는 꿈도 못 꿀뿐더러, 얼굴엔 마스크, 책상엔 가림막이 학교 친구들과 거리를 두게 하여 학교생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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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8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