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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명(한국화가) 작, ‘월하(月下)’나도 자꾸 목이 마르다심 억 수청주문인협회장 세상의 모든 것이 깊어지고 채워지는 가을이다.바람에 일렁거리는 벼 이삭을 바라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였다. 더러 고개를 들고 서 있는 것들은 아직 여물지 않은 것이거나 곡식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피들이다.나는 잘 여물어 고개 숙인 알곡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반문해본다.나의 삶도 어느덧 가을인 것 같다. 파릇파릇했던 봄도 지나고 열정으로 모든 것이 거침없었던 여름도 지났다.가을이 인생의 끝은 아닐 것
이가을엔
동양일보
2013.09.2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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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영경(서양화가) 작, ‘seeing’가을엔 주문을 외자, 조·여·청·망·치·단노창선(시인·한국교통대 교수) 1. 조 ·세상은 떠들썩하다!).2. 여(旅·나그네 되어).먼 길을 떠나고 싶다. 가을 울타리에는 연서처럼 붉은 단풍나무 잎사귀 한 장 꽂혀있는 곳. 거기가 내 고향일 것이다. 그 슬픈 울타리를 따라 가다보면 하늘빛처럼 푸른 강물이 하얀 비늘을 일으켜 세우며 우는 곳. 넓은 강변에는 바람 따라 갈대가 서로 몸을 비비며 쓰러질 듯 흔들리는 곳. 내 고향 어귀에서 나는 세상을 잊고 싶다.3. 청(聽·듣다)강물 소리
이가을엔
동양일보
2013.09.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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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복(서양화가) 작, ‘비-몽(飛-夢)’아뿔싸, 이 가을에는박현진 (연극인·충북예총 편집장) “이게 얼마만예요? 반가워요!”한 눈에도 얼마나 반가운지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격앙된 목소리와 환한 웃음으로 그쪽이 내 손을 잡는다.“아, 네. 어떻게 지내셨어요?”얼떨결에 대답은 했지만 선뜻 떠오르는 필름이 없다. 10년 전, 20년 전 일을 얼마나 깊고 크게 간직했던지 아님,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세월의 무게가 버거웠던지 급기야 그쪽이 눈물까지 글썽인다. 민망해서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나. 아무리 사람을 잘 기억 못
이가을엔
동양일보
2013.09.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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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숙(서양화가) 작, ‘landscape in my mind’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석문 시인·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이 가을엔 소주 한 병에 쥐포하나 들고 공동묘지로 가 볼일이다푸른 봉분 사이사이로 흐드러지게 피어난 개망초꽃을 바라보며 지나온 삶을 반추해보고 싶다.이름모를 들꽃길을 따라 초라한 봉분 앞에 잠시 머물러 소주한잔 올리고 영혼의 대화를 나누고 싶다살아오면서 남들에게 피해주지는 않았는지?무심코 내뱉은 말로 상처가 되지는 않았는지?내 이웃이 어려움을 모른 채 방관한 적은 없는지?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이가을엔
동양일보
2013.09.1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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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설치작가) 작, ‘모호한 경계’ 지난여름 34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함께 예상치 못했던 원자력발전소 가동정지 여파로 사무실은 물론 각 가정에서도 냉방기 사용절제 등 모든 국민이 무더위와 한판 전쟁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추석을 앞둔 가을 문턱에 접어든 지금 언제 그런 무더위가 있었는가 싶을 만큼 아침, 저녁으로는 상쾌한 바람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잠깐 가던 길을 멈추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하늘하늘 피어있는 코스모스와 들녘의 황금빛 벌판과 뭉개구름으로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 파아란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간을
이가을엔
동양일보
2013.09.1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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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재(판화가) 작, ‘나무’행복을 위한 일탈이덕자 새벽 5시, 아직 어둠이 거치지 않은 것을 보니 가을이 가까이 오고 있나보다. 끈질기게 기승을 부리며 버티던 더위도 흐르는 절기 앞에서는 어쩌지 못하는지 새벽 공기가 제법 서늘하다. 상쾌하고 풍요로운 가을이 아침 햇살에 서서히 열리는 동안 나는 마당에 서서 잠시 깊은 호흡으로 숨을 고르며 이 가을, 달콤한
이가을엔
동양일보
2013.09.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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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한국화가) 작, ‘내마음을 알지?’ 별 헤이는 밤 정일원(연출가·충북예총부회장) 대한민국의 계절은 좋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단다. 외국을 많이 나가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상하게 들리는 말이지만.아마도 4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 나무는 단단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고 어느 건축학 교수가 나에게 말해준적이 있다. 50도씩이나 차이가 나는 기온을 견디기 때문이란다.여름엔 섭씨 30도에 겨울엔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니 그럴 만도 하다.좋기로는 4계절 중 어느 계절인들 어떠랴. 계절은 저
이가을엔
동양일보
2013.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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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희(한국화가·청원 오송고 교사) 작, ‘멜랑꼴리(감성적) 절친’다함께 나눌 수 있는…이종수(시인·청주흥덕문화의집 관장) 뜨거운 여름은 포구의 배처럼 밀물을 만나 떠나간다. 싱숭생숭하던 뱃전이 물을 받으니 거짓말처럼 떠나간다. 무거운 마음조차 그랬으면 하고 뱃전에 실어보지만 ‘이 가을에는’으로 시작하는 뒷문장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골목과 풍년이라는 들녘, 시시때때로 뉴스를 장식하는 우리네 정치며 살림살이를 생각하면 암울하다 못해 힘이 빠진다.세상은 왜 모두가 원하는 대로 나아지지 않는가? 한
이가을엔
동양일보
2013.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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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수(서양화가) 작, ‘A Universal truth’이 가을엔 사소한 갈등은 접어두자김묘순(옥천문협회장, 수필가) 낚시를 한다.바다낚시에 마음이 파도처럼 출렁인 것도 잠시, 바다의 아름다움은 뒷전이고 그 위로 출렁일 바다의 깊이가 무서워졌다. 그러나 “무섭지 않으리라”는 일행의 위로를 벗 삼아 바다로 따라나선 것이다.내 낚시에는 입질도 없다.기다렸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기다려봤다. 그러나 허사였다. 갯지렁이는 퉁퉁 불어서 희멀건해졌다. 낚싯줄이 짧다는 진단을 내린 일행 중 한 명이 줄을 길게 늘여주고 밥도 새우
이가을엔
동양일보
2013.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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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수(한국화가·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학예사) 작, ‘캣츠아이’내 이름이 지워지기 전에…김진수 수필가 창 밖에는 풀무치의 울음소리가 가을 귀를 열고 있습니다.나도 목청을 가다듬고 울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말을 해서 무엇하리오. 하늘은 높푸르고 열매들은 이제 점점 여물어 가겠지요.짧지 않은 생애 살아오면서 자연이 내게 준 축복에 눈물 흘립니다. 내게 몇 번이나 더 있을 가을인지도 생각을 해 봅니다. 이제껏 나는 그 축복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그냥 내게 당연하게 와 주어야하는
이가을엔
동양일보
2013.09.0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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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유난히도 뜨겁고 질기며 고단했다. 몸도 마음도 혼미해져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 방황의 틈새에 가을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가을 숲으로 달려가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숲’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보자. 그 어느 말보다도 마음이 아늑해지고 꿈결같은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지 않는가. 당장이라도 숲속으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에 설레고, 기억 속 어느 순간이 애틋하게 떠올라 물결치는 숲의 바다가 내 안에서 출렁이는 것 같지 않던가. 숲이 아늑하고 편안한 이유는 피톤치드가 주는 신선한 공기와 맑고 향기로운 기운 때문이
이가을엔
동양일보
201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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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우리들을 숨 막히게 했던 폭염의 깃발은 서서히 물러날 채비를 하고 그렇게도 당당하던 기세가 한풀 꺾어지고 있다.달이 밤을 밝히면 하루를 접듯이 요란 했던 한해의 푸르름을 만끽하던 세상의 정원도 정리를 해야 하는 계절 가을이 성큼 왔다.가을은 푸르던 날을 붉게 물드는 날이다. 붉은 물이 든 담장이 잎사귀가 가랑잎으로 묻어와 아침저녁 낮은 곳으로 내려 쌓이고, 밤이면 들릴 듯 말 듯 낯익은 벌레소리가 그리움과 서러움의 협주곡이 되어 밀려온다.가을이 되면 무슨 큰 변란이 끝난 것 같이 나뭇잎들마다 세상 곳곳에서 온통 붉은 상처
이가을엔
동양일보
2013.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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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생 (한국화가·충북미술협회장) 작,‘Fantasy20090701’우산을 버리자강형기 충북대 교수·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 비오는 가을이면 멋진 우산을 골라 쓰고 극장에 가고 싶다. 아마 그곳에는 모든 것이 다 있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용서하는 욕망. 꿈이라는 이름으로 쫓아가는 허망. 타협이라는 이름으로 외면하는 모순.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눈감는 위선. 삶이라는 이름으로 변명하는 현실. 아! 그러나 나는 뛰쳐나오고야 말 것이다. 종잡을 수도 없는 두려움 때문에.신작로에 핀 코스모스를 따라 가을이 내게로 온다. 코스모스 길을
이가을엔
동양일보
2013.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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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집니다.한가로운 들녘, 나지막한 바람과 초엽(草葉)의 속삭임과 동행하며.문득 별리(別離)의 그리움으로 사무치기도 합니다.함께 한 사람들, 함께 할 사람들 모두.문득 습작(習作)의 시인이 되기도 합니다.가슴 한 켠을 물들이는 서정(抒情)을 엮어 내어.가진 것 없이 풍요로움으로 행복하기도 합니다.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려는 평온한 마음만으로도.문득 가을의 군상을 화폭에 담아 화가가 되기도 합니다.소망하고 상상하는 모든 것들을 팔레트에 섞으며.가을은 그렇게 삶의 자유와 평안과 행복을 선사합니다.그래서
이가을엔
동양일보
2013.09.01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