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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래집을 지으며 흥얼거리는 작자미상 전래동요가 있다. 아이들은 손등 위에 쌓이는 모래를 다른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꿈을 키우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를 보며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곤 한다.동명의 연극 ‘두껍아 두껍아’는 어느 이름 모를 노인의 고독사 사연이 있는 집인 줄도 모르고서울 달동네 단칸방에 세 들어간 이 시대 청년의 절망을 그려냈다. 스스로 작품 속 청년이 돼 매일 한탄하고 울고 웃으며 두꺼비만 외쳐대던 극단 청년극장 단원들. 그들은 지난 27일 끝난 43회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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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2025.07.2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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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청주시 개신동 아파트 건물이 사방을 에워싼 어느 골목길, 또 다른 아파트의 거대한 담벽이 마주한 곳에 개인 빌라 세 채가 나란히 서 있다. 그중 지하 1층, 지상 3층의 가운데 건물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울타리 없이 외벽과 입구에 다수의 사진 작품이 전시돼 있는 24시간 개방형 갤러리 둥지향(서원구 창직로 32번길 74. 선인빌라)이다.외벽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안으로 들어가니 지하부터 원룸 입주민들이 사는 2, 3층 복도에 이르기까지 빼곡히 작품이 걸려 있고 옥상층은 또 하나의 단독 전시실로 꾸며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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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2025.03.2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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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작은 거인’이 그야말로 만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했다.1971년 충북 보은에서 나고 자라, 청주대와 동 대학원 공예학과를 졸업하고 충북대 대학원 패션디자인정보학과(현 의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199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0여회의 개인전과 국내외 100여회 단체전, 100여회 박람회에 참여하며 대한민국공예대전과 전국관광기념품공모전 국무총리상 등 전국 규모의 각종 공모전에서 60차례 이상 수상했다.현재 특허청에 30건의 디자인을 등록하는 등 독창적인 섬유디자인 개발에 앞장서며 충청북도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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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2025.03.1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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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모충동 고갯길 어디쯤인 것 같다. 주소만으로는 어려워 주변 건물 옆에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한 사진을 받고는 겨우 신축인 듯 깔끔한 3층 건물을 찾을 수 있었다.‘흑백사진연구소’라는 작은 간판이 걸린 출입문을 열고 옛날식 가파른 회전계단을 걸어 올라가서야 “30년 된 건물 리모델링하더니 임대료가 두 배로 올랐다”며 껄껄 웃는 오늘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다.문상욱(72) 사진작가다.그가 관장으로 있는 중앙동 예술의 거리 내 아트스페이스 예술곳간과는 달리, 이곳 개인 작업실은 80여 평 공간에 고풍스러운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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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2025.03.0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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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흔히들 ‘탱고’ 하면 신체를 밀착시킨 커플이 때로는 입에 붉은 장미를 물고 게걸음 스텝을 밟으며 헤드플릭(머리를 꺽듯이 젖히는 동작)을 하는 격렬한 댄스를 떠올리곤 한다.인터넷 검색창에 ‘탱고’를 쳐봐도 ‘아르헨티나의 고유한 음악장르와 그 음악에 맞춰서 추는 춤으로 스페인어 발음으로는 ’땅고‘라 한다’고 나온다.이런 연유로 대부분은 ‘탱고’를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외국의 민속춤 정도로 생각할 뿐, ‘탱고’와 ‘땅고’가 전혀 다른 춤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실제로 각종 백과사전의 ‘탱고’에 대한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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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2025.03.0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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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오장이 활활 달아오르고 / 여름 내내 오한으로 뒤척이던 / 조선의 젊은이 하나 / 휘적휘적 떠나가더니 / 천상天上의 꽃층계 저 켠 / ‘보보’와 뽀뽀하고, ‘하백’ 품에 잠도 자더니 / (중략) / 바람도 충청忠淸에 이르면 청풍淸風이 되고 / 달빛도 청원淸原에 이르면 명월明月 되나니 / 세상 빛 모이어 뫼 이룬 / 이 팔봉에 내리는 이 / 그대 바로 청학이었음을 /-조철호 시 ‘팔봉八峰에 청학靑鶴 내리어 –정관 김복진 선생을 기리며’ 중지난 21일 오후 3시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팔봉리 293-2, 조그만 시골마을의 허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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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2025.02.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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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림은커녕 고교 진학도 포기해야 하는 극심한 가난 앞에서 중3 담임선생님의 끈질긴 설득으로 겨우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후 바로 입대했고 제대하자마자 ‘태어날 때부터 멍에처럼 짊어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 버는 일에 나섰다.셋방에서 어머니와 할머니가 만든 뼈다귀해장국과 김밥으로 야식배달을 시작해 매출을 올렸고, 우연한 기회에 인연이 닿은 연예인들의 매니저로 연 200회 정도의 큰 행사를 기획하며 돈도 많이 벌었다.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바뀌어, ‘생뚱맞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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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2025.02.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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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아들 둘을 키우며 욕심 많은 여느 엄마처럼 조금은 ‘극성’도 떨어보고 또 조금은 ‘압박’도 줘가며 ‘엄마’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고 살아왔다.‘이젠 다 잘 컸구나’ 싶었을 때쯤, 2004년 제대 복학한 작은아들이 해양스포츠행사 도우미로 나섰다가, 유난히 풍랑이 심했던 그 바닷가에서 5명의 아이들을 구하고 자신은 체력소진으로 끝내 물속에서 나오지 못했다.그리고 2021년, 동생을 잃은 트라우마에 사업 투자 실패로 고통스러워하던 큰아들은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인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깨끗이’ 정리하고 스스로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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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2024.11.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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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베이스 톤의 낮은 목소리에 아무리 화가 나도 큰소리를 낼 것 같지 않은 차분한 이미지, 게다가 잘 웃지도 않는다.아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꼭 어디서 본 것 같은 사람, ‘이웃집 아저씨’ 같은 평범한 외모에 ‘들썩거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조용한 남자.‘쟁이’가 맞나 싶다.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지던 10월 첫 주말 오전 11시. 연휴 탓인지 한산해진 옛 청주시청사 맞은 편의 식당가 골목 2층, 외관상으론 허름한 충북도립극단 사무실(연습실)을 찾았다.장소마저 주인을 닮았다. 있어서는 안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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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2024.10.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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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시간의 무게를 좍 끌고 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아... 좀 약한데... 좀 더! 조금만 더!! 호흡을 한번에 털지마. 한번에 버리지도 마. 천천히 그러나 절도 있게 생명이 살아 숨쉬듯 온몸에 기가 살아 있어야 해... 그렇지. 그래, 아주 좋아!”속삭이듯,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청주시립무용단 지하 연습실을 제압한다. 그러나 힘 있는. 20분 남짓, 연습을 지켜보며 숨을 멈추고 몰입했다. 감독의 코치를 받는 남자 무용수는 비 오듯 땀을 흘린다. 움직임이 현란한 현대무용이나 댄스를 추는 게 아닌, 흡사 승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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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2024.09.2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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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2024년 8월 어느날 오후. 12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복도가 들썩였다. 24년차 청주문화재단의 ‘시조새’를 떠나보내기 위해서였다. 시조새는 쥐라기에 생존한 조상새로, 재단 창단부터 존재한 그에게 직원들이 붙인 애칭이다.수십 개 꽃다발이 준비되고 아쉬움의 한숨과 안녕 기원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시조새’는 울컥했다.24년의 세월을 잘못 살진 않았다는 안도감과 새 일터에 대한 긴장감이 묘하게 교차되는 시간이었다.그랬다. 그는 청주문화재단이 창립되던 해인 2001년 재단에 입사해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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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2024.09.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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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전문 음악가들로부터 ‘국내 최고 지휘자’로 선정된 임헌정 충북도립교향악단 상임감독을 만났다.그는 1985년~2019년 33년동안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코리안 심포니 음악감독으로 유럽투어 중 ‘린츠 브루크너 페스티벌’에 초청받았으며,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페스티벌 초청 연주 등을 통해 한국 음악의 수준을 전세계에 알렸다. 한국인 최초로 DECCA레이블을 통해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을 발매하고 2017년 미국 브루크너 협회의 올해의 음반상(The Society’s Rercor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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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2024.09.0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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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945번지 GS편의점이 있는 건물의 1층 모퉁이 11평 공간에는 율량동 거주자라면 알만한 작은 쉼터가 있다. 10여명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과 취사 가능한 주방, 텔레비전 등이 있는 이곳의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듯하다. 상근 직원도 있어 들르는 손님을 반가이 맞는다. 이곳은 골목길을 누비며 쉴 새 없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위해 건물주인 토목설계회사 ㈜지명 청주지사가 마련한 무료 쉼터다.쉼터에서 150여m 떨어진 인근 건물의 2층에는 청주의 모든 문화와 역사적 자료를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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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2024.08.0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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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동네 가게로 머물지 않으면서 위상도 제고하고 세계화를 꾀하는 접점을 찾아내는 일이 어렵지만 꼭 필요한 일입니다”그것이 곧 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이자 역할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 그는 2019년 9월 취임해 행정적으로나 운영면에서나 어수선했던 미술관을 정상궤도로 올려놓으며 5년째 미술관을 이끌고 있는 이상봉(61‧사진) 청주시립미술관장이다.이 관장은 시립미술관은 지역 미술사를 연구하고 지역작가를 발굴하고 조명하는 일에 비중을 두지만, 지역작가에 대한 지나친 치중은 자칫 시립미술관이 동네 가게로 남을 수 있다고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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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2024.07.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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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어린 시절 박물관에 가서 전시물 관람하는 게 제일 재밌었다. 요리 보고 조리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박물관을 놀이터 삼아 라면 먹어가며 놀았다. 자연스레 고고학과에 진학했고 27살 어린 나이에 박물관에 입사했다. “내 인생은 처음부터 박물관인으로 살기로 정해져 있던 것 같은 느낌”이라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는 사람, 그는 이양수(49) 국립청주박물관장이다.현재 전국의 13개 국립박물관 관장 중 가장 젊다. 2021년 청주박물관장 공모 당시에도 응모자 중 가장 어렸다. 그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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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2024.06.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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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한때 3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연간 담배 100억 개비를 생산했던 담배공장. 폐업 이후 틈새로 날아든 비둘기 똥에 찌든 담뱃재 냄새가 인근 10km까지 진동하고 외곽 페인트는 벗겨져 을씨년스럽기까지 해 지나는 시민조차 외면했던 곳.그랬던 곳이 들썩인다. 잔디광장에 사람들이 돗자리를 들고 모여들고 허름한 동부창고는 소풍 나온 가족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본관 건물에 있는 식당가와 전시장, 공예관, 도서관, 키즈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입주 창작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정을 불태운다. 도시재생 모범사례로 전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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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2024.06.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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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1남 4녀를 둔 가난한 농가의 아버지는 맏이와 23년 터울의 늦둥이 막내딸을 또 얻고는 불면 날아갈세라 품안에 넣고 다니셨다고 했다. 겨울 농한기에 멍석 깔고 삼태기 꼬고 싸리빗자루 만들면서도 꼭 ‘우리 막내 꺼’라며 쪼끄만 샘플을 하나 더 만들어 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늘, 어디서 구했는지 지직거리는 카세트 틀어 놓고 이미자, 고복수의 노래를 들려주셨다고 했다. 여의치 않은 형편이었지만 늦둥이는 그래서 당시 부자들의 상징인 ‘자동우산’을 들고 ‘에나멜 빨간 구두’를 신으며 재벌집 막내딸처럼 자랄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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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2024.06.1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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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창작 기반 강화 지원과 무용예술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품격 있는 콘텐츠로 함께 누리는 충북무용을 만들겠습니다. 투명한 운영과 발굴지원책으로 회원이 누리고 머무르고 싶은 지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관기관과의 연대강화를 통해 무용계 활성화와 예산 확보에 주력하겠습니다”지난해 2월 치러진 협회장 선거에서 박정미(56·충북예고 교사) 충북무용협회장이 내건 공약들이다.취임한지 1년이 더 지났다. 잘 지켜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여의치 않은 듯 고개를 젓는다.지난 5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는 33회 충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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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2024.06.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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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현진 기자]“청주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비율적으로 보면 서울은 미술관에 비해 갤러리가 많고 청주는 갤러리보다 미술관이 많지요. 거기에 수도권과 가깝다는 지리적 여건이나 공립갤러리의 저렴한 대관료 등이 청주의 미술시장을 악화시키는 면이 있습니다”박정식(59·사진·수암골 네오아트센터 대표) 충북갤러리협회장의 첫마디다.박 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네오아트센터 개관 전까지만 해도 청주에 전문 상업갤러리는 ‘갤러리 청주’ 한 곳이었다. 그에 비해 청주시립미술관, 대청호미술관, 오창전시관, 쉐마미술관, 스페이스몸미술관, 우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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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2024.06.0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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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도복희 기자]“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데 꽃 같은 시간을 바친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알리는 일은 역사를 바로 아는 척도입니다. 일제의 압제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여성 독립투사들의 활동을 세상에 전하는 일은 벅찬 감동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청주시 상당구 목련로 27에 충북여성독립운동가 전시실이 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이미희 문화해설사(61·사진)는 충북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정신을 전하는 일에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그는 2021년 해설사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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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복희
2024.05.19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