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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시·향제 時享祭’를 지내느라 바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의례지만 느끼는 감회는 매년 다르다. 세월이 스며든 탓이다. 문중 묘역이 원거리에 산재돼 있는 경우는 시간에 맞춰 참례하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 새벽같이 집을 나서야 할 때도 있고, 하루 전에 도착해서 숙박을 하고 묘제에 참석해야 하는 종원들도 있다. 차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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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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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핵가족 시대라서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까지 사서 먹는다는 걸 어머니도 아시잖아요. 김치를 주문해서 먹으면 간편하고 맛있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는지 모르겠어요. 시대가 변했으니 어머니도 변하셔야 합니다. 앞으로는 김치를 사서 드시는 게 좋겠어요.” “옛날엔 연탄 들이고, 쌀 사고, 김장하면 겨울준비 끝냈다고 할 정도로 김장이 중요했어.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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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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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뚜렷한 변화가 점점 사라지는 날씨에도 가을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온천지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더니 어느새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또 한 해가 저물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우리 아파트도 단풍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황홀할 지경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으로 단풍나무 몇 그루를 심었다고 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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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2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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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나 성평등 정책에 대한 반격이 우리 사회에 상당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된다. 하지만 일부의 주장을 전체인 양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통계청의 2021년 양성평등실태조사에서, “가족생계는 주로 남성의 책임”이라거나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등의 전통적인 남녀 일 구분에 관한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여성의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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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2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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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형상을 빼닮았다 하여/인삼이라 부른다지요/그러면, 하늘의 형상을 빼닮았으면/천삼이라고 부르겠네요 천삼이라 부르는 그 녀석은/과연 하늘 어디에 살고 있을까요 어느 날 문득/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다/나는 알았그만유 삼은 마음이라는 것을/그러면/인삼은 인심이고 천삼은 천심이구만유/하늘 마음으로 살아가는/내 고향 금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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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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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글을 쓸 무렵 영국에서는 시장에 개입하는 다양한 기득권층 존재했다. 왕실과 귀족, 지역마다 유지 노릇을 하던 성직자들이 대표적이었다. 그들은 사회적 특권을 무기로 끊임없이 시장 경제에 개입하여 자신들의 지분을 추구했다. 이들의 '보이는 손(Visible hand)‘이 계속해서 지배적 질서로 작동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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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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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강의를 하면서 스스로 울컥해지다니. 그런데 사실이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청주고인쇄박물관이 마련한 시민강좌는 ‘외세침탈속의 청주’를 주제로 모두 9개 주제로 진행됐다. 그중 내가 맡은 강좌는 ‘광복 80주년, 청주 여성독립운동가의 삶과 투쟁’이었다. 1919년 2월, 8명의 여성이 연서해서 ‘대한독립여자선언서’를 작성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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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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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화에 담긴 곰만큼 친근한 생명도 없을 것이다. 10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어 사람이 된 웅녀의 이야기는 단군신화의 중심이다. 알록 뒤뚱의 재롱스러운 판다와 반달가슴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다. 20여 년 전 제주 테디베어뮤지엄을 찾았을 때의 경험이 생생하다. 당시는 '체험(Hands-on)'이라는 전시 및 학습 방법이 큰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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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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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말씀은 천지(天地)의 시작을 알리는 조물주(造物主)의 ‘음성’이며 ‘영성(靈聲)’이었다. 창조된 만물은 조물주의 말씀으로 비로소 존재와 의미가 되었고 ‘생명’을 얻었다. 이렇듯 태초의 창조된 만물에 합당한 이름을 지어 ‘호명(呼名)’할 때 ‘시(詩)’도 함께 탄생했다. ‘부름’을 통해 ‘의미’가 된 ‘꽃’(김춘수, 「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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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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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년 실질적으로는 독일의 군주였으나 명목상으로는 유럽의 황제인 신성로마제국이 프랑스의 권위 앞에 무너졌다. 나폴레옹은 자신을 프랑스황제로 내 세운 후, 프란츠 2세를 오스트리아의 황제 등의 신성로마가 아닌 이외의 이름으로 살게 했다. 서기 800년 칼 대제가 로마의 황제라는 명칭으로 등장함으로써 후대 역사가들에 의해 명명된 “신성로마제국”은 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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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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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아동 유괴 사건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미성년자 대상 약취·유인 범죄는 208건에서 30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유괴 및 유괴 미수는 319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3건이 발생하는 수준이다. 최근 서대문구 초등학교 유괴 미수 사건, 경기도 광명, 제주 서귀포시 등에서 연이어 발생한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 납치 시도 등 한동안 잠잠했던 미성년자 약취·유인 시도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아동 유괴는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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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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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언제부턴가 이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K라는 글자만 봐도 두 눈이 커지고 밑줄을 긋거나 또 보게 된다. 해외 출장길에서 저들이 케이를 외칠 땐 내 안의 60만 세포가 요동쳤다. 이것은 짝사랑이 아니다. 현실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일 것이다. 처음부터 이러지 않았다.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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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1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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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다고 시인이 말씀했다. 꽃피는 아침은 더 짙게 살고 싶어지기도 할까. 국화축제 한창인 시절이다. 색색의 꽃 화분이 놓이고, 동물 모양의 틀마다 꽃송이들이 가득하고, 꿀벌 잉잉대고, 바람결에 날리는 꽃향기 안으로 들어가는 몽환적 설레임. 초대의 글에 ‘국화 향내 가득한’이라는 구절이 상투적으로 오가던 시절이 있었다. 행사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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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0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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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기쁜 날도 슬픈 날도 있고, 사람의 신체리듬은 바이오리듬에 의해 고저를 왔다 갔다 한다. 인생이란 희로애락을 느끼며 사는 것이고, 부부지간에 좋은 날만 있는 것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 사는 부부는 없다. 아무리 금슬이 좋은 부부도 사랑싸움은 하면서 산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배기라고 하나 실질적으로는 칼로 살배기처럼 상처가 깊이 파인다. 경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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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0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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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여유나 융통성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유토리(ゆとり)’라는 단어가 있다. 본래는 형편과 상황에 맞게 일을 처리하는 재주를 의미한다. 1995년 문화체육부 고시에서는 이를 ‘여유’ 또는 ‘융통’으로 순화해 사용할 것을 권고하였으나 여전히 유토리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60~1970년대 일본은 고도성장에 힘입어 교육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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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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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우리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문화에 대한 숱한 정의 중 이보다 더 간결하고 알기 쉽게 표현한 말은 없을 듯하다. 이 문장이 거창한 문구나 구호보다도 더 가슴에 다가오는 건 문화는 바로 우리네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개개인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아우른다. 한 송이 장미꽃도 예쁘지만, 안개꽃과 어울려 서로 받쳐줄 때 더 아름답고 풍요롭다. 문화의 꽃은 이렇듯 홀로 피우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피울 때 더욱 값지다. 청주문화의 꽃을 피우는 중심에 바로 청주문화원이 있다.청주문화원은 청주시민의 문화 사랑방이다. 1957년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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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0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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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충북도의 첫 비서실장은 여성이었다. 이는 충북 도정 사상 최초의 여성 비서실장 사례로 기록된다. 충북도는 두 번째 비서실장 역시 여성으로 임명함으로써 여성 비서실장이 예외적 사례로 보이지 않도록 했다. 유리천장이 약화되고 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리더를 보좌하는 자리에 여성들이 기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충북 민선 8기 도정이 여러 혁신적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인사 혁신 역시 주목할 만하다. 여성이 리더가 되기 어려운 한 이유를 단순화해서 말하면 상사가 남성이기 때문이다. 밀착해서 일해야 하는 자리에 여성 부하직원을 두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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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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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는 어두운 비유라는 뜻으로 암유(暗喩)라고도 한다, 숨기거나 가려 비밀스럽게 속에 넣어두려는 그늘 수사법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다’라는 표현이 바로 은유다. 이것은 ‘수필은 난(蘭)과 같고 학(鶴)인 듯하다’ 정도의 직유를 생략하여 신선한 생명감을 불어 넣으려는 의도에서 은유법으로 쓴 것이다. 나기황 시인은 여섯 번째 시집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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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1.0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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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는 단순한 고전 희곡이 아니다. 이 작품은 인생의 여러 시기를 통과하며 나와 함께 성장하고 변해온 하나의 ‘거울’ 같은 작품이다. 처음 이 작품을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무렵이다. 연극영화학과로 진학을 결심하고 처음으로 간 연기학원에서 가장 먼저 만난 작품이었기에 그 기억이 유난히 선명하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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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0.3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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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끝자락에 들어서면 발화시기를 지난 단풍이 단풍 지도를 따라 남하하며 그들만의 언어로 노래를 시작한다. 한때 무성한 초록의 잎이 주던 생명력의 경이로움이 있었다면, 요즘 푸른 하늘과 햇살에 어우러진 단풍의 자태는 자연이 선물하는 또 다른 매력이다. 그러나 단풍의 화려한 겉모습만 본다면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버려야 할 것이/무엇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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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5.10.29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