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일보]주말에, 어머니를 모시고 바람을 쐬어드리려 교외를 나갔다가 한 폐교 운동장에 가득한 텐트를 보고 놀랐다. 흙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운동장 위에 고급스러운 텐트들이 줄지어 있었다. 도시를 떠나 온 캠핑족들이었다. 95세 된 노모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저 사람들은 집이 없냐? 왜 저렇게 추운데 나와 한데서 잠을 자느냐?”고 물었다. “집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부러 불편한 것을 즐기는 것”이라고 대답은 했지만, 이해가 됐을지 모르겠다. 코로나가 극성을 떨면서 캠핑이나 주말 시골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14 17:08
-
[동양일보]새로운 집 모델이 주목받으려면 도시도 새롭게 바꿔야 했다.르 코르뷔지에는 시민들이 살아가는 방식 또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낮고 어두운 건물이 길게 늘어지고, 도로에서 차와 사람이 한대 섞여 이동하는 도시는 바꿔야 한다고 했다.언제 어디에서 차가 튀어나와 사람을 치고 갈지 모르는 곳이 20세기 초반의 파리였다.엄연히 위험한 기계인 자동차와 사람이 각각 다른 도로를 이용하고, 차도 자체를 넓혀서 교통을 편리하게 하는 등 보다 큰 차원의 조치가 절실했다.지금은 매우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시절에는 건물과 공간 자체에 대한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13 18:53
-
[동양일보]지난 2년간 모든 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코로나 19가 알파 변이, 베타 변이, 감마 변이,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로 이어지고 있다. 여러 코로나 바이러스 중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역대 최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타 바이러스가 그러하듯 오미크론 변이에 이르러서는 전파력은 늘어났지만 치명률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확진자 증가 속에서도 지난 2년 전과 같은 정도의 공포감은 없어 보인다. 의학 전문 단체 및 전문가들이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을 코로나 종식의 가능성으로 해석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의 어둠 속에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10 18:08
-
[동양일보]1945년 8월 15일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추축국(樞軸國)인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그리고 몇 주 후 도쿄만에 정박한 미주리(Missouri)함선에서 일본외무성장관인 시게미츠(重光 葵)는 항복문서에 공손히 서명했다. 전후협상(戰後協商)은 파리조약이란 이름으로 1년 반에 가까운 세월 동안 진행되었다. 그리고 1947년 2월 10일 추축국에 대한 연합국(聯合國)의 법적 요구는 문서의 완성을 보게 되었다. 히로시마(広島)는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이 되기 이전에는 자신이 세계최초의 원자폭탄의 사용처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09 21:13
-
[동양일보]정치인 여러분!, 때문에 정치하는 이는 먼저 대학(大學)과 맹자(孟子)만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논어도 중요하고 시전(詩傳)도 중요하지만, 대학과 맹자는 정치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학생들에 있어 교과서만큼이나 중요합니다.그런데 이렇듯 중요한 대학과 맹자를 이 나라의 정치인 중에 과연 몇 분이나 읽었는지 한번 묻고 싶습니다.필자가 아는 최선의 정치란 대학의 팔조목(八條目)인 격물(格物), 차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와 맹자의 인의(仁義)에서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08 18:04
-
[동양일보]입춘이 지나가고, 꽃피는 3월이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곧 개강을 한달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학생들을 만나자니 가슴이 벅차오름을 감출 수가 없다. 수업 준비를 하며, 지난 시간 학교에서의 수업 중에서 즐겁고, 수업의 참여자와 가장 많은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돌아보니 그 시간은 바로 학생들과 서로 질문과 답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었다.학교에서 연기 수업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늘 묻는 말이 있다. “연기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참으로 많은 대답들이 머리에 스치고, 어떻게 이야기해야 학생들이 연기에 대해서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07 18:07
-
[동양일보]새벽의 고요함을 뚫고 나오는 소리는 사람에 따라 갖가지일 것이다. 그 사람이 엄마라면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뒷간에 앉았을 때 들려오는 소리가 광화문이나 안국동 쯤에서 아련히 들려오는 전차소리일지도 모른다. 왜냐 하면 내가 오줌이 마려워 첫 번째에 일어나 더듬더듬 요강을 찾을 때 그 전차소리가 아련히 들려 와서다. 그리고 내가 두 번째 일어나 요강을 더듬을 때 들려오는 소리는 부엌에서 달그락 달그락거리며 아침밥 준비하는 엄마의 소리이다. 그렇게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하루 일을 시작하는데 그 뒤를 이어, ‘두부나 비지 잡죠’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06 15:06
-
[동양일보] 한 사람이 있다. 그의 일상은 가지런하다. 휴일에도 아침 식전에 단장을 끝낸다. 한집에 오래 산대도 그의 새집 진 뒷머리 보기는 어렵다. 그 사람은 물건을 정해진 자리에 가지런히 정돈해 둔다. 옷도 가방도 손톱깎이도 심지어는 신던 양말도 두 짝을 맞잡아 펴서 벗어둔다. 신발을 나란히 벗어두는 건 기본이다. 그 사람은 커다란 가구나 작은 살림살이의 위치를 한 번 지정하면 일관성 있게 그걸 존중한다. 물건들은 모두 제 처소에 있다가 필요에 따라 들려나온다. 볼 일이 생기면 소리쳐 부르지 않고 그 사람 곁으로 가서 용무를 본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03 17:31
-
[동양일보]세종대왕의 초정행궁에 대하여 눈병 치료와 한글 창제와의 관련성 논란은 아직도 분분하다.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실록에 나타난 세종대왕의 기사 내용을 꼼꼼하게 챙겨보기로 한다.세종 16(1434)년 12월 11일 실록의 기사에, 대왕께서 직접『자치통감』훈의 잘못된 곳을 교정하는데, 대제학 윤회가, “밤에 가는 글씨를 보면 눈병이 나실까 두렵습니다.”라고 눈병에 대한 최초로 언급한다. 1439년에 “지금 또 눈병이 나서 오래 일을 보지 못하니, 온갖 정사가 해이함이 없겠는가. 그러나 내 나이 아직 늙지는 않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02 18:30
-
[동양일보]어린 시절 시골마을에서 한 참 바쁜 농사철에도 그저 동네 또래들과 뛰어 노는 것이 좋아 마을 어귀나 동네 뒷산을 돌아다니며 놀다 집에 들어가면 부모님께서 노하시며 소갈딱지가 없다고 하셨다. 동네 또래들과 마냥 노는 것이 좋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절에 맞게 그냥 놀기 만 하였다. 봄이면 마을 어귀나 공터마당에서 놀고 여름이면 마을 앞 개울가 혹은 인근 방죽에서 목욕하며 놀고 가을이면 마을 뒷산에서 겨울이면 물 고인 논에서 썰매를 타거나 공터에서 신나게 놀다 집으로 들어가곤 하였다. 눈코 뜰 새 없이 한 참 바쁜 농번기
풍향계
동양일보
2022.01.27 19:56
-
[동양일보]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됐다. 설 명절이 코 앞인데, 설맞이의 기분이 나지 않는다. 차갑게 식어버린 시장경기만큼이나 마음도 가라앉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마음의 거리 두기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2년여에 걸친 코로나 사태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언제 이 눅눅한 ‘코로나블루’가 멈출지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연말이나 연초에 서점에 들르면 습관처럼 집어 들게 되는 책이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해마다 내놓는 ‘트렌드 코리아’다. 올해도 김난도 교수를 대표작가로 하는 9명의 공저자가 2022 대한민국의 트
풍향계
동양일보
2022.01.26 15:10
-
[동양일보] 모든 예술의 재료와 영감은 인간의 삶인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현실을 떠난 예술은 존재할 수 없다. 박경리는 “아무리 위대한 예술도 터전으로서의 삶을 능가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 말은 현실의 지엄함과 절대성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예술이 아무리 창조의 고유성을 천명해도 본질적으로 현실의 ‘모방’이란 숙명을 벗어날 수는 없다. 특히 문학은 다른 예술에 비해 현실의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핍진(逼眞)함이 더하다. 예술은 어디까지나 현실이란 ‘누에’에서 뽑은 ‘실’에 지나지 않으며 ‘비단’은 수많은 실들이 각축하는 유예된
풍향계
동양일보
2022.01.25 19:44
-
[동양일보]대선을 겨냥하여 여가부 폐지공약이 나왔다. 선거공약을 비판하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흠집내려는 것이고, 나아가 경쟁자를 편드는 것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염려가 있지만, 이것이 억울해도, 명색이 성평등정책 연구기관의 대표로서 이에 대해 한 마디 의견을 밝히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 여긴다.우선 현재 제안된 여가부 폐지공약은 매우 혼란스럽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폐지하겠다는 것이 성평등정책인지 여가부 부처인지 불분명하다. 또 폐지이유가 우리 사회가 성평등을 달성했기 때문이지, 아니면 여가부가 잘못 했기 때문인지도 혼돈스럽다
풍향계
동양일보
2022.01.24 16:12
-
[동양일보]또래 친구들이 그간 몸담았던 직장과 일터에서 하나 둘 떠나고 있다.주민등록의 나이가 줄어 공직생활을 아직 남겨둔 경우가 있지만, 대개는 베이비붐 마지막 우리 세대의 퇴직이 최근들어 이어지고 있다. 정년없는 일터 혹은 자기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 손 놓을때를 심각히 고민하고 은행 등 정년 기업에 몸담은 또래들의 은퇴는 한참전 부터다. 최고위 임원으로 발탁돼 정년을 넘겨서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는 몇몇 사례는 복받은 경우다.태어나자 마자 한 살을 먹어버리는 우리 나라의 특별한 나이 계산 탓에 쉰의 끝이면서도 예순으로 불리는
풍향계
동양일보
2022.01.23 18:20
-
[동양일보]2022년이 밝았다.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승을 부리고 있고 우리의 발 또한 반도에 묶여있다. 작년 첫 칼럼에서 나는 미술품을 감상할 때 독특한 경험을 하는 스탕당 신드롬을 이야기하며 전시,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예술품을 실견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은 없다. 미술 작품을 실견할 수 있는 오프라인 전시는 계속해서 열려야 하고 예술가가 남긴 움직임의 흔적과 함께 에술작품이 주는 시각적 임팩트를 관객이 느꼈으면 좋겠다, 2019년 가을 코로나 팬데믹 전 필자는 운영하는 전시장에서 수년간
풍향계
동양일보
2022.01.20 16:31
-
[동양일보]마키아벨리의 에 있는 한 대목.“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만큼 세상에서 어렵고 힘든 일은 없다. 현재의 제도와 시스템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개혁을 도와줄 사람들은 새로운 질서가 가져다줄 혜택에 대한 모호한 그림밖에는 없다.”사회의 전반적인 개혁으로까지 굳이 확대하지 않아도 한 조직의 변화가 왜 그토록 어려운지를 설명해주는 말이다. 현재와 다른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을 앞에 두고 사람들은 대개 그 목적과 내용에 공감한다면서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거나
풍향계
동양일보
2022.01.19 14:35
-
[동양일보] 연일 한파 특보 소식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파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난이 될 수도 있다. 이 와중에 대선정국에 흘러나온 소식들은 우리를 더 춥게 만든다. 대선 관련이라기보다 드라마를 방영하는 것 같다. 그것도 막장 일일드라마. 아니 어떨 땐 드라마에서 더 나아가 스포츠 중계를 보는 듯하다. 그것도 개인적으로는 경마경기.도대체가 후보들이 주력으로 하겠다는 공약은 어떤 것인지조차 알기 어렵고 서로 상대 후보를 헐뜯는데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공약 내용 또한 수시로 바뀌고 있으니 연습문제는 바로 국
풍향계
동양일보
2022.01.18 16:37
-
[동양일보]18세기 말, 19세기 초에 영국의 유명한 수필가였던 찰스 램(Charles Lamb)은 “사람은 일 년에 두 번의 생일을 맞는다”고 썼다. 한 번은 사람들이 말하는 보통 자기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을 말하고, 또 다른 한 번은 새해를 맞는 첫 날이 생일이라고 했다.태어난 날은 당연히 세상에 나온 날이기에 생일이 맞고, 새로운 해가 시작이 되면 모든 사람들과 온 세계가 또 다른 느낌으로 새로 출생하는 느낌을 갖고 시작하는 마음이기에 새해에 생일을 맞는다고 썼다.그만큼 새로운 해를 사는 것 자체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인지
풍향계
동양일보
2022.01.17 17:58
-
[동양일보]“행동을 심어 수확하는 것은 습관이고, 습관을 심어 수확하는 것은 성격이며, 성격을 심어 수확하는 것은 운명이다.”라고 한다. 그런데 행동은 마음의 표출이다. 따라서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세상을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좋은 습관은 덕이라 칭하고, 좋지 않은 습관은 악습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삶과 동떨어진 앎은 무의미하니 아는 바를 진심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우리는 많은 행동을 자동으로 한다. 걷는 습관, 먹는 습관뿐 아니
풍향계
동양일보
2022.01.16 16:05
-
[동양일보]3월 대선, 6월 지방선거 진행형에도 늘 지역 살리기가 반복된다. 2030세대의 표심을 잡으려 애쓴다. 특히 지역 MZ세대가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그 조건충족에 대한 그 해법이 없다. MZ세대는 총인구 대비 35% 해당된다. 중앙정부와 광역‧기초지자체 동시에 이 부문이 정책실패에 가까울 정도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과거 공약을 보라. 희망적인 지역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지역소멸 위기는 더욱 숨통을 조이고 있다.2021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률이 전년보다 2% 하락한 65%로 집계되었다
풍향계
동양일보
2022.01.13 17:41